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픽센트를 꾸준히 맞은 지 5개월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의 판단으로 나는 듀픽센트를 맞으면서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를 함께 복용했다. 그리고 저번 달 4개월차에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끊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환우분들이 내 후기를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4개월 복용 후기
대학병원 치료 전 내 아토피 상태는 최악이었다. 오랫동안 스테로이드를 썼다 안썼다 반복하며 아토피는 더 악화되었다. 밤마다 잠도 잘 수 없어서 평균 수면시간이 2~3시간밖에 되지 않아 피곤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생각되어 4년째 스테로이드 연고 없이 버텼다.
지난 10월 병원치료를 시작했고, 의사선생님은 염증이 심각하니 단기간이라도 스테로이드를 써야한다고 약을 처방해 주셨다. 나는 망설였지만 어떻게 하든 의사선생님을 믿기로 했고, 약 3주간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발랐다. 4년동안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인지 연고를 바르자마자 피부가 씻은 듯이 나았고, 잠도 7시간 푹 잘 수 있어서 몸이 개운했다.
아토피가 중증이었기 때문에 면역억제제와 듀픽센트를 병행해서 치료했다. 면역억제제도 역시 꺼려졌지만 의사선생님은 둘을 병행해야 듀픽센트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사선생님도 이 약이 독한 것을 알고 있어서 최소 복용량인 하루에 100mg을 처방해 주었다. 전담 교수님과 레지던트 선생님 모두 하루에 사이클로스포린 100mg은 미량이어서 몸에 별로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이클로스포린이 잘 들었던 모양인지, 스테로이드를 끊어도 아토피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조금 가렵고 피부가 부풀어 오르긴 했지만 프로토픽 연고를 바르고 하룻밤 푹 자고 나면 사라졌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프로토픽이 면역억제제와 비슷한 효과를 가졌다고 한다. 아토피 없이 살게 되니 성격이 좀 더 온화해지고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내가 겪은 부작용은 힘이 쭉 빠지는 증상이었다. 조금이라도 끼니시간을 놓치면 쓰러질 것 같이 힘이 쭉 빠졌다. 조금이라도 과식을 하면 체했고, 끼니를 거르거나 적게 먹으면 쓰러져 누워 있어야 했다. 무슨 배꼽시계인지 평소에 6시에 저녁을 먹는다고 치면, 6시 반만 되도 쓰러졌다. 힘들었지만 오히려 좋은 식사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픽픽 쓰러지는 느낌은 정말 불쾌했다. 운동을 하거나 밖에 오래 걸어다닐 수가 없었다. 사이클로스포린의 부작용을 찾아봐도 나같은 사례는 드문 것 같았지만, 밥을 꼬박꼬박 잘 먹으면 크게 힘든 것은 없어서 잘 견딜 수 있었다. 면역억제제를 끊고 한 달이 지나니, 이제 힘이 없어지는 느낌은 다 사라졌다.
듀픽센트(듀필루맙) 5개월 후기
면역억제제를 끊어도 아토피가 올라오지 않는다. 가장 심했던 부위에 군데군데 붉은 자국이 있긴 하지만 크게 가렵지 않다. 이제는 거의 상처 흔적만 남았고, 상처 흔적이 없는 부위는 아기피부처럼 부드럽다. 너무 심했던 부위는 색소가 빠져 얼룩덜룩하지만, 의사선생님 말로는 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제 색을 찾을 거라고 했다.
다만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눈이 가렵고 염증이 생긴다는 점이다. 듀픽센트를 맞는 환자의 10% 정도가 결막염이 생긴다고 하던데, 내가 그 10%에 해당될 줄이야...
최대한 눈을 만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손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결막염이 심하지는 않아 자주 인공눈물을 넣어주고, 눈 주위 피부에 모이스쳐라이저를 발라 건조하지 않게 해주면 관리가 가능하다. 이 정도로 아토피가 다 낫다니 감수할 만 하다.
보습관리
거의 나았다고 봐도 되지만, 가끔씩 가려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정도는 보습관리를 잘 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의사선생님이 처방해준 로션이 정말 괜찮은 편이다. 의사선생님 볼 때마다 모이스쳐라이저 하루에 몇 번 발랐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잘 안발랐다고 하면 엄청 잔소리를 하신다.
처방받은 로션은 유세린 아쿠아퍼 힐링 오인먼트 라는 로션인데,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미국인 친구가 이 로션을 추천해 준 적이 있다. 사려고 했었는데, 문제는 한국에서 이 로션을 사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때에는 직구 아니면 살 수가 없었어서 포기했었다. '유세린 아쿠아퍼'라는 이름을 가진 로션 종류가 많은데, 나는 그 중에 '힐링 오인먼트'라는 문구가 붙은 로션만 썼다.
질감은 조금 덜 뻑뻑한 바셀린 비슷한데, 이 로션을 구하기 힘들다면 바셀린에 오일을 몇 방울 섞어 쓰면 좋을 것 같다. 아토피 환자에게는 향이 있거나 첨가물이 많은 로션은 좋지 않다. 지금은 이 로션을 7통 넘게 써서 대용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아토피 환우분께 내 후기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이렇게 크게 나은 것은 듀픽센트가 처음이다. 듀픽센트가 무척 비싼 약이어서 망설여지긴 하지만, 이제 아토피는 불치병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더 많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고 있는 중이니, 꼭 모두 완치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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