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빠르게 읽고 싶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의 화려한 색채와 소리 자극에 익숙해져서인지 책을 읽다가 자주 지루해진다. 외국어 책을 읽으려면 고도의 집중과 몰입이 필요한데 문장을 이해하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리다 보니 더 산만해진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빌 게이츠 다큐를 시청했는데, 빌 게이츠는 엄청난 독서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천재이니 당연히 책을 많이 읽겠지 싶었는데, 정말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빡빡한 스케줄 중에서도 2주에 15권이 넘는 책을 읽고, 출장 갈 때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책을 읽는 속도도 무척 빨라서 한 시간에 150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빌 게이츠만큼은 아니더라도 책을 더 자주, 많이 읽고 싶어서 속독하는 비결을 검색했다.
많이, 다양하게, 자주 읽어라
읽기에 왕도는 없다. 집중은 하기 싫고, 빨리 읽고 싶은 꼼수는 찾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부끄러워지는 문구였다. 속독과 이해력 연구 전문가인 US 샌디에이고 엘리자베스 쇼터 인지심리학 교수는 "속독과 이해력은 반비례한다"라고 말했다. 속독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교수에게 "속독하려면 어떤 스킬이 필요한가?"라고 물었을 때, 그녀의 답변은 이러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1분에 250~400 단어 정도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속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책을 읽을 때 필요한 독서 경험, 배경 지식, 어휘력을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속독을 위해서는 충분한 독서 경험과 배경 지식, 어휘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스킬은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읽기도 잘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독서할 땐 읽기에만 집중하기
논픽션을 읽을 때의 방해꾼은 지루해진다는 점이다. 눈은 글자를 읽되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이 이어지고, 점점 몽상을 하다가 다시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돌아가야 한다. 독서를 하다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아 다시 읽어야 한다면 불필요한 시간낭비가 아닐 수 없다. 독서를 할 땐 오로지 책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읽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지루해질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교과서나 논픽션의 경우, 집중의 끈을 계속 붙들 수 있게 해 주는 키워드나 흥미로운 내용이 존재한다. 책 속의 아이디어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자체로 지루함을 피할 수 있다. 읽기를 하는 내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궁금증을 놓지 말자.
미리 읽기
미리 읽기(Pre-reading)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주제에 관해 읽을 때 좋은 방식이다. 본격적으로 첫 문장부터 읽기 전에 목차와 소제목을 읽고 그 페이지의 핵심 단어와 주제를 먼저 읽는 방법이다.
위 사진 속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이다. 왼쪽 머리말에 제목 사피엔스가 쓰여 있고, 오른쪽 머리말에는 소제목인 홍수(The flood)가 쓰여 있다. 그리고 본문 중간 제목을 보면 유죄를 인정한다는 의미인 Guilty as Charged가 쓰여 있다. 이 세 단어만으로 이 페이지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 짐작할 수 있다.
본문을 읽지 않아도 "호모 사피엔스가 사는 환경에 홍수가 났고, 그것을 일으킨 주범은 인간이다" 정도의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정말 그런지 핵심 단어를 살펴보자.
문장 하나하나를 읽는 대신, 소제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단어에 표시를 해보았다. 무죄(innocent), 첫째로(Firstly), 기후 변화(climate change), 냉각화와 온난화 (cooling and warming)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 동안 지구에 기후 변화가 많이 존재했고, 인간이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어느 정도 미리 배경지식을 갖고 있으면 문장을 읽는 것이 훨씬 빨라진다.
훑어보기
훑어보기(Skimming)로는 정확하고 디테일한 정보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교과서나 논픽션을 읽을 때 훑어보기를 이용하면 빠르게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읽어야 할 양이 많을 때, 핵심만 간단히 추려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훑어보기를 하는 방법은 미리 읽기와 비슷하지만, 더 넓게 문단과 문단 단위로 훑어서 가장 핵심 문단을 찾는 방식이다. 이렇게 읽으려면 한 페이지를 한 번에 눈으로 쓱 훑거나 여러 페이지를 한 번에 봐야 할 수도 있다. 훑어보기의 팁으로는 주로 첫 번째 문단이나 마지막 문단에 그 핵심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미리 읽기에서 예를 든 문단도 가장 첫 문단에 핵심 아이디어가 들어있다.
첫 문단에서는 어떤 학자들이 인간이 기후변화에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3가지 대고 있는데, 앞으로 진행될 내용이 그 3가지 근거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첫 문단이나 마지막 문단에 핵심 내용이 있다는 팁은 꽤나 믿을만하다.
속독 훈련법
미리읽기와 훑어보기는 둘 다 논픽션에 맞는 방식이다. 관심이 가고 흥미있는 소설이라면 집중력을 잃지 말고 계속해서 읽어나가는 것이 방법이겠으나, 혹시라도 좀 더 수고를 덜어줄 팁이 없을까 싶어 찾아보았다.
1. 한줄씩 펜으로 긋거나 손으로 짚어 읽는다 (2분)
굳이 펜으로 줄을 긋지 않아도 되고, 손으로 읽는 부분을 짚어가며 읽어도 된다. 이 연습은 읽었던 곳을 다시 읽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하는 연습이다. 손을 움직이면서 문장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습하자.
2. 각 줄의 3번째 단어부터 마지막 3번째 단어까지 짚어 읽는다 (3분)
단어를 덩어리로 읽는다고 생각한다. 3번째 단어에서 초점이 시작하지만 단어를 일일이 하나씩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속도를 높인다.
3. 초점을 앞뒤로만 두어, 한 줄을 두 번만 보고 읽는다. (2분)
4. 마지막으로, 최대한 빠른 속도로 5페이지를 읽는다.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하는 것
다시 한번, 속독은 시간을 아낄 수는 있어도 이해하는 속도를 빠르게 할 수는 없다. 그저 "이번 주에 책 3권 읽었다!"라고 자랑하기 위해 속독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랑하려고 독서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다. 나도 그저 자랑하고 싶어서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부끄럽다.
진정으로 책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읽으면서 알게 된 내용을 노트에 적거나, 간단하게 요약한다. 또한 독서를 통해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결국 이해가 빨라야 속독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속독을 통해 정보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배경지식을 늘려 속독 기술을 얻는 것이 바른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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