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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웃음은 소중한 것 - 영국 스탠드업 코미디언 러셀 하워드

by 밀리멜리 202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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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러셀 하워드의 쇼 중 재미있는 농담을 소개하고 싶다. 러셀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돋보이고 웃음에서 얻는 기쁨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비웃는 것도 웃기다

 

러셀 하워드는 어느 날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영국에서 유명한 코미디언이고 TV에도 자주 나오는 사람이니, 주변 사람들이 다가와서 그의 사진을 찍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다. 

 

기차역에서 휴대폰으로 자신을 마구 찍는 사람들

하지만 그날따라 이상했다. 기차역에서 가만히 서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5명이나 와서 자신의 사진을 찍고 가면서 아무 말도 걸지 않는 게 아닌가? 팬이라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말도 걸기 마련인데...

 

"저기요, (찰칵) 됐어요."

 

오, 찍었다, 됐다.

5번이나! 이 이상한 사람들은 러셀 하워드를 흘끗 보더니 자신에게 다가와서 휴대폰을 들이대더니 그의 얼굴을 가만히 찍고는 뒤돌아서 가버렸다. 러셀은 점점 당황했다. 심지어 꼬마애 두 명은 그에게 다가오더니,

 

"오, 됐다. (찰칵) 얘도 찍었다."

 

하고 휴대폰으로 그의 얼굴을 찍고 휙 뒤돌아 가버렸다. 얘도 찍었다니??? 도대체 무슨 취급을 하는거야?

 

자신의 얼굴을 마구 찍는 사람들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창피해서 러셀은 이렇게 말했다.

 

"저기요! 제 사진 좀 그만 찍으세요! 말이라도 걸든가요!"

 

러셀은 이 말을 한 것을 후회했지만 그래도 다시 말했다.

 

사진 좀 그만 찍으세요! 저도 사람이라구요.

"제가 아무리 유명해도 그렇죠! 저도 사람이에요."

 

이렇게 멋진 척 유명한 척을 하며 사진찍는 사람들을 향해 당당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인생이 재미있다는 것은 이런 일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을 들은 주변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저기요, 그쪽이 포켓몬 옆에 서 있어서 그래요."

 

그쪽이 포켓몬 옆에 서있으니 그렇죠....

러셀은 창피함에 몸을 꼬았다.

 

아아아아....! 그거구나!!

 

내가 유명해서 찍는 게 아니라 내 옆의 가상 포켓몬 캐릭터를 찍은 거였어!!

 

(러셀은 이 대목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얼굴이 빨개졌다.)

 

날 찍는게 아니라 포켓몬이었다니!! 창피해!!!!
실제로 얼굴이 새빨개진 러셀 하워드

 

 

 

 러셀의 할아버지 이야기

 

러셀의 코미디가 대체적으로 다 웃기고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런 유머감각은 유전인지 그의 가족들 이야기가 특히나 웃기다. 그중에서도 할아버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러셀의 할아버지는 실없는 소리를 자주 하고 꼬장꼬장한 분이다.

 

하루는 꼬마 러셀에게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

 

"할아버지는 런던에서 에든버러까지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갈 수 있단다!"

 

어린 러셀은 그 말을 듣고 감탄해서 대답했다.

 

"우와, 대단해요! 할아버지. 그럼 진짜로 물구나무서서 갈 거예요?"

 

할아버지는 근엄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아니! 절대 그놈들에게 만족감을 줄 순 없지."

 

하고는 사라지는 분이었다. 

 

재미있는 러셀의 할아버지

 

그런 실없는 소리를 자주 하는 사람이었지만, 말년에는 치매에 걸렸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웃긴 소리를 하는 것도 많이 잠잠해졌다. 정신을 좀먹는 병이라 할아버지는 말이 없어지고 마음이 얼어붙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하루는 할아버지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날이 있었다.

 

어느 날,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할머니를 둘러싸고 앉아있었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을 잡고 눈을 그윽히 쳐다보며 말했다.

 

"어디 갔었던 거야? 얼굴 본 지 한참 됐네."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감동하며 속으로 기뻐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보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것 봐, 세상에서 본 여자 중에 제일 예쁜 여자가 아닌가."

 

할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한 할아버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고 오랜만이라며, 너무 아름답다고 하는 소리에 모두가 감격하며 놀랐다. 할아버지는 심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쁜 놈인 거 다 알고 실없는 소리를 잘하지만 내 심장이 뛰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내 심장이 기차처럼 뛴다고. 나는 언제나처럼 당신을 사랑하니까."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로맨틱한 대사에 모두 감동했다. 이런 게 삶이구나!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사랑한다며 자신의 심장을 꺼내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감동적인 사랑의 순간은 죽기 전에 눈앞을 스쳐가겠지!

 

정말 아름다운 사랑과 깨달음의 순간이었지만 하워드 가족은 여기에 웃음을 빼놓을 수가 없다. 문제는, 할머니가 한 번도 할아버지에게 공개적인 사랑고백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심장이 뛴다며 계속해서 사랑고백을 하는데, 할머니는 잔뜩 당황한 것이다. 할머니는 말없이 할아버지를 계속 바라보다가,

 

갑자기 뭔 헛소리야? 이발이나 해

"당신 이발해야겠어."

 

라고 말했다. 그 뜬금없는 대답에 모두가 빵 터졌고 정신없이 웃었다.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 "러셀 하워드 - 이게 정상입니까"에서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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