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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영화 엠마, 볼만할까?

by 밀리멜리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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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려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안야 테일러 조이 주연 영화, 엠마가 눈에 띈다. 넷플릭스의 <퀸즈 갬빗>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서도 그녀의 매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안야 테일러 조이가,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아름답고 철없는 귀족 아가씨를 연기한다고? 일단 눈이 즐거운 것은 장담한다. (넷플릭스 <퀸즈 갬빗> - 2020년 최고의 드라마라던데, 정말일까?)

 

로튼토마토 수치는 87%에 관객 평점 72%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치이다. 

 

 영화 엠마

 

 엠마 줄거리

 

제인 오스틴이 묘사한 것처럼, 엠마는 아름답고, 영리하며, 부유하고 행복한 집안의 영국 젠트리 계급의 숙녀이다. (“handsome, clever, and rich, with a comfortable home and happy disposition.”) 런던에서 16마일 떨어진 하이베리에서 가장 부유한 하트필드 영지를 상속받을 아가씨이다. 신분이 높고 부유하며 아름다운 탓에 마을 사람들 모두는 엠마를 존경하고 선망한다. 

 

엠마의 교만함을 겨우 진정시켜 주었던 가정교사 미스 테일러가 떠나고, 엠마는 다른 커플들을 짝지어주는 중매에 재미를 들인다. 중매 실력이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사람들은 부잣집 아가씨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엠마의 기분에 맞춰 행동하다 보니, 엠마는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엠마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오래된 친구인 나이틀리 경 밖에 없다.

 

엠마는 결혼해서 떠난 가정교사 대신 기숙학원의 고아 소녀, 해리엇 스미스 양을 친구 삼아 데려온다. 엠마는 이 친구의 혼사에도 간섭하고 중매를 서려 하지만, 이상하게 일이 꼬이고 정신이 팔린다. 꽃길만 걸었던 아가씨가 처음으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발견한다.

 

 

 화려한 조지안 시대 리젠시 의상

 

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드는 첫 인상은 배경이 아기자기하고, 화려하고 섬세하다는 느낌이다. 장면 장면이 모두 부드럽고 예쁘게 장식되어 있어서, 이 영화를 보면 영국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저택을 짓고 살아가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귀족 여성에 당장 빙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름다운 영상미 덕분에 고전 미술의 명화 속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준다.

 

<레이디 인 가든>

 

조지안 시대의 느낌 충실한 깃털이나 리본 달린 보닛이라든지, 섬세한 레이스 목장식, 찰랑 퍼지는 하이웨스트 라인의 드레스를 보자. 영화가 만약 음식이라면 엠마는 빅토리안 시대 케이크 같은 영화이다. 

 

이 시대 의상을 보면 드레스가 마치 웨딩드레스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허리 라인이 높고 장식이 달린 드레스를 엠파이어 드레스라고 하는데, 현대의 웨딩드레스에도 이 시대의 패션 양식이 남아 있다.

 

현대의 엠파이어 웨딩드레스

이 시대 옷 양식을 웨딩드레스로 볼 수 있다니, 정말 예쁘긴 예쁜 드레스들인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이 좋고 나쁜 것과 상관 없이, 영상미는 무척 뛰어난 영화이다.

 

 캐릭터들의 매력

 

엠마는 본래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이 똑똑하고 지체 높고 아름다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교만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는 면도 있다. 그 단점도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이다. 엠마는 분명 선의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하지만, 그녀가 설마 틀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교만함 탓에 일이 틀어진다.

 

귀족 아가씨를 동경하는 해리엇

예쁜 귀족 아가씨도 매력적이지만, 이 해리엇이라는 캐릭터도 귀엽다. 자신이 아가씨에게 택해진 것도 마냥 기쁘기만 하고, 사랑을 꿈꾸며 아가씨와 함께 지낸다. 엠마는 별 근거도 없이 해리엇의 부친이 신분 높은 신사일 거라고 생각하며 허영심을 부추긴다. 덕분에 이래저래 안 해도 될 고생을 하지만, 엠마에게 자신의 교만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엠마에게 유일하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틀리 경이다. 피아노를 너무나도 아름답게 치는 다른 레이디를 보고 그가 엠마의 속을 슬슬 긁는다.

 

속물 근성이 끝까지 보이는 엘튼 부부의 모습이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 나왔던 타냐 레이놀즈가 교양 있는 척하며 참견하기 좋아하는 엘튼 부인 캐릭터의 모습을 잘 연기했다. 표정만 봐도 속물 같아서 코믹한 상황을 연출해 낸다.

 

 마치며

 

소설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2020년 영화에서는 엠마의 신분제에 대한 시각이 순화되었다. 엠마가 이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1815년에 발표된 소설인 것을 감안하면, 소설 속에서 엠마가 신분제를 극복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각색한 부분이 좋은 것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국 소설 중에서도 고전 명작인 <엠마>의 유머나 풍자를 다 담아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눈이 호강하는 화려한 영화이고, 다시 제인 오스틴 소설을 꺼내보게 만든다.

 

 

www.youtube.com/watch?v=qsOwj0PR5Sk&ab_channel=FocusFeatures

 

 

(이미지 출처: 영화 엠마, Focus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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