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청소차의 크리스마스(A Trash Truck's Christmas), 2020>는 20분 정도의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어린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님이라면 아이들과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데 이 영화만한 게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없어도 어릴 적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 전의 설렘과 동심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영화이다.
어릴 적, 누구나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 선물을 기다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새삼스레 "선물을 주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른이 되고나서부터 선물은 형식적으로 그러려니 하고 인사치레하는 정도의 일이 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을 주는 진정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상대방의 환하게 좋아하는 얼굴을 보는 즐거움, 그 행복감에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아이들과 보기 전에 주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꼭 마련해 주셔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부터 찾으셔야 할 것 같은데... 아이들의 선물을 기대하는 그 순수한 눈을 보고 있으면, 아마 선물을 안 사주고는 못 배기실 것 같다. 오래된 격리 기간으로 지친 모두에게 선물을 주고 받아 행복해지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 장면도 <내 친구의 청소차>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다. 주인공 행크는 크리스마스가 뭔지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설명한다. 착한 일을 하면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며 친구들을 설득한다. 행크의 친구들이 행크에게 못된 짓을 한 것 같아 선물을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자, 행크는 친구들을 모두 용서해 준다.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관용을 길러줄 수 있을 것 같다.
너구리가 하는 이상해 보이는 행동은, 나쁜 행동이 아니라 너구리다운 행동이라 말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열린 마음의 행크, 정말 어른보다도 성숙해 보인다.
<내 친구 청소차의 크리스마스>의 기발한 점은, 영상미도 아름답지만 고정관념을 딱 깨주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크리스마스에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라면, <나 홀로 집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눈 내리는 밤 마을엔 집집마다 한적하고 조명이 켜지고 장식된 트리가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크리스마스 영화 속에 눈과 썰매 따위는 없다. 짜잔! 남반구 크리스마스지롱! 겨울이 아니라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그리고 있어서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든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첫 혜택을 받을 어린이는 하준이 되시겠다. 전국의 하준이 부모님은 이 영화 보셔야 할 것 같다. 행크, 도나, 월터 등 외국 이름이 잔뜩 나오는 미국 애니메이션인데 한국의 하준이가 처음으로 선물을 받는다. 아이 이름이 하준이가 아니더라도 그 다음에 산타 할아버지가 오신다고 아마 설명해 주셔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준'이라는 이름이 한국에서 인기있는 이름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참 기발하다.
행크, 너무 착한 것 아냐... 모든 아이들이 행크처럼 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프랑스어를 원격 수업으로 들으며 배우고 있는데, 회화 수업시간마다 조를 짜서 자유로운 대화를 하는 시간이 있다. 주제는 "좋아하는 영화"였다.
"난 미스터리, 호러 영화를 좋아해요. 밤에 불 끄고 무섭게 해놓고 영화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와, 나는 그런 건 싫어요. 나는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같은 영화가 좋더라구요. 요새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것들은 다 챙겨보려고 해요. 라시드는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 집은 아이가 셋이나 있어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본 적이 별로 없네요. 항상 아이들이 보고 싶은 걸 봤지, 내가 보고싶은 걸 본 적이 오래되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맞아요, 우리 집도 그래요. 우리 딸이 디즈니 영화를 좋아해서, 그것 말고 다른 걸 본 기억이 없네요. 영화를 보기 전에 내가 먼저 보고 아이들에게 보여줄지 말지 결정하거든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찾으신다면, 이 포스팅을 보고 시간을 아끼시길 바란다.
www.youtube.com/watch?v=2zQ8-62ORoM&t=18s&ab_channel=Netflix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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