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와 스릴러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Tiny Pretty Things)>은 동명 소설 원작의 10편짜리 드라마이다. 편당 50분에 가까운 이 드라마를 선택해도 좋을까?
넷플릭스 <퀸스 갬빗>을 보기 전에 가장 망설여졌던 점은 "내가 체스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체스를 몰라도 재미있을까?"였다.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도 그런 망설임이 있다. 시카고의 엘리트 발레 스쿨 이야기라니, 발레를 하나도 몰라도 재미있을까?
스릴러에 발레가 가미된 영화 <블랙 스완>을 좋아한다면,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에서는 더욱 더 현실적인 발레 세계의 스릴러를 즐길 수 있다. 그들이 완벽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할까?
사랑하고 작고 예쁜 것들 줄거리
소도시에서 발레를 하던 너베이아라는 흑인 소녀가 시카고의 명문 발레 스쿨에 새로 전학을 온다. 교장 추천으로 입학한 그녀의 발레 실력은 너무도 출중해서, 엘리트 스쿨의 학생들조차 그녀를 질투할 정도이다. 너베이아는 세계 일류의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벅찬 꿈을 안고 입학한 발레 학교는 생각보다 더 살벌하다.
전학 첫날부터 누군가 떨어졌는지 바닥에 핏자국이 보이고, 경찰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가장 선망받고 질투도 많이 받았던 캐시라는 수석 발레리나가 4층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과연 그게 사고였을까? 뭔가 이상한데? 학교 이사장도, 교장도, 코치도, 학생들 모두 뭔가 숨기고 있다. 자세히 보니, 이 학교에 정상적인 사람은 하나도 없다. 너베이아는 이 학교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스릴러 영화보다 더한 스릴러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발레리나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는 아름답게 가꿔진 동작과 자태가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 무대에 공연을 올리기 위해 발레리나들은 자기 몸을 혹사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이 몸을 혹사하는 장면이 정말 어느 영화보다 소름끼친다. 무자비하고 잔혹한 경쟁, 스트레스와 압박은 끝이 없는데 몸은 자꾸 부상을 당하고 골절은 예삿일이다. 거식증에 폭식증은 기본이고, 다친 발에는 염증 주사를 직접 놓을 정도이다. 발톱이 부러져도, 다리를 삐어도 아프지 않은 척 웃는 발레리나의 얼굴은 무엇보다도 더한 스릴을 선사한다.
<블랙스완>의 스릴러가 몽환적이었다면,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의 스릴러는 잔혹한 발레리나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무섭기만 하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
그만큼 혹독한 환경이기 때문에, 이곳의 학생들은 다들 반쯤 미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다 사연이 있고, 각자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학생들이다. 오죽하면 제일 최근에 전학을 온 너베이아가 가장 정상인처럼 보일까?
주인공 너베이아(Neveah)는 발레계에 빽도 없고 흑인이며 시골 출신이지만, 발레 실력 하나만큼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다만 엘리트 발레 스쿨만큼의 기본기는 부족한 편이지만, 그녀의 재능을 보아하건대 장차 유명한 발레리나가 되는 것 만큼은 당연해 보인다.
동료 학생들의 견제와 따돌림이 엄청나지만, 너베이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가 잘 하는 건 사실이니, 어디 한번 해 보든가." 너베이아의 자신감과 당당함이 마음에 든다.
한국계 이름을 가진 것 같은 '준 박'은 어머니의 성적 압박에 시달린다. "주인공은 맡았니? 장래성 없는 교육에 거액을 쏟아붓긴 싫다. 1등할 거 아니면 그만두렴." 하고, 성적에만 관심이 있는 어머니 때문에 준의 트라우마는 더욱 심각해진다.
준 박이 정말 한국계 캐릭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은 <스카이캐슬>의 한 장면이 생각나서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그런 고정관념이 좀 극단적으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부모님의 성적 압박은 다른 학생들도 겪는 일이다.
벳은 발레학교 이사장의 둘째딸이다. 빽이 어마어마하고 항상 수석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벳의 언니는 학교가 자랑하는 유명 발레리나이고, 벳은 언제나 언니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언니처럼 수석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하지만 그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다. 최고가 되기 위해 우정도, 양심도, 자기 자신마저 내버린 못되고 가엾은 학생이다.
남학생들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다. 아름다운 몸매를 가꿔야 하니 식이장애가 있는 것도 다반사이고, 연애사도 복잡하며 종교 문제까지 배배 꼬여 있다. 셰인이라는 남학생은 유일하게 주인공에게 친절하다. 너베이아가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하자 "적응 못하는 게 오히려 좋은 거야."라며 그녀의 편을 들어준다.
마치며
발레와 경쟁심이 주된 테마이다 보니,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우리나라 발레리나 강수진이 생각나기도 하고, 피겨 여왕 김연아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들은 얼마나 큰 노력을 했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특히, 자기 자신이 라이벌이었던 김연아는 얼마나 대단한지...
<사랑하는 예쁜 작은 것들>은 하이틴 소재 드라마이지만 청소년 관람불가일 정도로 다크하고 자극적이다. 에피소드를 볼수록 범인이 누구인지, 발레 학교 학생들은 무엇을 숨기는지, 너베이아가 정말 수석 무용수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져서 계속 보게 만든다.
* 주인공 너베이아(Neveah)의 이름은 천국이라는 뜻의 헤븐(Heaven)을 거꾸로 한 이름이다.
* 준 박을 연기한 배우 다니엘라 노만은 한국계가 아니다.
www.youtube.com/watch?v=JSs_bznLjPo&ab_channel=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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