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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로 모기 멸종시킬 수 있을까?

by 밀리멜리 202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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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라는 이름이 붙은 크리스퍼(CRISP-Cas 9) 기술이 벌써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코로나 백신 중 파이자, 모더나는 mRNA 기술을 이용한 백신인데, 이 또한 유전자 가위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 한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첨단 기술이라는 말이 붙을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화학자 제니퍼 다우드너(Jennifer Doudna) 교수가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고, 그 기술은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여담이지만, 처음 이 교수님 이름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이름이 Doudna라니... 성이 DNA로 끝나네. 이 분은 DNA를 연구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전자가위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너 (Jennifer Doudna)

영화 가타카에서 볼 법한 유전자 조작으로 초인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고, 1분만에 바이러스나 암 진단이 가능하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더 좋고 더 강한 군인을 만드는 데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초인적인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 기술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매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모기로 옮는 병인 말라리아나 뎅기열을 앓고, 그 중 수십만 명이 모기 때문에 죽어나간다고 한다. 백신과 예방약이 있긴 하지만 이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대부분 아프리카의 빈국 사람이기 때문에 약 치료만으로 한계가 있다.

 

 

 모기 유전자를 편집한다면...

 

지구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인간에게 해가 되는 동물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어에 물려 죽는 사람은 1년에 4명 정도밖에 없지만, 1년에 1억 마리의 상어가 인간에게 죽음을 당한다. 인간은 셀 수 없이 많은 가축을 길들여 키우고 죽이며 살고 있지만, 그 와중에 인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모기를 꼽을 것이다.

 

 

모기가 일으키는 병은 말라리아, 뎅기열, 웨스트나일열, 치군구니야열, 황열병, 지카 바이러스 등을 포함한다. 이 병에 감염되는 사람의 숫자는 수십 억에 달한다. 어떻게 하면 이 병에 아예 감염되지 않을 수 있도록 막을 수 있을까?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너가 재직하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CRISP-Cas 9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편집으로 모기 질병을 예방하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엄청난 효과

 

모기의 개체수를 줄여서 말라리아의 확산을 줄이려고 하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곤충 불임화기술 (SIT: Sterile Insect Technique)이라고 불린다.

 

SIT는 말 그대로 곤충를 불임화시켜 개체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야생에 거세된 수컷 곤충들을 풀어놓으면, 그 수컷들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되지만 알을 낳지 않아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북미에서는 이미 곤충 불임화 기술로 농작물에 해가 되는 파리 종류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똑같은 방식을 모기에 적용시켰지만 큰 효과는 얻지 못했다. 모기를 거세시키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컷 모기를 중성화시키기 위해 연구진들은 모기에게 방사능을 쏘이거나 독성 물질을 노출시켰는데, 이 부작용 때문에 모기들이 너무 약해져서 짝짓기를 할 수가 없었다. 암컷 모기들은 비실비실한 거세된 수컷 모기들을 피했고, 불임화 시술에도 불구하고 모기의 개체수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몬텔 박사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라 믿었다. 연구진들은 수컷 모기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불임으로 만들었는데, 이 모기는 특히나 다른 병 중에서도 황열병과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모기였다.

 

모기의 유전자 편집

 

이 방법은 특히나 효과가 좋았다. 유전자 편집으로 불임이 된 모기들은 짝짓기 경쟁에서 어려움 없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연구실 실험 결과 단 5~6마리의 수컷 모기만으로 알을 낳는 암컷 모기의 개체수가 반이나 줄었다.

 

몬텔 박사 연구진들은 이 방법이 왜 이렇게 효과가 좋은지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이렇게 설명한다. 불임수컷과 짝짓기를 맺은 암컷 모기는 당연히 알을 낳지 못한다. 그런데 이 암컷 모기들은 그 이후에도 짝짓기를 시도하려 하지 않고, 아예 짝짓기를 포기하는 보였다. 연구 막바지에는 암컷 모기 15마리당 불임 수컷 모기 1마리로 개체수가 무려 80%나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

 

아프리카 여행을 한 번 가려면 여러 백신 주사를 수 차례 맞아야 한다

 

몬텔 박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불임화된 수컷을 야생의 모기보다 더 우세하게 만들어, 말 그대로 "옴므 파탈" 모기를 만들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 계획을 들으니 자연의 한 종을 멸종시켜도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정말 히틀러의 우생학이나 영화 가타카가 생각날 정도로 무섭기도 하다. 

 

물론 이것은 자연에서 실험한 것이 아니라 연구실 내에서 실험한 것이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윤리적인 논의도 꼭 필요하지만, 이 발표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질병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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