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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넷플릭스 <사카라 무덤의 비밀> - 고대 이집트와 고고학자들이 궁금하다면 꼭 봐야 할 영화

by 밀리멜리 202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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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몇 천년에 이어 흐르는 이집트 역사는 생각만 해도 매력적이고 환상적이다. 클레오파트라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기간보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클레오파트라까지의 역사가 더 길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이집트 역사에 있어서, 클레오파트라는 꽤나 최신 역사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 <태양의 여인> 같은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집트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하다. 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사카라 무덤의 비밀>은 영상미도 뛰어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다른 넷플릭스 다큐영화도 영상미가 뛰어나지만, 이 영상을 영화관에서 봤다면 어땠을까 싶은 그런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사카라'는 이집트 카이로의 남서쪽에 위치한 도시이며, 이 푸릇푸릇한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사막이 나오고, 사막에는 '죽은 자들의 도시', 네크로폴리스가 있다.

 

사카라 시 - 푸릇푸릇한 산 자들의 도시와 사막으로 뒤덮인 죽은 자들의 도시가 대비된다.

2018년, 이집트 사카라 시에서 4,400년이 된 무덤이 발견된다. 이 무덤은 한 번도 발굴되지도, 도굴되지 않은 이집트 제5 왕조 시대에 살았던 고위 관리의 무덤이며 고고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집트 대형 유적이다.

 

2019년 라마단을 6주 앞두고,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고고학 발굴을 하는 인부들과 감독관들은 모두 이집트인이다. 고대 무덤 발굴 현장은 그들의 일터이자 생계 수단이며, 모두가 염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발굴 작업은 할아버지 대부터 계속 이어져온 가업이며, 감독관은 자신의 아이를 일터에 데리고 와서 발굴 현장을 미리 경험시킨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없다. 곧 성스러운 달, 라마단이 오고 있고, 라마단 이전에 발굴을 해야 정부에서 발굴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나레이션의 설명에는 없지만, 아마 라마단에는 낮시간 동안 금식해야 하고, 배고픈 상태로 32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모래를 퍼 나르는 고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전까지 유물을 발견하지 못하면 모두가 직장을 잃게 된다.

 

발굴 현장의 강아지 - 아누비스를 닮은 건 착각일까?

그들은 4,400년 전에 살던 '와흐티에'라는 사람의 무덤을 발견했지만, 아직 와흐티에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무덤 내부 발굴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무덤 외부 발굴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무덤 외부에서도 많은 조각상이 발견되었는데,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바스테트의 모습을 한 조각상을 중심으로 수도 없는 유물이 많이 나왔다.

 

바스테트 조각상의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박사

기원전 고대 도자기 여신상이 발굴되자마자 이집트학 박사의 손으로 넘겨지고, 이 박사는 즉석에서 상형문자를 해독해 사람들에게 뜻을 알려준다. 바스테트 여신은 고양이 모습을 한 상냥한 여신이지만, 어두운 암사자의 면도 갖고 있어, 복수와 역병의 여신으로도 불린다. 그때는 바스테트가 아닌, 세크메트 여신으로 불린다.

 

무덤 외부에서, 각양각색의 시대의 유물들이 3,100점이 넘게 나왔다고 한다. 4,400년 전의 와흐티에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의 2,500년 전의 유물(2,500년 전을 최근이라 말하다니 이상하다), 람세스 시대의 유물도 쏟아져 나왔다.  

 

조각상뿐만 아니라 고양이 미라, 악어 미라, 그리고 최초의 사자 미라까지 나왔는데, 사자가 미라로 보관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학자들은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이렇게 동물들을 미라로 만든 이유는, 당시 신전에서 고양이 등을 키웠고, 그 고양이들을 신의 현신으로 생각해 찬양하고 기도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아닌 새끼 사자를 제물로 바친 것은 첫 발견이라고 한다.

 

이 미라가 새끼 사자라니!

무덤 외부에서 갖가지 유물이 발굴되고, 무덤 내부의 작업도 계속된다. 무덤 내부에는 수십 개의 와흐티에 조각상이 있고, 무덤 벽에는 '와흐티에'라는 이름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그 이름이 너무도 많이 등장해서, 이 와흐티에라는 사람은 에고이스트적이기도 하지만 뭔가 수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박사에게 글씨를 알아볼 수 없다며 불평하자, 박사가 하는 말이다. 상형문자를 즉석에서 해독하는 고고학자들은 얼마나 똑똑한 사람들일까? 미스테리는 너무 많지만, 학자들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와흐티에가 누구인지 알아야, 와흐티에의 무덤을 파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몇 명이고, 왜 이렇게 조각상을 많이 장식했는지, 가족이 다 함께 죽었다면 왜 죽었는지, 와흐티에는 왜 죽었는지, 미스테리는 너무도 많다. 가설만 많고, 진실은 캐내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유물은 필요 없으니, 미스테리를 풀 정보만 얻기를 기대한다는 고고학자들. 과연, 무덤 속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4,400년 전 이집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람들은 사막에서 유적이 발견되니, 고대 사람들이 사막에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덤 속 벽화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벽화에 따르면, 현대 이집트인이 농사를 짓고 야자열매를 따먹고 하는 것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고대 이집트는 사막이 아니었다.

 

오사마, 또 한 건 하다.

이 흰색 옷을 입은 인부의 이름은 오사마인데, 오사마가 감독관을 부를 때마다 유물이 빵빵 터져나온다. 오사마는 아마 보너스를 무척 많이 받았을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무덤에 얽힌 비밀을 모두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정보는 얻어내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족과 와흐티에의 뼈가 상한 것으로 봐서,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으로 죽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는 말라리아가 4,400년 전에도 존재했다는 최초의 기록이다.

 

학자들이 놀란 점은, 와흐티에 무덤의 외벽과 조각상이 화려한 것과는 반대로, 무덤 안의 미라는 관도 없이 덜렁 묻혔다는 점이다. 가족들의 뼈도, 반듯하게 눕혀져 있지 않고 세워져 있어 뼈 조각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학자들의 가설에 의하면, 와흐티에는 무척 높은 권력을 가진 사제로서, 자신의 형제의 무덤을 빼앗았다고 한다. 이집트인은 죽음의 세계로 들어설 때, 사후세계의 재판관들이 심장의 무게를 잰다고 한다. 이때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것을 훔쳤다면 영혼이 소멸되고, 죽음의 세계로 갈 수 없다.

 

하지만 형제의 무덤을 빼앗은 와흐티에가 그렇게 무덤을 꾸며 사후세계로 갈 수 있다고 믿은 이유는 더욱 놀랍다. 자신의 권력이 너무나도 대단해 사후세계의 재판관을 맡을 수 있으며, 자신이 형제의 무덤을 훔쳤더라도 자신이 재판관이기 때문에 소멸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자신이 염라대왕이라고 믿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정말 대단한 에고이즘이 아닐 수 없다.

 

위대한 조각상과 유적들을 보며,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위대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고고학자의 마지막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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