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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캐나다 아토피 원격진료와 듀픽센트 후기

by 밀리멜리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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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있었고 이 증상은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을 무리하면서 하느라 증상이 악화되었고, 캐나다에 와서도 적응하느라 몸이 조금 힘들었는지 아토피가 잘 낫지 않았다.

결국 몬트리올의 아토피 전문가를 찾아 큰 병원을 다녔고, 다행히 치료가 잘 받았는지 금방 증상이 완화되었다. 나를 봐준 의사는 내 아토피가 심한 편이라 판단했고, 처음엔 스테로이드도 써야만 했다. 스테로이드는 한달 후 끊을 수 있었고, 면역치료는 4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의사는 얼마 안 있어서 아토피 신약인 듀픽센트를 처방해 주었다. 

이미 의사가 내 증상을 알고 있어서 원격진료가 가능했던 것 같다. 초진 환자라면 아무래도 직접 의사를 보고, 팔로우업할 때는 원격진료가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원격진료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환자의 위급한 정도를 보고 원격진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때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를 하는 듯 하다.

 

 

 캐나다의 원격진료

 

지금까지 병원에 3번 방문했는데, 다음 진료 날짜는 금요일로 예약되어 있었다. 이틀 전, 병원의 의료비서의 전화를 받았다.

 

"금요일이 예약날짜인데, 병원에 올 필요가 없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전화를 할 테니 그때 전화를 받으세요. 괜찮죠?"

"네, 좋습니다. 언제쯤 전화가 오나요?"

"아마 오전 10시쯤일 거예요. 전화 꼭 옆에 두세요."

"알겠습니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있는 와중에 병원에 따로 가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큰 병원이라 직접 가는 것도 걱정된다. 보통 병원에 가면 최소 3, 4시간은 걸려서 그날 하루 일정을 포기해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프랑스어 수업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서 결석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잠깐 카메라를 끄고 전화를 받으면 되니 결석할 필요도 없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긴 대기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원격진료가 정말 편한 것 같다.

 

금요일 당일, 오전 10시에 온다던 전화는 1시 40분에 왔다. 뭐... 어차피 집에 있으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안녕하세요, 의사 제네비브라고 합니다. 몸은 좀 괜찮아요?"

"네, 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치료 시작하고 나서 정말 많이 나았어요."

"그 말을 들으니까 정말 다행이네요. 지금 면역치료를 하고 있으니까 질문을 좀 할게요."

 

라고 시작된 그녀의 질문은 40가지가 넘는 것 같았다. 면역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알러지에 이르기까지, 아토피 뿐만 아니라 몸 전체 건강에 관해 챙겨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처음에는 영어로 신체기관이나 증상을 설명하는 게 어려워서 조금 긴장했는데, 의사선생님이 친절해서 곧 편하게 통화할 수 있었다.

 

의사와의 원격진료는 약 40분동안 진행되었다. 실제 가서 받는 진료보다 대기시간은 적고 의사와 상담하는 시간은 더 많은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전화로 하는 원격진료

 

 

 캐나다의 원격진료 처방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는 것도 편한데, 약 처방을 받는 것도 정말 쉬웠다.

 

"지금 먹는 약은 괜찮나요? 별 이상 없어요?"

"약 먹으면 좀 어지러워요. 힘이 별로 없구요."

"피 검사 결과를 보니 약간 빈혈이 있어요. 아마 그것 때문일 거예요. 철분제를 좀 처방해 줄게요."

"아, 그래서 그랬군요. 처방전을 어떻게 받나요?"

"여기서 바로 약국으로 처방전을 팩스로 보낼거예요. 그럼 약국에 전화하면 약국에서 집으로 약을 배달해 줄 거예요."

"아, 정말 감사하네요."

 

전화를 끝내고, 자주 가는 약국에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방받은 약을 배달받고 싶은데요."

"네, 이름과 전화번호, 구입하실 약 이름과 양을 말씀해 주세요."

"철분제 한 달치를 처방받았는데, 그걸 받고 싶어요."

"월요일에 배달원이 집으로 약을 배달해 드릴겁니다. 배달완료되면 문자를 드릴테니, 찾아가시면 됩니다."

"계산은 어떻게 하나요?"

"이미 저희 약국에 카드정보가 등록되어 있으니, 그걸로 결제해도 괜찮죠?"

"네, 그래주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간단했다! 원격진료는 처음이라 사실 이게 원격진료인지도 모르고 전화를 받았는데^^;; 병원에 가는 부담이 없어서정말 편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꼼꼼하게 봐주어서 마음이 놓인다.

 

 

 면역치료와 듀픽센트 후기 

 

듀픽센트는 거의 20년만에 나온 아토피 신약으로, 부작용은 적으면서 효과는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듀픽센트를 맞기 시작한지는 갓 3개월이 되었고, 의사선생님 말에 따르면 4개월쯤부터 약효가 발휘된다고 한다. 지금은 군데군데 피부에 불그스름한 부분이 보이는 편이지만, 부분적이라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거의 가렵지 않아서 좋다. 가렵지 않으니 각질도 없고, 아토피 흔적이 남았있다는 것 외에는 정말 건강하다.

 

아직 듀픽센트의 약효가 퍼지지 않았으니, 아마 지금 좋아진 것은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면역치료는 몸에 조금 무리가 가는 편이라서, 나는 치료 시작 전에 면역억제제를 별로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어떤 걸 선택하든 나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듀픽센트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려면 조금이라도 면역 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결국 면역치료와 듀픽센트를 병행했고, 의사선생님의 충고는 옳았던 것 같다. 아토피를 오랫동안 앓아오면서 솔직히 나는 의사에 대한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였는데, 이번 선생님은 아토피 연구도 많이 하고, 진정으로 환자를 생각해서 최선의 방법을 권해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뢰감이 갔다.

 

 

 건강은 중요하다

 

사실 거의 포기상태였던 아토피가 많이 나아져서 변화가 많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건강을 되찾으니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다. 조금 설렁설렁했던 운동을 본격적으로 꾸준하게 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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