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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몬트리올 맛집 중식당 Aunt Dai - 메뉴 설명에 진심인 셰프

by 밀리멜리 2021.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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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외식을 하는데, 지금까지는 아는 식당에서만 먹어보고 새로운 식당을 잘 가는 편이 아니었다. 하루는 친구가 몬트리올에서 유명한 중식당을 추천해 주었는데, 찜만 해놓고 식당에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중식이래도 아직은 한국식 중식인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 더 좋으니...

 

몬트리올의 중식당에 가면 보통 아메리카화된 중식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유명한 '제너럴 타오 치킨'이나, '쿵 파오 치킨' 같은 중식당의 메뉴는 원래 중국에는 없다. Aunt Dai에서는 이런 미국화된 중식 메뉴와 정통 중식 메뉴를 둘 다 맛볼 수 있다.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 식당은 셰프가 직접 적은 메뉴 설명이 압권이다.

 

 

제너럴 타오 치킨 메뉴 설명

사장님 설명:
한 번 이상, 아니 두 번 이상, 손님들이 우리 제너럴 타오 치킨이 몬트리올 최고라고 말했다. 그 말에 반쯤, 아니 3/4쯤 동의한다. 미국식 중식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상보다는 맛있다. 좋은 품질의 닭가슴살과 특제 소스로 만든다.

우리 제너럴 타오 치킨이 정말 자랑스럽다. 하지만 맘같아서는 정통 중국 요리만 팔고 싶다.

 

은근슬쩍 자기 요리를 자랑하면서 미국화된 중국 음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장님... 아무튼 자랑할 만할 정도로 맛있다니 이 메뉴를 하나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메뉴 설명을 계속 읽다보니 웃기기까지 하다.

 

다른 설명들을 보면...

 

 

우리 제너럴 타오 치킨에 비하면 오렌지 비프는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 어쨌든 나는 미국화된 중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키든 말든 맘대로 하시길.

 

이 샐러드는 중국어로 "호랑이 야채"라는 채소로 만드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중국 사람들은 이 음식을 많이 알던데 나는 몰랐다. 나는 그렇게 중국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손님들은 땅콩 소스 치킨을 좋아한다.

 

유튜브로 리뷰하는 Aunt Dai 사장님

 

  • 우리 미역샐러드는 맛있고 먹을만하다. 일본식처럼 밝은 초록색 미역은 아니다. (나도 그게 좋긴 한데.) 우리 미역 샐러드는 좀 더 질기고 그런데로 매력이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설명 쓰는게 힘들긴 한데, 어쨌든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 이 음식은 내가 만들었고 쓰촨의 청두에서 온 친구의 레시피를 썼다. 얘랑 10년지기 친구이지만 이 녀석이 쓰촨요리 마스터인줄은 몰랐다. 우리 첫 레스토랑이 불타서 없어진 이후, 친구가 자랑하던 레시피를 가르쳐 주었다. 이제부터 나는 이 친구를 쿵푸팬더처럼 사부라고 부른다.
  • 이건 신메뉴인데, 아직 먹어보지 않았다. 손님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 것 같은데도 아직 못 먹어봤다. 아무래도 내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보단 먹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써야 겠다. 
  • 이 음식은 원래 꼬치에 끼워 팔았는데, 몇몇 손님들이 꼬치가 딱딱한 음식인줄 알고 먹으려다 입을 다쳤다. (아무래도 그 손님들이 이상한 중국 음식 쇼를 본 모양이다)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제는 꼬치 없이 서빙한다. 이 음식은 깊게 튀긴 양파의 풍미가 좋다. (양파는 먹어도 된다)

 

이렇게 진심이 담긴 사장님 리뷰는 크게 입소문을 타서 SNS에서 큰 유행을 했고, 몬트리올 신문에도 몇 번이나 기사가 나고, 가디언 지같은 국제 신문에서도 기사가 났다. 맛 없는건 맛 없다고 말한 사장님의 솔직함이 사람들의 마음에 어필을 한 것이다. 나도 이 리뷰가 마음에 들어, 메뉴 몇 개를 골라 픽업해왔다. (몬트리올에서는 아직 식당 내에서 식사할 수 없다.)

 

식당 내부 모습

입소문이 정말 대단한 모양인지, 미리 전화주문을 하고 픽업을 하는 짧은 와중에도 나처럼 픽업하는 손님들이 무척 많았다. 아무튼, 신문에도 여러 번 기사가 난 유명한 식당이니! 식기 전에 얼른 집에 가야지...

 

Aunt Dai 픽업해온 메뉴

 

제너럴 타오 치킨, 쿵 파오 치킨과 비프를 샀는데 양이 꽤 많아서 덜어 먹었다. 사장님이 자랑하던 제너럴 타오 치킨은 그냥 먹어도 정말 맛있었고, 다른 음식들은 밥과 야채를 곁들여 먹으니 밥이 금방 사라졌다. 사장님 리뷰처럼 정말 맛있네.

 

음식도 맛이 좋지만, 역시 이 레스토랑이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사장님의 솔직함이다. 솔직한 리뷰가 재미있으니, 사람들은 이 말이 정말일지 아닐지 궁금해지고 결국 너도나도 주문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게다가, 정통 중국요리만 팔고 싶지만 손님이 좋아하니 미국식 중화요리도 어쩔 수 없이 판다는 마인드를 당당하게 보인 것도 솔직함 어필에 한 몫 한 것 같다. 그런 말을 들으면 거부감이 들 만도 하지만, 오히려 정통 중국식 요리에 관심이 간다. 물론 향신료가 많아 아직 즐기기엔 힘들지만...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없으니 모든 주문은 픽업이나 배달이다. 그런 손님들을 위해 일부러 음식을 20분동안 식혔다가 음식맛 리뷰를 할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사장님이 잘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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