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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아이슬란드 남자의 농담 - 아리 엘드야우르든의 스탠드업 코미디

by 밀리멜리 2021.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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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마저도 생소한 아이슬란드 남자, 아리 엘드야우르든의 코미디 쇼가 독특하고도 재미있어 소개하고 싶다. 그의 이름은 아이슬란드 어로 '독수리, 불, 철'이라는 뜻이다. 

 

넷플릭스 아리 엘드야우르든

 

아이슬란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며 인구가 35만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정말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35만명이라니! 청주시 인구가 83만명인데... 35만명이 사는 우리나라 도시는 경남 양산시, 강원 원주시가 있다. 원주시의 시민 정도의 인구가 그 넓은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오로라를 볼 수 있어 유명한 아이슬란드

 

 축구를 잘하진 못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워낙 인구가 적어 프로 축구 선수도 1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축구는 인기가 많지만, 유럽 축구에서 약체 국가로 알려져 있고 아이슬란드 사람들도 자신들이 그다지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리는 아마추어 축구를 즐기는데, 그가 말한 것처럼 대충 '공격 하기 싫으면 수비하든가' 정도의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어느 날, 아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온 알베르트라는 스페인 친구를 축구에 초대했다.

 

"알베르트, 너 축구 해?"

"당연하지. 근데 진짜 못해."

"다행이다. 우리도 진짜 못해. 같이 하자."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 '진짜 못하는' 실력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는 엄청 잘하는 실력이었다. 아리와 친구들은 저질체력으로 허덕이며 겨우겨우 수비하고 있는데, 알베르트는 공을 가지고 놀며 줄듯 말듯 묘기를 부리는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 줄까? 어디 갔을까? 여기 있네, 여기 봐. 오, 공이 내 엉덩이에 있네, 공이 발목에 있네!"

 

그러다 알베르트가 골을 넣었고, 그의 놀라운 실력에 골키퍼마저 박수를 보냈다. 아리도 스페인어를 배운 적이 있어 그에게 멋진 칭찬을 해주고 싶어서 스페인어로 이런 말을 했다.

 

"알베르트! 프리고리피고!"

 

그러나 아리는 이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어디선가 배운 스페인어를 지껄인 것인데, 알베르트가 그 말을 듣더니,

 

"고마워. ...뭐? 프리고리피고?!"

 

하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했다. 아리는 아차 하며 혹시라도 엄청난 욕을 한 건 아닐까 걱정했다. 다시 그 뜻을 찾아봤더니, 이 단어의 뜻은 '냉장고'였다. "멋진 골이었어!"라는 말을 하고싶었던 아리는 알베르트에게 "넌 냉장고야!!"라는 말을 한 것이었다.

 

어이 냉장고!!! 냉장고!

 

 

 미루기를 좋아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미루기를 좋아하는데, 그에 반해 덴마크 사람들은 계획하고 지키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인인 아리가 덴마크에 놀러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안녕, 친구야. 나 덴마크 코펜하겐에 왔는데 오늘 저녁에 만나서 맥주 마실래?"

"오늘? 오늘은 안돼. 오늘은 집에서 있을 계획이야."

"집에 있기로 계획했다고?"

"맞아. 오늘은 집에 있기로 6주 전부터 계획했어."

"집에서 뭐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해. 그게 오늘 내 계획이야."

"그럼 언제 볼 수 있어?"

"이번주가 25째 주니까 스케줄이 꽉 찼어. 아마 32주나 41주에는 가능할거야."

 

주마다 숫자를 붙여놓는 치밀함에 아리는 놀랐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오늘 날짜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만나 약속을 잡는 장면은 이러하다. 이들은 아무 때나 전화해서,

 

"만날래?"

"언제?"

"30분 뒤에."

"그러자."

 

그러나 30분 뒤에 친구들은 다시 전화를 건다.

 

"나 좀 늦을 것 같은데..."

"오, 괜찮아. 나도 아직 집이야."

"나도 집이야. 그럼... 미룰까?"

"그래, 나 옷도 안 입었어. 미루자."

 

 

그래 나도 아직 집이야 우리 미루자

 

 

 비행기 승무원으로 일한 아리

 

아리는 1년간 승무원으로 일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그가 일했던 아이슬란드의 항공사에는 남자 승무원이 100여 명 정도나 되었는데, 21세기에 남자 승무원이 있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20세기의 어르신 승객들에게는 놀라운 장면이었다.

 

아리가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음료를 서빙하자, 어르신들은 놀라워하며 수근수근댄다.

 

"저것 보게, 파일럿이 직접 커피를 가져오는군."

"잠깐, 2명이나 오네. 비행기는 누가 운전하고 있지?"

 

그 순간 정중하고 프로페셔널한 여성의 음성이 기내방송으로 나왔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과 함께할 기장입니다. 목적지는 히드로 공항으로...."

 

이 방송을 듣자마자 어르신들은 더욱 놀라워하며 '여자다' '여자야'라는 목소리로 더 크게 수근댄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아리를 붙들고 질문을 한다.

 

"이보시오. 정말 이 비행기를 여자가 운전하고 있는 거요?"

 

아리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네. 여자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리 중이시래요.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파일럿은 여자가 맞습니다

 

 

아리는 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덴마크어, 핀란드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영어. 그 중에서도 특히 영어는 스코티쉬 억양과 미국 억양, 호주 억양까지 감쪽같이 구사해 그의 언어실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 여러가지 특유의 억양이 돋보이는 그의 코미디 쇼는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이다. 어찌나 다른 언어를 잘 따라하는지...!

 

아이슬란드는 덴마크에게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어 덴마크에게 열등감 컴플렉스가 있다고 한다. 그런 컴플렉스를 이용해 서로를 놀리며 몸을 데굴데굴 굴리며 조크를 하고, 마블 시리즈에서 미처 바로잡지 못한 토르와 아스가르드 이름, 노르딕 신화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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