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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베트남 쌀국수 먹으러 빨리 가야 해! - 몬트리올 쌀국수 맛집

by 밀리멜리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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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베트남 쌀국수 식당은 내 친구가 소개해준 곳이고, 나도 자주 가는 맛집이다. 블로그에 소개를 하고 싶었는데 갈 때마다 식당의 간판을 읽지 않고 다녀서 오늘까지도 식당 이름을 몰랐다. 구글로 확인해보니 포 방 뉴욕이라고 한다. 오... 이제 보니 흰색 간판 위에 가게 이름이 쓰여 있구나.

 

차이나타운의 포방뉴욕 (Pho Bang New York)

정확한 위치를 모르더라도 몬트리올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싶다면 차이나 타운으로 가면 실패하지 않는다. 사진은 생로랑 거리인데, 생로랑 역에서 바로 내려오면 된다. 이 거리에는 포방뉴욕 말고도 쌀국수 식당이 세 곳 정도가 있는데, 사실 이 세 곳 중 아무 곳이나 가도 다 맛있다. 아무 때나 가도 손님들이 항상 많다.

 

친구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내게 전화를 했는데, 무척 다급한 목소리였다.

 

"언니! 지금 시간 돼?"

"응, 괜찮아."

"지금 큰일났어. 빨리 가야 돼."

"큰일? 어디 간다고?"

"언니, 빨리 쌀국수 먹으러 가야 해. 지금 나와!"

 

빨리 가야한다고 호들갑을 떨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쌀국수가 너무 먹고 싶어서 바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쌀국수

식당에 도착해서 주문을 하자마자 쌀국수가 금방 나왔다. 마음이 급해 나오자마자 쌀국수에 고수를 넣고 고기를 면 안쪽으로 넣어 익혔다. 아참, 사진 찍어야 하는데! 하고 부리나케 찍었는데 예쁘게 나오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맛만 좋으면 그만.

 

"너 고수 먹어?"

"아니, 고수는 무슨 맛으로 먹어? 너무 화해서 비누같더라. 그래서 고수 먹는 사람 보면 신기해. 언니는 비누맛 안나?"

"나도 그런 맛 나. 그 맛으로 먹는 거지."

"으엑? 그 맛으로 먹는다고?"

"봐, 고기 한입 먹고, 고수 한입 먹으면 입이 시원해져서 다시 고기 먹으면 고기를 처음 먹는 것처럼 더 맛있어."

"난 모르겠다... 아무튼 고수는 언니가 다 먹어."

"나야 고맙지. 와인 감별사들이 와인 마시기 전에 입 헹구는 거랑 비슷하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언니 다 줄게."

 

소스 뿌려 먹기

"이 빨간 소스 맵지 않아?"

"매운 맛으로 먹는 거지."

"스리라차 소스 맛도 나는데, 후와, 엄청 맵다. 매운 고추를 넣었나 봐."

"언니, 그 매운 맛으로 먹는 거라고!"

 

뭔가 반복되는 것 같은 대화가 재미있었다.

 

팁을 놓고 간 옆자리 손님

한참 먹다 보니 옆자리에 있던 손님이 팁을 놓고 나갔다. 2달러짜리 동전으로, 한국돈으로는 1800원 정도이다. 테이블 위 동전을 보니 그제야 팁 문화가 기억났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1년 넘게 식당 안에서 먹을 수가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도시 전체 격리기간 동안 외식은 픽업만 가능했는데, 픽업만 할 때에는 팁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 굳이 팁을 주고 싶으면 카드단말기에서 팁 주기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식당은 특이하게도 카드를 받지 않는다. 대신에 15%나 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뭐... 이런 방식의 영업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기가 엄청 많다. 세금은 내지 않아도 식당안에서 서빙을 받았으면 팁을 내야 한다.

 

아무튼 맛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쌀국수 안에 면보다 고기가 더 많은 점이다. 고기 많은 거 정말 칭찬해.

 

면보다 고기가 많은 쌀국수

 

나는 이토록 좋아하는 베트남 쌀국수지만 정작 베트남에서 온 친구는 쌀국수 식당을 싫어하는 게 기억난다. 

 

"왜 베트남 쌀국수 식당을 싫어해? 물론 베트남 현지 쌀국수보단 별로겠지만..."

"아니, 별로라는 게 아냐. 내가 쌀국수 얼마나 좋아하는데! 베트남에서는 거의 매일 먹었어."

"그럼 왜 캐나다에서는 안 먹어? 혹시 집에서 직접 쌀국수 만들어 먹어?"

"그러고 싶은데, 고기 육수 만드는 게 너무 힘들어. 거의 하루는 꼬박 끓여야 하거든. 근데 식당에서도 안먹는 이유가 있어. 베트남에서는 쌀국수 한 그릇에 3천원도 안해! 근데 여기서는 만원이 넘잖아. 아무래도 못먹겠어. 아... 쌀국수 집에서 만들어 먹어 볼까?"

 

하긴, 나도 한국 김밥 8천원, 김치찌개 만오천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 파는 걸 보고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며칠 후 베트남 친구가 인스턴트 팟을 사다가 결국은 쌀국수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4시간 끓일 것을 5시간만에 만들었다고, 인스턴트 팟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아무리 그래도 5시간이라나 들여 직접 만들어 먹다니, 대단하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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