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

병원 다녀온 날 - 아토피 차세대 신약 곧 나온다

by 밀리멜리 2021. 5. 28.

반응형

아토피 치료 검진날이라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다녀왔다. 미리 예약을 했지만 대기실에서 1시간 반이나 기다렸다. 병원은 항상 붐빈다.

 

기다리는 동안 "미드나이트 라이브러리"라는 책을 읽었다. 재밌는 책이긴 하지만 사실 대기실에서 여러 사람들의 대화도 재밌어서 책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고마워요, 이제 갈게요. 사랑해요, 자기! 오, 자기도 거기 있었네, 알라뷰 바이~"

 

하고 병원의 비서들에게 사랑을 날리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병원이 워낙 바쁘다보니 비서들은 깐깐하고 조금은 불친절한 편인데, 그 아주머니는 좋은 일이 있었는지 몇번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날렸다.

 

또다른 어느 아저씨는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접수창에 대고 애원하듯이 말했다.

 

"여기 왔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80명은 되는 것 같네요. 1시간 후에 다른 병원에 가야하는데요."

"그렇군요."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어쩌죠?"

"글쎄요, 어쩌죠?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보세요."

"음... 이따 2시 반에 와도 될까요? 그땐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2시 반에 오세요."

"병원이 언제 문을 닫죠?"

"2시 반에 닫아요."

"2시 반에 닫으면 2시 반에 오면 안되겠네요... 어떡하죠?"

"글쎄요, 어떡하죠?"

 

아저씨는 계속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고, 병원 비서는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는 듯 "어떡해야 할지 말해보세요(You tell me what to do)!"를 반복했다. 2시 반에 끝나는데 2시 반에 오라는 말은 조금 그랬지만, 비서 입장에서도 이미 꽉 찬 스케줄을 바꿀 수 없었다. 결국엔 다음주로 예약을 미루고 아저씨는 돌아갔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구경하다 결국 내 이름이 불려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에서 레지던트 선생님의 질문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난 닥터 왕이에요. 우리 저번에 만난 적 있었죠?"

 

닥터 왕은 친절하지만 일이 바빠서 그런지 조급한 편이고 말이 빨랐다. 그리고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를 계속 반복했다.

 

"듀픽센트가 잘 듣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이제 흉터도 없고... 이 약도 잘 듣고 있지만, 정말 더 좋은 약이 나왔어요. 주사가 아니라 알약이라 더 편하죠. 아마 올해 말쯤이면 쓸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계속 좋은 약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일단은 계속 듀픽센트를 쓰고, 6개월 정도 후에 약이 시판되면 그때 다시 치료법을 바꿀지 결정해 보도록 하죠. 다른 불편한 곳은 없어요?"

"듀픽센트 부작용이 결막염이라던데, 눈이 좀 불편해요."

"음... 심하진 않지만 나는 피부과 전문이라, 아무래도 안과를 가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정말 아토피 환자가 많은데, 더 효능이 좋고 부작용도 적으면서 편하게 알약으로 먹을 수 있는 치료법이 나왔다니 반가운 소식이었다. 블로그에 이 이야기를 쓸 줄 알았으면 신약의 이름도 물어보고 이것저것 더 알아올 걸 그랬다. 11월쯤에 나온다는 신약은 어떤 약일까?

 

그리고 15분 정도 더 기다리니 교수님인 닥터 잭이 다른 인턴 선생님 두 명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왔다. 듀픽센트가 잘 듣고 아토피가 다 나았지만 눈가에 결막염이 생긴 것이 문제였다. 교수님이 레지던트 선생님에게 물었다.

 

"결막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일단 안과에 소견서를 보낼 거예요."

"당연 그래야지.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잘 관찰해 봐."

 

하더니 의사선생님 4명이 둘러앉아 내 눈을 관찰했다.

 

"이렇게 빤히 쳐다봐서 미안해요. 눈을 봐야 해서."

"괜찮아요. 얼마든지 보세요."

"그래요. 뭐 발견한 거 없어?"

 

레지던트와 인턴선생님들이 모두 조용하게 입을 다물고 있자 교수님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눈 안쪽에만 핏줄이 보이는 게 아니라 눈 바깥쪽도 불그스름하지? 눈쪽은 아토피가 다 낫지 않은 거야. 이건 부작용이 아니라 그냥 아토피가 눈에 생긴 것뿐이야. 그래서 원래 바르던 프로토픽 연고를 바르면 되요."

"아, 그렇군요."

"프로토픽은 부작용이 적은 약이라서 많이 발라도 괜찮아요. 눈에 들어가도 물론 괜찮고. 사실 안약 형태의 프로토픽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좀 더 따갑고 불편할 거예요. 그러니 연고를 눈가에 바르면 더 나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래도 안과는 꼭 가보세요. 하일루론산 안약도 처방해 줄게요."  

 

그 말을 끝으로 교수님은 진료실을 나갔다. 레지던트 선생님은 남아서 차트를 정리하고 처방전을 써주었다. 닥터 왕도 중국계이고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였는데, 그 때문인지 동양인인 나에게 이곳 생활이 어떠냐며 소소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몬트리올에서 사는 거 어때요?"

"지금까진 좋아요. 약값이 커버될 수 있도록 영주권이 나오면 좋을 텐데... 뭐, 일단 기다리고 있어요."

"프랑스어는요?"

"다행히 프랑스어 조건은 만족했어요.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았어요."

"아, 나는 정말 프랑스어가 문제예요. 레지던트 끝나고 어디로 갈지 고민이에요. 여기 있으려면 프랑스어를 좀 더 해야 하고! 그치만 여기서 더 공부를 하긴 지쳤어요. 지금도 공부할 게 너무 많은데... 아무튼, 이러다가 밥 먹을 시간까지 없겠네요. 여기 처방전 받고, 6개월 후에 오세요."

"꼭 점심 먹었으면 좋겠네요. 나중에 봐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바이!"

 

지난번에 왔을 때에도 닥터 왕은 몬트리올에서 사는 걸 고민했었는데, 아직도 고민중인 것 같다. 난 몬트리올 이외 캐나다 도시는 가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이곳에 와서 치료도 잘 받았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병원구내식당 음식

진료 마치고 꼭 식당에 들러 점심을 사오는데, 이것만 먹으러 병원에 가라면 갈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 사진 속 메뉴는 치킨 테트라지니(chicken tetrazzini)인데, 이름은 이탈리아식이지만 사실 미국식 파스타라고 한다. 뭐가 나오든 공원에 앉아 먹으니 피크닉 온 것처럼 좋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