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영상리뷰

넷플릭스 다큐, 부자연의 선택 - 유전자조작으로 슈퍼휴먼이 된다면?

by 밀리멜리 2020. 11. 13.

반응형

영화 가타카에서는 두 형제가 나온다. 형은 유전적 결함을 갖고 태어나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이 99%이고, 동생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튼튼한 우성인자를 갖고 태어난 완벽한 인간이다. 둘은 성장하면서, 형은 신체적으로 동생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전공학이 발달한 사회에서, 형은 부적격자로 낙인찍히고 동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엘리트가 된다.

 

이런 영화 <가타카> 안에서의 새로운 계급사회가 우리가 유전공학에 관해 갖고 있는 공포를 잘 나타내는 것 같다. 부자들만 유전형질을 변형시킬 수 있어서 그들은 건강하고 젊은 모습으로 무병장수할 수 있지만, 그럴 만한 돈이 없는 나는 병에 걸리고 노인이 되어 시들시들 죽어간다면? 나만 빼고 모두들 슈퍼 인간이 되어 젊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잘 먹고 잘 산다면? 이것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더 있을까.

 

 

 크리스퍼(CRISPR)와 DNA 조작, 이미 가능하다.

 

가타카의 유전자 조작이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이 SF 소설같은 이야기는 이미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DNA의 한 부분을 잘라내 편집하는 크리스퍼(CRISPR)라는 기술을 발견해 냈고, 이를 통해 모든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크리스퍼는 유전자 가위로도 불리는데, 말 그대로 유전자를 가위로 자르듯 편집하는 기술이다.

 

과학자들도 몇 년 전이라면 '아마 그런 기술은 한참 있어야 할 겁니다'라고 말할 그런 기술이 이젠 가능해졌다. 이 영상에 나오는 제니퍼 다우드나 박사는 크리스퍼 기술을 발견한 공로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나도 이 영상을 보면서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과학자들은 이제 알츠하이머나 낭포성 섬유증, 에이즈와 암을 모두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이제 인간 유전자 조작은 더 이상 SF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크리스퍼 기술을 발견한 제니퍼 다우드나 박사.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만이 남는다. "해야 하는 것인가?"

 

 바이오해커 

 

인간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졌다는 사실도 충격적인데, 바이오 해커라는 개념은 그보다 더 충격적이다.

 

앞머리만 염색하고 귀에 피어싱을 주렁주렁 단 이 사람의 이름은 조시아 제이너(Joshia Zayner)로, NASA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똑똑한 과학자이다. 그는 스스로를 바이오해커라고 부르며, 다른 과학자들과 유전공학 회사를 설립해 자신의 차고에서 실험을 한다.

 

그는 부자들이 유전공학 기술을 독점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공포를 이해하고, 유전 기술을 누구나 값싸고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든다. 그는 크리스퍼가 포함된 DNA 박테리아 실험 키트를 단 140$에 팔고 있다. 이 실험키트에는, DNA 박테리아를 포함해, 박테리아 영양분, 실험장갑, 스포이드와 컨테이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키트만 있으면 누구나 집에서도 유전공학 실험을 할 수 있다.

 

이 바이오해커들에 따르면, DNA 주사 한 방으로 사람의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딱히 생식세포를 채취해 유전자 조작을 하고 그 배아를 키워내서 다음 세대부터 유전자 조작의 결과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사 한방이면 내 유전자가 바뀐다. 더 똑똑해질 수도 있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근육이 저절로 붙을 것이다.

 

그 주사를 십만원 정도에 사서 내 집으로 배달시킬 수 있다면, 여러분은 하겠는가?

 

 

불치병과 해충 없는 세상

 

이 다큐멘터리를 아우르는 유명한 찰스 다윈의 인용구가 있다.

 

"우리가 가난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이 자연법칙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제도 때문이라면, 우리의 죄가 크다."

 

유전병 하나 치료하는데 수백만 달러가 드니, 이는 제약회사와 보험회사의 탐욕이 만들어낸 제도의 탓이다.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유전자 조작이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은 잭슨.

이 9살짜리 꼬마는 부모로부터 RPE65 유전자를 제대로 받지 못해 유전병을 앓고 있다. 지금은 시력이 희미한 상태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곧 실명할 것이다. 우주비행사가 꿈인 잭슨을 위해, 그가 받지 못한 유전자를 고쳐 주려고 한다.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잭슨. 그 치료가 희망적이었으면 한다.

 

HIV 바이러스로 인해 에이즈를 앓고 있는 이 청년은 트리스탄이라는 바이오해커를 통해 자기 자신에게 조작된 유전자를 직접 주사했다. 그 장면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분노했다. 정말, 주사 한 방으로 에이즈가 나을 수 있을까? 아무런 부작용도 없을까? 그냥 실험쥐를 대신한 건 아닐까?

 

과학은 과정이다. 인간 실험의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인간 뿐만 아니라, 다른 종도 크리스퍼를 이용해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 아프리카의 말라리아를 없애기 위해 모기에게 유전자를 주입하는 방법, 뉴질랜드의 외래종 쥐를 박멸하기 위해 유전자 드라이브를 만드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생태계의 생명체 한 종을 없애는 무시무시한 행위이므로, 아직 윤리적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영상에 소개된 바이오 해커들처럼,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 종의 박멸을 위해 실험을 하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마치며

 

이 기술이 가능하기 전, 그러니까 몇 년 전에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굳이 고민하더라도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 미래의 세대들이 결정하도록 미루면 되니까.

 

하지만 틀렸다. 이 어려운 윤리적 문제에 답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과학 발전은 그대로 머무를 것이고, 시도한다고 해도 만약 실패한다면 생명 공학, 유전 공학은 몇십 년 이상 퇴보할 것이다. 아니, 실패한다면 과학의 퇴보가 문제일까? 생태계가 다 황폐화되어 인류 멸종 직전까지 갈 지도 모를 일이다. 그 피해가 너무 커서 다시는 우리 생태계가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유전형질을 바꾸는 주사 한 방을 10만원 돈에 살 수 있다면, 여러분은 감히 그 주사를 맞겠는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