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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이 유명한 이유

by 밀리멜리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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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책에서 한번 흘끗 본 적이 있는 명화 '아르놀피니의 결혼'. 지루해 보이기만 하던 이 명화에 담긴 상징과 뒷이야기를 알면 그림 감상이 더욱 재미있어진다.

 

얀 반 에이크 - 아르놀피니의 결혼

 

 최초의 유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은 최초의 유화로 평가받고 있다. 얀 반 에이크는 유화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아마인유를 사용하여 정교한 붓질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사실 그가 유화를 처음 그린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얀 반 에이크 덕분에 유화가 집대성되고 그 효과를 드러내었기에 그를 '유화의 창시자'라고 부른다.

 

유화가 생기기 이전, 서양 화가들은 템페라 그림을 그렸다. 템페라는 달걀 노른자를 사용하여 그린 그림을 뜻하고, 그 이전에는 석고 위에 물감을 스미게 한 프레스코 그림을 그렸다.

 

Giotto - Lamentation

이탈리아의 화가 조토의 템페라 작품이다. 물감에 계란 노른자를 사용해서인지 유화와 비교하면 이곳저곳 물감이 떨어진 곳이 많고 색도 변색된 곳이 많다. 1400년대에 템페라 종교화만 보다가 유화의 정교함을 봤던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유화로 그린 강아지의 정교함

아르놀피니의 결혼에 그려진 강아지를 보자. 똘망똘망한 눈과 복슬복슬한 털이 너무나도 정교하다. 21세기 사람도 놀라는데, 15세기 사람들은 이 세밀함을 보고 얼마나 감탄했을지...

 

그런데, 뜬금없이 결혼식에 강아지가 왜 그려져 있을까? 귀엽긴 하다만. 이 그림에서 강아지는 결혼의 충성을 상징하고, 신혼부부가 두 사람이 바람피우지 말고 잘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 강아지 외에도 이 그림 속 소품에는 여러가지 상징이 담겨 있다.

 

 

 결혼을 상징하는 소품

 

원래 이 그림은 제목이 없었다. 그러나 이 그림 속에는 결혼식을 그린 것이라는 상징이 많아 '아르놀피니의 결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맞잡은 두 손

맞잡은 두 손은 이 그림에서 가장 밝게 그려져 강조되어 있고, 결혼을 상징한다. 남자는 다른쪽 손을 들어 결혼 서약을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벗어놓은 신발

둘은 신발을 벗었는데, 이것은 결혼식을 하는 장소가 신성한 장소임을 의미한다.

 

결혼을 의미하는 여러 소품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촛대에는 초가 단 하나밖에 없다. 창밖을 보면 환한 대낮인데 굳이 초를 켜놓은 것, 그것도 단 하나만 켜놓은 이유도 이 그림이 결혼식을 의미한다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중세시대에는 결혼식에 촛불을 켰는데, 단 하나의 초는 태초의 빛을 상징하며 결혼이라는 신성한 신의 섭리가 시작됨을 알린다고 한다.

 

거울 왼쪽에는 천주교의 묵주가 걸려 있고, 오른쪽의 솔은 성수를 뿌리는 용도로 보인다. 솔 위에 조각상은 성 마가리타인데, 아기잉태의 수호성인이다. 성 마가리타가 사탄을 상징하는 용을 밟고 있는 조각은 이 결혼이 사탄의 침입 없이 행복하게 계속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의미한다.

 

 

 아르놀피니의 신혼부부는 부자!

 

중세시대에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부자라는 뜻이지만, 이 그림에는 특히나 부유함을 상징하는 소품이 많다. 앞서 말한 단 하나의 초가 놓여진 황동 샹들리에 촛대의 조각도 정교하고 화려하며 빛을 받아 반짝인다.

 

방 중앙에 걸린 예수의 10가지 고난이 그려진 거울이야말로 이 그림의 큰 가치를 제대로 나타낸다. 이 볼록거울은 그림 반대편을 비춰 부부의 뒷모습과 결혼식 증인 2명을 보여주는데, 그 중 한명이 화가인 얀 반 에이크이다. 덕분에 교묘하게 방 전체를 볼 수 있다. 2차원의 그림이지만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도 나타내고 입체적인 공간을 표현한 화가의 천재적인 재능에 감탄이 나온다.

 

얀 반 에이크의 서명과 거울 

얀 반 에이크는 자신의 작품에 최초로 서명을 한 화가로 알려져 있다. 거울 위에 쓰여진 글귀는 '얀 반 에이크가 1434년 여기에 있다'라는 뜻인데, 이 글귀를 보면 화가 얀 반 에이크 자신이 결혼식의 입회인이었음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 그림은 두 사람의 초상화일 뿐 아니라 결혼 증서의 가치도 담고 있다고 한다. 

 

신부의 모습

결혼식 신부의 모습을 보면 이 부부가 얼마나 부자인지 더 잘 알 수 있다. 신랑은 자줏빛 털 망토를 입고 있고, 신부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녹색 모피 드레스를 입고 있다. 녹색 드레스는 당시 유행하던 디자인인데, 그림에서 표현되는 녹색이 특히나 아름답다. 이 색은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색인데, 구리 광맥에서 희귀하게 발견되는 성분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녹색 성분의 진품은 kg당 100만 원이 넘으니, 그림의 의뢰인이 엄청난 부자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부는 황금 목걸이와 화려한 팔찌를 차고 있다. 신부 뒤쪽으로 보이는 두꺼운 붉은 커튼이 달린 침대 또한 중세시대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사과와 오렌지

창틀에는 사과 한 알이 있고, 그 아래쪽에는 오렌지 몇 알이 그려져 있다. 이 과일들은 종교적으로 인류의 원죄를 상징하는 금단의 열매이다. 하지만 오렌지를 무심한 듯 아무렇게나 놓아둠으로써 이 부부의 부가 더욱 강조된다. 당시 오렌지는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

 

이 그림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도 있다. 바로 신부의 배가 부풀어 보여 임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결혼은 원래 교회에서 하는 것인데, 집안에서 입회인 2명을 데려다 몰래 결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설도 있다. 확실한 것은 모른다.

 

하지만 신부의 임신설을 반박하는 상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신부의 머리에 쓰여진 하얀 헤어드레스는 순결을 상징한다. 둘째, 임신했다면 허리를 가는 끈으로 질끈 동여맬 수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중세시대 여자들은 허리를 가늘게 동여매고 아랫치마는 크게 부풀렸는데, 풍만하게 나온 배가 당시 이상적인 여성미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성 바보 성당의 제단화

얀 반 에이크가 그린 다른 그림 '성 바보 성당의 제단화'이다. 맨 오른쪽 상단에 그려진 이브의 모습을 보면 역시 배가 부풀은 모습을 하고 있다. 

 

화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림은 보는 사람이 해석하기 나름이니, 이렇게 미스테리가 있기 때문에 이 그림의 가치가 더욱 높고 유명한 게 아닌가 싶다.

 

 

 

 

* 위 내용은 전창림 작가의 '미술관에 간 화학자'를 보고 정리한 것입니다. 아르놀피니의 결혼 뿐 아니라 여러 명화 속 숨겨진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서양미술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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