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혈통 추적에 관한 주제가 나왔다. 부모가 니카라과에서 이민을 온 캐나다인 친구가 유전자 혈통 분석을 해 보았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나는 니카라과 원주민 30%, 스페인 백인 30%가 나왔어. 나머지는 여러 민족인데 아시아는 없더라고."
"와... 넌 정말 역사의 산물이네!"
"신기하지? 나 어렸을 때 중국인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서 궁금했는데 아무튼 그렇더라. 넌 해보고 싶은 생각 없어?"
"글쎄, 한국인은 단일민족이라던데. 다른 나라 피가 많이 섞였을 것 같진 않아. 족보도 있는걸, 뭐. 아마 심심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정말 단일민족일 수는 없겠지
그런데 이야기를 마치고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삼국유사 이야기가 떠올랐다. 인도에서 온 공주가 가야 수로왕과 결혼해 열 명의 아이를 낳고 그 중 둘에게 허씨 성을 물려주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인도의 타밀어는 한국어와 무척 비슷한데, 언어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무려 1,300개 단어가 음과 뜻이 비슷하다고 한다. 어째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많은 단어가 비슷하다는 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또, 고려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Korea라는 말이 세계에 알려진 계기가 되었던 고려는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나라였다. 송나라와 수십 번 사신교류를 하며 고려에 귀화한 송나라 사람도 많고, 여진족과의 교류도 480회나 기록되어 있다.
원나라가 지배할 때에는 몽골인과 이슬람 교도들이 고려로 강제이주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말이 유명한 것은 몽골이 삼별초 토벌을 내걸고 제주도를 직할령으로 삼은 뒤 다루가치를 파견해 몽골 말을 들여와 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아기들이 몽고반점이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몽고인과 섞였기 때문이 아닐까?
고려시대의 낯뜨거운 남녀상열지사 문학이라고 하는 쌍화점을 생각해보자. 나는 슈퍼에서 사모사를 사먹을 때면 항상 쌍화점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쌍화가 이 사모사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쌍화점에 쌍화를 사러 가니
회회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말이 상점 밖에 나면
조그만 새끼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 고려가요 쌍화점
여기에서 여인의 손을 잡는 회회아비는 색목인이다. 위구르 족이라는 말도 있고, 이슬람교도, 아랍인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 식으로라면 알게 모르게 한국인들도 인도, 중국, 일본, 몽골 등등 여러 나라의 조상들과 섞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후기 양반이 몰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족보를 매입했다고 했으니, 그 족보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한민족이 단일민족이라고 하지만, 백퍼센트 단일민족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유전자 검사를 할 생각은 아직도 별로 없지만, 하더라도 백퍼센트 코리안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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