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름을 따 강남에 테헤란로를 만들었고, It was in Shiraz라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쉬라즈는 이란의 옛 수도로서, 아름다운 핑크 모스크라든지, 세계 문화유산이자 옛 페르시아 대제국인 아케메네스 왕조의 옛 수도 페르세폴리스와 그 유명한 샤한샤(왕중왕), 다리우스 대제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세계에 비춰지는 이란의 모습은 이 핑크 모스크만큼 아름답지는 못하다. 연일 핵무기 보유 문제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테러, 인권침해, 극단적인 이슬람주의로 얼룩져 있다. 뉴스에 보이지 않는, 이란 사람들의 삶은 어떠할까.
이슬람이지만 아랍 국가가 아니다
이들은 아랍어를 쓰지 않고, 페르시아어를 쓴다. 그러나 아랍과 이슬람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참 슬픈 일처럼 느껴진다. 이슬람이니, 아랍이니 우리가 보기엔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겐 목숨을 걸고 구별해야 하는 단어이다. 중동 지역에 그렇게 많은 전쟁이 있는 이유도, 그런 종파와 민족을 구분하고 너네가 맞니 우리가 맞니 하며 싸우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이유가 있긴 하다.) 종교에 죽고 종교에 살고, 종교에 완전히 미쳐 있기 때문에 정치도 종교에 고개를 숙이는 신정국가이다.
낮은 여성 인권과 예술 탄압
이란은 글로벌 팝 앨범 커버에 여자가 나온 사진을 모두 삭제해서, 국제사회에서 비웃음을 산 바 있다.
우리가 보면 정말 코웃음을 칠 일이지만, 이란 여성들에게 이 차별은 현실이다. 여자는 스포츠 경기 관람을 하거나 춤을 출 수도 없고,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베일을 쓰지 않고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것도 처벌 대상감이다. 이란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그 처벌이란, 매질이나 돌팔매질일 정도로 끔찍하다.
이란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볼 수 있듯 이란의 영화 산업은 예술성이 뛰어나지만, 그에 대한 검열도 엄청나다. 모하마드 라술로프라는 이란 영화감독은 <데어 이즈 노 이블(There Is No Evil)> 영화로 2020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출국금지를 받고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하고 그 후 징역살이를 했다.
예술로 저항하다
이란에 대해 갑자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란인 여성 포토그래퍼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포커스 이란, 대담한 전경'(Focus Iran, l'audace au premier plan)이라는 작품을 보고 나서부터이다. 이란 여성들이 처벌을 받을 각오를 하고 국제사회에 이란에 대해 알리기 위해 만든 독립영화다.
이란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베일이다. 피사체의 여성은 언제나 베일을 써야하고, 신체 표현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외에도 금기가 많아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그들의 삶은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것처럼 답답하다.
타임즈, 뉴욕타임즈, 뉴스위크, 르 몽드 등 유명 신문사의 사진기자로서, 포토 저널리즘 상까지 수상한 뉴샤 타바콜리안 작가, 그리고 그녀의 모델이 되어주는 이 사람은 바로 그녀의 여동생이다. 이 여동생은 항상 검은색 히잡을 쓴다.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들은 취업 시장에서 가장 낮은 계층에 존재하고, 학위가 아무리 좋아도 직업을 구할 수가 없다. 그들은 이란을 떠나 국제 무대로 가면 좋은 기회가 있다는 걸 알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란의 여성 포토그래퍼들은 금기를 깨기 시작한다. 그들이 히잡 없이 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금기에 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저항은 여성인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란에서는 가뭄과 물부족이 심각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강물은 오염되고, 바다는 말라간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강물은 종교적으로 신성하고, 세례를 받는 곳이라 그것이 오염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염을 인정하지 않으니, 정화가 될 리 만무하다.
이 포토그래퍼들은 이란의 참상을 과감히 고발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나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이란은 가장 비난을 많이 받는 나라이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결국 다 같은 인간일 뿐이다. 핵도 아니고, 독재자의 이미지도 아닌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이란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영화에 나온 네 명의 사진작가들은 위험을 감수하고라서도 이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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