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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넷플릭스 대시 앤 릴리 - 북러버와 Z 세대의 사랑

by 밀리멜리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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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넷플릭스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담뿍 담은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가 나왔다. IMDB 7.7점에 로튼 토마토 100% 토마토미터에 80% 관객평점. 나쁘지 않은 평가이다. 개인적으로 푹 빠져서 볼 수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라는 시간배경과 뉴욕 도심이라는 공간배경만으로 이미 아름다운 화면에 눈이 즐겁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을 소개한다.

 

 독특하고 인상적인 썸타기

 

남주인공 대시와 여주인공 릴리, 이들의 만남은 Z 세대답지 않게 아날로그 방식이다. 휴대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서점 책장에 놓아둔 빨간 노트로 이들의 썸이 시작된다.

 

여기서 'dare'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진실게임'과 비슷하다. 정식 명칭은 'Truth or dare'인데, 친구들끼리 모여 진실게임을 할 때 외치는 말이다. 질문을 받았을 때 truth를 선택하면 아무리 창피하고 부끄럽더라도 진실되게 답해야 한다. 싫다면 dare를 선택하고 대신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든지, 낯선 사람에게 뻔뻔한 부탁을 한다든지 하는 정해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미션은 책에서 힌트를 찾는 보물찾기 방식으로 시작해서, 백화점 산타에게 낯부끄러운 부탁을 한다든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한 채 힌트를 찾아가면서 둘은 서서히 마음을 공유하고 가까워진다. 데이팅 앱이 유행을 타는 시대에 얼굴 모르는 상태로 퀴즈를 내며 썸을 타는 이 커플이 낭만적이고도 아날로그적이다. 

 

독서와 서점을 사랑한다면... 

 

책을 많이 읽지 않더라도, 독서 자체를 좋아하고 서점을 사랑한다면 이 둘이 펼치는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북러버에게는 이보다 더 환상적인 로맨스는 없다.

 

1)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서점, 스트랜드 북스토어(Strand Bookstore)

 

뉴욕의 명소, 스트랜드 서점

이 시리즈의 주요 배경이 되는 빨간 간판의 스트랜드 서점(Strand Bookstore)은 뉴욕의 명소이다. '장미의 이름'을 쓴 작가, 움베르트 에코는 이 스트랜드 서점을 두고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라고 평했다고 한다. 이 서점에 있는 250만 권의 책을 늘어놓으면 18마일이 된다고 해서, 스트랜드의 슬로건은 18 마일의 책(18 Miles Of Books)이다. 1927년 문을 연 세상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이고, 운이 좋다면 초판본이나 희귀본을 구할 수도 있다. 게다가 독립서점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판치는 이 시대에 중고책과 희귀본이 있는 낡고 커다란 서점이라니. 책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쯤 꼭 가보아야 할 곳이다.

 

2) 문학 레퍼런스

 

샐린저 책장

그 서점 안에 자리한 책장 한켠, J.D. 샐린저의 책으로 가득 차 있다. 왼쪽의 주황색 표지가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이다. 여주인공 릴리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샐린저의 '프래니와 조이'이다. 미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책인지, 미국 배우 조이 데샤넬의 이름도 이 책에서 따왔다고 한다. 

 

제임스 패터슨 책을 줬냐는 말은 '나 엿먹이려는 거냐'라는 뜻인데, 북러버들의 인사이드 조크이다. 제임스 패터슨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책을 가장 많이 써낸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해리포터'의 조앤 K. 롤링 다음으로 돈을 많이 번 작가이다. 서점에 가면 제임스 패터슨 구역만 따로 마련해 놓은 걸 볼 수 있는데, 이 유명 작가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다. 비밀 공동작가가 있다는 소문이 있으며, 예술적 가치보다 박리다매식으로 장르추리소설을 마구 써내는 작가이자 돈만 쫓는다는 인식이 있다. 공항에서나 시간 떼우기 용으로 읽지, 누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다면 정말 황당할 만한 책의 작가이다.

 

마르케스를 아시나요...

책 읽는 남자는 멋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은 자고로 멋있어야 한다. 문제적 남자라는 TV 프로그램이나, 뇌섹남이라는 유행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 읽는 남자는 멋있다. 이 꺼벙하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매력적인 문학남으로 변신한다. '너드남'이 이상형이 되는 건 이런 거다. '백년의 고독'의 그 마르케스를 알다니, 너무 멋있는 거 아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여주인공 릴리가 푸른 드레스를 입고, 괴상한 차림의 문지기가 지키는 미지의 세계로 입장한다. 그것도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퍼런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명작으로, 그 문학적 가치가 뛰어나 상징와 묘사가 아직까지도 해석되는 고전이다.

 

 

Z 세대의 사랑

 

하이틴 로맨스이다보니, 이 커플은 Z 세대를 대표한다. Z 세대는 9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최초로 SNS와 핸드폰을 접하며 태어난 세대이다. 내 생각에 이 세대는 사회 이슈에 민감하고 비교적 더 빠르게 성숙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시리즈에서 목격한 Z 세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9살의 어린 나이에 벌써 대량생산 시스템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사회 이슈를 일찍 접하고, 그런 이슈에 대해 이미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그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Z 세대들은 환경 이슈에도 민감하다.

 

기후변화로 북극이 파괴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기성 세대에게는 무감각한 말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Z 세대는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가 이미 기후 변화로 파괴되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에 쉽게 분노한다. Z 세대의 사람으로서, 기후변화로 운운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욕이지만, 기성 세대는 그게 욕이라는 걸 모른다.

 

Z 세대는 이혼 가정이 많다. 맞벌이 부모는 기본이고, 이혼률이 사상 최고로 치닫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이다. 두 사람 중 하나가 이혼 가정의 아이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설정인 것 같다.

 

둘 다 크리스마스에 피지 섬이니, 스웨덴에 간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다. 비교적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운 편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을 잘 표현해 낸 '대시 앤 릴리'는 정말 잘 쓰여진, 재밌는 드라마이다. 한 편당 20분 남짓한 짤막한 시간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로맨스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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