부활절 휴일의 마지막이었던 오늘, 오랜만에 학교 다니던 친구들인 사라와 레미를 만났다.
레미는 지금은 피아노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인 그녀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몬트리올에 정착했다.
"나 캐나다 시민권 땄어! 너는 시민권 신청 안 해?"
"축하해! 나는 아직 생각 없어. 한국은 이중국적이 안 돼서, 시민권을 따면 한국 갈 때 불편하거든."
"아, 그런 제약이 있구나."
예전부터 느꼈지만, 레미는 참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요즘도 계속 피아노 가르쳐?"
"응, 예전엔 학원에서 했는데, 지금은 개인 레슨으로 바꿨어. 집도 사서 피아노 두 대 들여놨어. 확실히 개인 교습이 더 좋아."
"와, 집을 샀다고? 진심으로 축하해! 잘 됐다."
"맞아, 우리 아시아 사람들은 집 사는 게 큰 목표잖아. 남편도 새 직장 구했고."
레미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행동이 빠르고, 늘 성실하고, 삶에 긍정적이다.
그녀의 스케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너 스케줄이야? 세상에, 엄청 바쁘겠다."
"맞아. 거기다 아이들 픽업까지 하니까 정말 정신없지. 그래도 괜찮아. 좋아서 하는 일이야."
바쁜 와중에도 잠깐 얼굴을 보러 나와준 레미.
결국 커피 한 잔만 마시고 급히 일어났지만, 짧은 만남이 정말 반가웠다.
레미가 떠난 후, 나와 사라는 시내 곳곳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배고프지 않아? 피자 먹을까? 내가 살게."
"그럼 고맙지!"
우린 다운타운에 있는 이탈리안 피자 가게로 향했다.
사라는 요즘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방긋 웃는 얼굴이 밝아 보여서 나도 기뻤다.
"근데 남자친구는 시내 외곽에 살아. 난 몬트리올 시내가 좋은데."
"그래?"
"난 도시 여자거든. 근교엔 아무것도 없잖아. 여긴 할 게 정말 많지!"
"맞아, 넌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요즘 사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학교를 알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요양 보호사 공부를 해보려고. 요즘 일자리도 많대. 이번엔 정말 잘해보고 싶어."
"진짜 잘 될 거야. 요즘 사람 많이 부족하다고 들었어. 넌 분명 잘할 거야."
사라는 최근에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지만, 묵묵히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어 보기 좋았다.
우린 시내를 걷다가 서점에 들렀다.
"나 프랑스어 책 읽는 게 아직 어려운데, 뭐 추천해줄 수 있어?"
"그럼! 어떤 장르 좋아해?"
"소설이면 좋겠고, 쉬운 거. 청소년 책도 괜찮아."
"난 드라마틱한 이야기 좋아하는데, 너도 그런 스타일 괜찮을까?"
"진짜 아무거나 괜찮아. 대신 퀘벡 작가 걸로 부탁해."
"좋아, 그럼..."
사라는 서점 안쪽 퀘벡 작가 코너에서 책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거 어때 보여? 글도 쉬운 것 같고. 아멜리라는 소녀 이야기야. 예쁜 원피스를 좋아하고 추상화를 그리는 게 취미인데, 크론병 진단을 받으면서 일상이 바뀌기 시작해. 몇 번의 치료와 긴급 수술을 겪으며, 삶의 방향을 새롭게 배워간대."
"좋아, 이걸로 정했어. 내가 다 읽어보고 어땠는지 너한테 말해줄게."
"좋다! 이걸로 정했어. 다 읽고 너한테 어땠는지 꼭 말해줄게."
사라가 골라준 책. 꼭 읽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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