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

말 타는 캐나다 경찰 이야기

by 밀리멜리 2021. 10. 7.

반응형

동네를 다니다 보면 이곳저곳 순찰하는 경찰을 자주 볼 수 있다. 보통은 남녀가 한 조로 다니는데, 퀘벡 경찰과 몬트리올 경찰들이 조금 다르다. 대부분 친절하지만 퀘벡 경찰이 특히 강력범죄를 더 많이 담당하고 있다. 퀘벡 경찰들은 새까만 복장에 방탄 조끼를 입고 다니는데, 이 새까만 방탄 조끼 때문에 더 과격해 보인다.

 

어느 날은 도서관 옆 지하철 통로를 지나가고 있는데, 어디서 낑낑거리는 소리와 "#$%#^#$%!!!!!" 하고 명령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 왔다. 이거 뭔 일 났구나 싶어서 코너를 돌아보니, 두 명의 경찰이 어느 노숙자를 제압하고 있었다.

 

이 노숙자는 무릎이 꿇린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있었는데, 한 경찰이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무릎으로 노숙자의 목을 꽉 누르고 있었다. 덕분에 노숙자는 꼼짝도 못하고 낑낑대기만 했고, 경찰은 뭐라뭐라 단호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이 때에는 프랑스어를 거의 몰라서 경찰이 뭐라고 하는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는데, 아무튼 퀘벡 경찰이 무섭고 강하게 제압하는구나 싶었다.

 

두꺼운 방탄조끼를 입고 무장한 퀘벡 경찰들 (사진 출처: CBC)

 

그렇게 경찰들은 다 무서운 줄 알고 다녔는데, 몬트리올 시 경찰은 조금 다르다. 이들도 방탄조끼를 입긴 하지만, 좀 더 친숙한 느낌이다. 경찰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무장하지 않은 경찰들도 많다. 이 분들은 범인 제압도 하긴 하지만, 보통 교통 순찰이나 시위대 주변에서 자주 보이고, 무척 친절하다.

 

어찌나 친절한지 길거리에 술먹고 뻗은 노숙자들에게도 다가가 괜찮냐며, 물을 마셔야 하지 않겠냐고 묻고, 노숙자가 일어날 때까지 건강체크까지 해준다.

 

한번은 내 친구가 이어폰을 낀 채로 자전거를 타다가 경찰에게 걸린 적이 있다. 친구가 나에게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해 주었다. 

 

"내가 자전거 타고 가는데, 사거리에서 자전거 탄 경찰이 날 부르더라고. 무슈! 무슈!! 하고..."

"진짜? 왜 널 불렀대?"

"날 멈춰 세우더니 아이디(신분증) 달라는 거야."

"으, 무서웠겠다."

"엄청 무서웠지! 그러더니 막 뭘 적으면서 자전거 타면서 이어폰 끼면 안된대. 음악 듣거나 전화해도 안된다고..."

"나도 음악 들으면 안되는 거 몰랐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미안하다고, 몰랐다고 했지. 어디 급하게 가느라 그랬다고 사과하면서 열심히 어필을 했거든. 그러니깐 한 번 봐준대."

"오, 다행이네."

"만약에 그 경찰이 안봐줬으면... 벌금 티켓 값이 70 달러나 된대."

 

아무튼 이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산책하다가 말을 탄 경찰을 목격해서이다. 자전거 탄 경찰도 신기하지만 말 탄 경찰은  정말 신기하다. 보통 차나 자전거로 가기 어려운 등산로나 공원에서 볼 수 있다.

 

말 탄 경찰들 멋있다
말이 신기했는지 다가가는 아기

나도 말 탄 경찰이 정말 신기했는데, 아기도 그랬던 모양이다. 아기가 말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경찰은 차분하게 멈춰 섰다.

 

말 탄 경찰을 보고 애기도 신이 났다

아기가 말을 보고 너무 신나하는 게 보였다. 말을 보고 깡총깡총 뛰었다. 경찰들도 그런 애기가 귀여웠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할 수 있도록(?) 나란히 쉬고 있었다. 이런 셔터찬스를 놓칠 수 없지...!

 

이 경찰들은 대부분 남녀 한 조로 다닌다. 멋지고 강한 여성 경찰이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기는 원래 여자 경찰이 남자 경찰보다 더 많다고 한다. 우와... 대단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