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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멕시코식 타코와 미국식 타코

by 밀리멜리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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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음식이 뭐냐는 질문은 머리싸매지 않아도 대답하기 쉽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그렇다면 미국의 대표음식은 뭐가 있을까?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아도 금방 햄버거가 나온다. 피자, 파스타 등의 대답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햄버거는 독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함부르크 지방에서 온 음식이고, 피자와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음식이다. 물론 그 음식들이 미국 대륙에서 미국화되어 유럽의 본토 음식이랑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본토의 전통 음식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한참이 걸린다.

 

 

 아메리카 대표 음식은 타코!

 

여기에 의외의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메리카의 대표 음식이라면 단연 타코지! 

 

미국식 타코(Taco)

잉? 타코라고? 그래, 뭐 미국엔 타코 벨도 있으니까... 하지만 타코는 멕시코 이민자 음식 아냐? 딱 봐도 미국식은 아니잖아...

 

하지만 이 질문에서 미국이라는 글자만 영어로 바꿔 "아메리카의 대표 음식은 뭐가 있지?"라고 말하면, 타코는 아메리카의 전통 음식이 맞다. 멕시코의 전통 음식이고, 멕시코는 아메리카 대륙에 있으니 아메리카 음식이라 할 수 있지.

 

아메리카는 미국이라는 한 나라라는 말도 되지만,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그 커다란 두 대륙이 다 아메리카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타코는 아메리카 음식이 맞지. 미국은 참 욕심이 대단해... 어떻게 나라 이름과 대륙 이름을 똑같이 할 수가 있지?

 

아메리카 아메리카 하다보니,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제치고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아메리카 대륙에 자기 이름을 붙인 건 정말 아메리카다운 대단한 일이다.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몇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말하고 다닌다는 걸 짐작이나 했으려나.

 

 

 타코의 역사

 

아무튼, 타코로 다시 돌아오자. 멕시코 원주민들은 몇세기를 걸쳐 타코를 먹어왔다. 누군가가 옥수수를 물에 적시면 옥수수가 부드러워져서 가루가 되어 반죽을 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해 내고, 그 옥수수 반죽을 토르티야라고 불렀다.

 

토르티야

여기에 여기저기 고기와 야채, 생선, 콩 등을 넣은 것이 타코이다. 실제로 옛날 타코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있는지 알기 힘들지만, 아메리카 지역의 대표 작물인 콩, 호박, 칠리페퍼 등등을 넣어 먹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남아 있다. 19세기 멕시코 시티에 타코 레스토랑이 생기기 시작했고, 멕시코 서쪽에서는 양고기를 넣고 동쪽 유카탄 반도 쪽에서는 돼지고기를 넣어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음식이 되기까지...

 

앞서 타코는 멕시코 음식이고, 멕시코가 아메리카 대륙이니 아메리카 음식이라고 주절주절 늘어놨지만, 타코는 햄버거만큼이나 미국음식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멕시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 타코 이야기가 나오고 멕시코 음식 이야기를 할 때면 텍스멕스 이야기가 꼭 나온다. 텍스멕스는, 텍사스식과 멕시코식이 섞인 음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식 타코 바로 그것이다. 텍스멕스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으- 쎄 빠 오땅띡! (으- 그건 진짜가 아냐!)"  

 

하고 말하고는 했다. 솔직히 나는 미국화된 타코도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그네들은 싫어할 것 같긴 하다.

 

미국식 타코는 정말 미국화되어 있다. 토르티야는 원래 발효되지 않아 부드럽고 구운 반죽인데, 미국식 타코는 그 토르티야를 기름에 튀긴 것이다. 들어가는 재료도 소스 듬뿍 묻힌 고기와 쭉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가 가득하다. 야채라곤 양상추 정도가 들어간다. 햄버거 재료인데 빵 대신 토르티야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타코 벨 세트

솔직히, 튀기고 기름진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가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햄버거가 미국화되면서 얼마나 칼로리가 높아졌는지, 이탈리아의 피자가 사실은 1인 1판의 비교적 담백한 음식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원래 타코도 그렇게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아니다. 물론 사진의 타코 벨 세트의 칼로리가 얼마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멕시코 타코

멕시코식 타코는 확실히 텍스멕스보다 담백하다. 토르티야도 튀기지 않아 부드럽고, 안에 야채가 많으며 향신료가 무척 많다. 텍스멕스는 붉은 살사 소스를 많이 쓰지만, 내가 먹어본 멕시코 타코는 오히려 정체 모를 초록색 소스와 흰색 소스가 많이 쓰였다. 

 

타코는 토르티야에 음식을 싸먹는 것이니 한입 베어먹으면 재료가 흘러나오고, 소스가 쭉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특히나 미국식으로 튀긴 하드쉘 타코는 속재료를 감쌀 수가 없어서 더 많이 흘러내린다. 여기에 관련된 트레버 노아의 재미있는 농담이 있는데, 이 농담은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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