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유회사, 엑슨 모빌은 가히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엑슨 모빌의 위상은 대단해서,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과 시가총액 1위를 두고 겨루던 사이였다. 하지만 그 시절이 다 갔는지, 엑슨 모빌은 지난 40년만에 처음으로 25조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석유업계를 둘러싼 부의 역사에는 미국 남북전쟁 시대에 정유산업을 일으켰던 록펠러로 올라간다.
록펠러 가문의 후계자, 엑슨 모빌 (Exxon Mobile)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석유왕 록펠러가 창립한 회사, 스탠더드 오일이 엑손 모빌의 모체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클리블랜드에 살던 록펠러는 자신의 지역에서 유전이 발견되었음을 알게 된다. 당시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곧 '이거다!' 싶어 동업자인 앤드류스와 클라크를 끌어들여 정유 산업을 발전시켰다.
사업을 점점 확장시키던 와중에, 록펠러는 동업자 클라크와 갈등을 맞이한다. 클라크는 석유 산업 확장을 껄끄러워했고, 록펠러는 곧 앤드류스와 손을 잡고 회사 경매를 한다. 록펠러에 의하면, 그 날이 "살아갈 길이 정해진 날"이라고 말했다.
경매는 1865년 2월 2일에 열렸고, 록펠러는 앤드류스와 손을 잡고 클라크에게 맞섰다. 클라크가 500달러부터 입찰을 시작하자, 록펠러가 바로 1000달러를 불렀다. 가격은 계속 올라가서 4만, 5만, 6만 달러가 되었다. 어느 쪽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 동안 가격은 어느덧 7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 긴 침묵이 흘렀다.
"7만 2000달러." 절망적인 목소리로, 모리스 클라크가 말했다.
"7만 2500달러." 록펠러가 주저없이 대답했다.
클라크는 손을 들었다. "이제 이 회사는 자네 것일세."
그 이후부터 록펠러의 삶은 세계 1위의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록펠러의 수입은 점점 증가했다. 1880년이 지나자 석유의 시대가 열렸다. 록펠러의 회사 스탠더드 오일은 전 세계 석유 시장을 독점하면서 엄청난 시장 장악력을 자랑했다.
그의 나이 43세에 미국 최고 부자가 되었고, 사업의 중심을 경제 중심지 뉴욕으로 옮기면서 순식간에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GDP와 인플레이션 등등을 감안해도 2019년 현재의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보다 3배나 부자라니. 그 후 몇십년 동안 록펠러의 부가 엄청나게 쌓여서 쓰지 않으면 깔려 죽을 만큼의 수입이 발생했다. 다 전 세계 석유 산업의 90%를 장악한 덕분이다.
그렇게 산업을 독점하며 부를 축적하던 스탠더드 오일 사는 1911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34개의 회사로 쪼개지게 된다. 그렇게 쪼개졌다 합병했다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남은 록펠러 회사 중의 하나가 지금의 엑슨 모빌이다.
이런 록펠러 후계자 회사들은 엑슨 모빌 이외에도 쉐브론, BP 등이 있다. 독점을 피하기 위해 여러 회사로 쪼개졌지만, 전체적으로 이 회사들은 트러스트를 이룬다.
반독점법으로 때려 부숴도 이 회사들은 바퀴벌레처럼 살아나 "오히려 좋아!"를 외친다. 그렇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업계인 미국 석유 산업이 탄생했다. 그 모습은 가히 자본주의가 낳은 악의 탄생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엑슨 모빌의 이미지
내가 엑슨의 이름을 처음으로 들어본 것은 엑슨 발데즈 호의 해양 원유 유출 사고 때문이었다. 이 회사가 바다에 얼마나 많은 석유 유출 사고를 일으켰는지 세기가 힘들 정도이다. 몇십년 동안 배상금을 몇백 억 원씩 내고도 건재했던 조금 이상한 기업이었다. 그런 대형 사고를 일으키고도 어떻게 계속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는지 대단하다.
그렇게 해양 생태계는 안중에도 없는 엑슨 모빌은 록펠러 후계자들 중에서도 가장 돈이 많고, 그 위용을 자랑하면서도 제일 건드리기 힘든 회사인 것 같다. 엑슨이라는 이름 자체가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의 줄임말인 S.O.를 발음한 이름이니... 내가 정통 후계자야! 하고 떠드는 느낌이다.
에너지 전환의 시기, 고집불통 엑슨모빌
모두들 석유의 시대가 가고 신재생 에너지의 시대가 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는 엑슨 모빌에게 "좀 더 현명한 투자를 해라.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사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충고한 바 있다. 엑슨 모빌의 주주들도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엑슨 모빌은 이런 조언들을 못본 척했다. 엑슨 모빌은 화석 연료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머징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석유의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청정 에너지의 압박에 엑슨 모빌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제안했다.
엑슨 모빌의 이런 사업 구상이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현재로선 매우 비싸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이 회사는 사람들이 친환경을 요구하는 이유를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뭐... 그것도 도움은 되겠지만, 좀 더 급한 게 있잖아?
다른 형제 정유업계인 쉐브론은 그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엑손과는 다른 대응방식을 보였다. 2020년 초 코로나 쇼크로 원유가격이 하락하자 쉐브론은 당장 예산 삭감을 감행했고 직원을 감원했다. 게다가 쉐브론은 에너지 트렌드 변화를 대비해 태양열, 태양광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엑슨 모빌의 내부 문서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겠다"는 말이 나와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행태를 보여준다. 엑슨 모빌의 위세는 점점 떨어져가고, 2020년 8월에는 다우 존스에서 퇴출되는 수치를 겪기도 했다. 결국, 2020년 엑슨 모빌은 40년만에 처음으로 25조의 적자를 기록했다.
애쓰는 엑슨 모빌
엑슨 모빌의 체면과 함께, 시가총액 순위도 말도 아니게 떨어졌다. 결국에 업계 1위도 형제회사인 쉐브론에게 뺏긴 엑슨 모빌은 결국에 물러나야 할 때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엑손의 CEO가 며칠 전 쉐브론을 만나 인수합병을 논의했다고 한다. 만약 둘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비용 절감과 친환경 정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면, 이 록펠러의 후계자들은 또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두 회사의 합병이 실제 가능성이 있는 일인지도 확실치 않다.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최우선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와중에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세계 원유 생산의 7%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반독점 규제라는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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