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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몬트리올 시내 레바논식 슈와마 맛집 - 부스탄

by 밀리멜리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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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오기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는데, 하루는 너무 배가 고프다며 내게 말했다.

 

"슈와마 먹고 싶다!"

"슈와마가 뭔데?"

"빵에다 야채랑 고기를 싼 샌드위치 같은 건데...."

"샌드위치가 먹고 싶으면 샌드위치를 먹으면 되지?"

"아, 그게 아니라고! 너도 진짜 슈와마를 먹어봐야 해."

 

알고보니 슈와마는 아랍 음식이고, 내가 알고 있는 케밥 같은 걸 얇은 피타 빵에 싸먹는 음식이었다. 나는 아마도 이태원에 가면 비슷한 게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 친구는 기어코 이태원까지 가서 슈와마를 먹었지만, 결국 만족하지 못했는지 그냥 그랬다고 말했다.

 

중동음식 슈와마 (픽사베이)

없는 슈와마를 계속해서 찾는 그 친구를 데리고 근처 찌개집에 데려가 냉면을 먹였는데, 또 이렇게 맛있는 냉면을 먹은 건 처음이라며 감탄을 거듭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그 찌개집보다 맛있는 냉면을 밖에서 사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다시 슈와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레스토랑은 내가 몬트리올에 오자마자 처음 가본 레스토랑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20시간이 넘는 비행과 시차 때문에 비몽사몽해서 사실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피곤한 몸으로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이게 바로 그 친구가 그렇게 찾던 슈와마구나 하고 먹었는데, 나도 한입 먹고 반해버려서 가장 자주 찾는 레스토랑이 되어버렸다.

 

몬트리올 시내 레바논 식당 부스탄

식당 로고에 그려진 나무도 레바논 국기에 그려진 레바논 삼나무이다. 이 식당 덕분에 레바논 국기가 눈에 익어버렸다.

 

주문하는 곳

나는 슈와마 하나와 플레이트 하나를 시켰다. 플레이트를 시키면 똑같은 구성에 밥이 추가된다. 양이 조금 더 많고, 피타 빵을 따로 주기 때문에 알아서 싸먹을 수가 있다.

 

"치킨 플레이트 하나랑 비프 슈와마 하나 주세요."

"...~@$*039rufif??!" 

 

영어로 이야기했는데 못 알아들었다. 그치만 그냥 평소처럼 "All dressed?" (재료 모두 넣죠?) 라고 묻는 거겠거니 싶어서 예스 하고 대답했다. 이제는 못 알아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산다. 괜찮다. 

 

메뉴

메뉴가 복잡해 보이지만 트리오와 플레이트 메뉴가 끝이다. 고기는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 중 선택할 수 있고 비건 메뉴도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음식 양은 배신하지 않는다. 식당 한곳에는 고기가 겹겹이 쌓여 꼬챙이에 꽂혀 있는데, 이걸 기로스라고 했던 것 같다. 아무튼 고기도 숭덩숭덩, 야채와 감자도 한가득 담아주고 허머스와 마늘 소스를 국자로 한가득 퍼준다.

 

음식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종이 봉투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 오며가며 인사하는 이웃 주민이 말을 걸었다.

 

"점심 사온 거예요?"

"네, 밖에서 사왔어요. 오늘 외식이에요~"

"뭐 사왔어요?"

"부스탄에서 슈와마 샀어요. 부스탄 아세요?"

"아, 당연하죠. 나도 자주 가는데. 그 식당 정말 오래된 거 알아요?"

"그런 것 같더라구요."

"맞아요, 그 집 사장은 엄청난 백만장자예요! 프랜차이즈가 30개나 되니까."

"와, 그렇군요. 그 아저씨가 그렇게 부자라구요?"

"아니아니, 원래 사장은 아마 레바논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지금은 다른 사람이 운영하고 있어요."

 

하고 본의아니게 부스탄 사장 근황까지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은 그런 걸 다 어떻게 알지? 어쨌든 난 그것보다 따뜻한 음식이 식기 전에 빨리 집에 가서 먹고 싶어서 대충 이야기를 끊었다. 

 

부스탄의 슈와마

포스팅을 올리는 지금도 또 먹고싶어진다. 붉은 야채는 비트인데, 새콤달콤한 맛을 더해준다.

 

이건 또 다른 지점의 사진인데, 메뉴 사진을 찍으려니깐 자기도 찍어달라고 브이를 하길래 찍어드렸다. 이쪽 지점 직원은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서 팁을 좀 더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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