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부활절 휴일이었다.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났는데, 이사벨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안녕! 오늘 3시 반에 영화표가 있는데, 보러 갈래? 스테피랑 Ma mère, Dieu et Sylvie Vartan (우리 엄마, 신, 그리고 실비 바르탕)을 보러 갈 거야. 영화 평도 좋고, 오늘 오후에 비도 온다니까 딱이야. 보고 싶으면 어서 와! 메트로에서 영화관까지 태워줄 수 있어. P.S. 너무 일찍 문자해서 미안, 사실 너희한테 연락하려고 2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문자가 온 시각을 보니 아침 7시. 그렇다면 이사벨은 새벽 5시부터 깨어 있었다는 뜻이다. 그것도 휴일인데!
프랑스도 초대했지만 프랑스는 이미 배생폴로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나는 오전엔 쿵푸 수업이 있었고, 저녁엔 절에 가기로 되어 있어서 오후만 비어 있었다. 좀 빠듯하긴 했지만, 왠지 놓치기 아까운 제안이었다. 그래서 바로 “갈게요!”고 답장을 보냈다.
메트로 보비앙 역에서 이사벨을 만나 그녀의 차를 타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여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관이야. 약간 옛날 분위기 나고, 상업 영화관이랑은 또 다르거든. 인디 영화도 자주 상영하고.”
영화관은 정말 그랬다. 오래된 극장 특유의 따뜻하고 아날로그한 느낌이 있었다.
“팝콘 좋아해? 우리는 영화 볼 땐 꼭 팝콘 먹거든. 내가 초대한 거니까 내가 살게.”
공짜 팝콘은 거절할 수 없지. 고맙다고 하니, 이사벨은 팝콘과 물을 사줬다.
“그런데, 이 영화 어떤 내용이이에요?”
“엄마의 헌신에 관한 이야기야. 실화 기반이고. 막내아들이 선천적으로 발에 장애가 있어서 걷질 못했는데,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온갖 병원과 의사를 찾아다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국 아이는 치료 끝에 걷게 되고, 나중에 변호사까지 돼. 기적 같은 일이 이루어지고, 그리고 나서도 계속 삶이 이어지는 이야기야. 소소한 기쁨과 투닥거림? 인생 이야기지.”
“음, 영화 끝나면 어쩐지 울 것 같네요.”
이사벨과 스테피는 내가 울 것 같다는 말을 못 알아들었다. 아마 내 프랑스어 악센트가 구려서 그런거 같은데 그냥 그러려니 했다.
작은 상영관이라 관객들의 웃음소리, 흐느낌이 다 들렸다. 나도 어느 순간 눈물이 났다. 코끝이 찡하고 가슴 한구석이 먹먹했다.
“이렇게 감동적일 줄 몰랐어.”
“맞아요. 나도 보면서 엄마 생각 많이 나더라구요.”
"아 참 그렇지, 나 이렇게 다들 울 줄 몰랐는데... 진짜야."
"괜찮아요, 난 알 줄 알고 있었거든요."
난 이거 울 만한 영화인 줄 알고 있었다니까? 제목만 봐도 그래.
영화가 끝나고 나니, 정말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따뜻한 봄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본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여준 이사벨에게도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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