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영상리뷰

[넷플릭스 다큐] 꿈의 비밀, 익스플레인 : 뇌를 해설하다 - 우리는 왜 꿈을 꿀까?

by 밀리멜리 2020. 11. 10.

반응형

넷플릭스의 익스플레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큐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편은 꿈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실 정확히 말하면 '왜' 우리가 꿈을 꾸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뇌신경학자들이 나와서, 우리가 어떻게 꿈을 꾸는지, 왜 꿈이 필요한지에 관해서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어떻게 꿈을 꾸는가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우리의 뇌 속 뉴런이 활발하게 전기 자극을 주고받으며 무작위한 전자기파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는 너무나 재미있다. 뇌가 자면서도 엄청나게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꿈은 렘 수면 상태에서 꾸게 되는데, 깨어 있을 때 만큼이나 활발하게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활발하게 뇌는 신호를 보내지만, 우리는 뇌가 깨어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몸이 마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는 움직이라 명령한다. 말하고, 뛰고, 웃으라고 몸에게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 신호를 받고도 우리의 두 팔과 다리는 가만히 누워있다. 뇌의 신호를 차단하고, 움직이는 것을 거부한다. 이 거부하는 작용도 뇌에서 일어나는데, 뇌간(Brain stem)에 있는 뇌교(pons)라는 부분이 신호 차단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이 마비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부분이 '눈'이다. 몸의 모든 곳이 마비되고 눈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눈은 뇌의 신호를 받아 미친 듯이 빠르게 움직인다. 그래서 꿈 상태의 수면을 렘 수면, 래피드 아이 무브먼트(Rapid Eye Movement)라고 부른다.

 

그래서 뇌교에 이상이 생긴 사람은 자면서도 걸어다닌다. 뇌에서 보내는 신호가 차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렘 수면 상태이지만, 눈 말고도 다른 부분이 움직이는 상태인 것이다.

 

 꿈이 비현실적인 이유

 

꿈은 이상하다. 내 집 앞의 익숙한 골목을 돌아섰더니 갑자기 인도같은 이국적인 나라가 나온다.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데 알고 보니 바다를 달리고 있고, 분명히 모르는 곳이지만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용암이 흘러다니는 화산섬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갑자기 옷을 입지 않았다거나 학생이 되어 시험을 치기도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이 이유없이 죽어나가서 배틀 로얄의 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왜 이렇게 꿈은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되며, 뒤죽박죽일까? 

 

비현실적인 꿈의 세계

이것도 뇌의 작용이다. 꿈을 꿀 때, 뇌의 전전두엽피질이라는 곳이 비활성화된다. 이곳은 이성적인 판단, 논리성, 도덕성을 담당하는 곳이다. 우리 뇌는 적어도 꿈을 꿀 때 만큼은, 논리적인 판단이 필요없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또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깨어있을 때보다 더 크게 활성화된다. 그래서 꿈에서는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가 보다.

 

 

 꿈의 해석

 

고대 문명에서는 꿈을 신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신이 꿈을 통해 인간에게 경고를 하거나, 지시를 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꿈을 해독하는 문화도 크게 발달했다. 3천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도 언어 유희를 이용해 꿈을 해석했고, 서기 2세기 로마 제국에서도 꿈을 연구했다.

 

하지만 꿈 해몽은 고대의 문화만은 아니다. 빅토리안 시대 영국에서는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으면 악몽을 꾼다고 생각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스크루지가 유령을 보자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보이다니 소고기가 소화되지 않았나 봐. 아니면 덜 익은 감자를 먹었거나."

 

현대로 들어서면서, 과학적으로 뇌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뉴런의 존재를 발견했다. 뇌에 전기 자극을 흘려보내면 사람들이 환각을 보기 시작했고, 꿈도 이런 전기자극의 일종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지그문드 프로이드와 칼 융은 꿈에 나오는 것들이 인간 내면의 한 모습이며, 각 이미지들이 상징하는 바가 따로 있다고 보았다.

 

이가 빠지는 꿈은 누군가가 죽는 꿈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연구자들이 이 꿈에 대해서 연구했더니, 이러한 꿈을 꾸는 사람들은 보통 불안해하는 성격을 지녔고, 치아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생각한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우리는 꿈을 현실의 반영이라 생각한다. 고대 신의 메시지라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발전이다. 하지만 꿈은 참 심오해 보이는데, 그냥 현실 세계에서 일어났던 기억의 조각과 감정으로 만든 이야기일 뿐인 걸까? 정말, 그게 다일까?

 

 꿈과 학습능력

 

꿈을 연구한 뇌신경학자들이 발견해낸 성과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꿈을 꿀 때 창의력과 학습능력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미로 공부를 하게 시키고 낮잠을 재웠다. 이 사람들을 깨우고 미로 꿈을 꾸었다고 말한 사람들은 미로 실력이 월등하게 향상되었다.

 

미로 꿈을 꾸면 미로 실력이 향상된다.

다큐에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나도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고 3 수능을 몇 달 남겨놓았을 때였다. 저녁을 먹고 수학 극한 부분을 한창 풀다가 잠에 들었는데, 그날따라 핸드폰이나 다른 걸 보지 않고 문제를 풀다가 바로 잠에 들었다. 그날 밤 꿈에서도 자기 전 풀었던 극한 문제를 계속해서 풀었다.

 

나는 꿈에서 비슷한 형식의 극한 문제를 숫자만 바꾸어서 수도 없이 반복해 풀었다. 너무 많이 풀어서, 꿈에서도 지겨운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그게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생생했다.

 

그 꿈을 꾸고 너무 신기해서 그날 아침 친구들한테 얘기를 했다.

 

"야, 나 어젯밤 꿈에서도 극한 풀었다."

"미친, 공부 너무 열심히 한 거 아니야? 좀 쉬어라!"

 

친구들이 징글징글하다는 표정으로 야유를 던졌지만, 실제로 그 전날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낮 동안 하루종일 딴짓을 하면서 놀았기 때문에 죄책감이 들었고, 밤에 집에 돌아와서야 짧게 집중해서 수학을 풀었던 것 같다.

 

참 신기한 것이, 그날 이후로 극한 부분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극한이 너무나도 쉬워져서, 극한 문제가 나오면 신이 났다. 결국엔 손으로 계산식을 쓰지 않고도 머릿속으로 극한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이던 수학 점수가 나날로 상승했다. (무슨 인터넷강의 광고 후기 문구 같지만...ㅋㅋㅋ)

 

그 꿈을 꾸고 나서부터 극한 이외의 다른 부분도 쉬워져서, 수학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매번 1등급을 찍었다. 지금은 수학책을 들여다보지 않은 지 한참 되었으니... 그때처럼 극한 문제를 보고 신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참 하게 되었지만 이 다큐에서 말하는 '꿈이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꿈과 망각의 중요성

 

자는 시간의 1/5는 꿈을 꾼다는데, 우리는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다 기억하고 싶지만, 뇌가 이런 정보를 망각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며 헬리콥터가 두두두두 거리는 소리를 들은 사람을 생각해 보자. 그는 하루라도 빨리 헬기 소리가 연상시키는 전쟁터의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한 집으로 돌아왔어도 헬리콥터 소리만 들으면 전쟁터와 같은 두려움이 온 몸을 휩쓸게 될 것이다. 전쟁은 전쟁이었고, 나는 안전한 집에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집어넣을 공간이 필요하다. 이 새로운 정보가 전쟁터의 장면과 헬리콥터의 소리 사이의 연관성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꿈이 필요하다. 망각하기 위해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