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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포르투갈 사람이 캐나다 음식을 만들었다! 마뿔무이예 푸틴

by 밀리멜리 2021.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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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즐겨 찾는 포르투갈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양념 바비큐 통닭을 파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서 배달도 하지 않고, 전화 예약을 해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식당 도착하기 전 멀리서부터 고소한 치킨 냄새가 난다. 생각없이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 맛있는 냄새 난다"라는 생각을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데, 어딘지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이 식당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항상 손님이 많다

 

몬트리올에는 포르투갈 이민자가 많아서 포르투갈식 통닭을 파는 식당이 꽤나 많은데, 이곳은 그 중에서도 꽤나 유명하다. 주말마다 3, 40분 기다리는 건 기본이니... 몬트리올 친구들 중 베지테리언 빼고는 대부분 이 식당을 알고 있고, 좋아한다. 친구가 어제 뭘 먹었냐고 묻길래 이 식당을 혹시 알고 있나 싶어 물었다.

 

"그 식당 알아? 라퐁텐 공원 근처에 있는 포르투갈식 통닭인데, 푸틴도 팔고..."

"포르투갈식 치킨? 모르겠는데..."

"마뿔무이예 몰라?"

"아, 알지! 나 먹어봤어. 파트너랑 둘이 먹으면 그 다음날까지 먹을 정도로 양도 많고 맛있더라."

"나도! 다음날 먹어도 맛있더라."

"여기 좋아하는데, 그게 포르투갈식 치킨인줄은 몰랐어..."

 

이곳 퀘벡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푸틴이다. 푸틴은 감자튀김과 치즈에 소스를 부어 먹는 음식이다. 이곳의 푸틴을 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맛있는 푸틴은 마뿔무이예에서 파는 푸틴이다.

 

이렇게 말하니 퀘벡 사람들한테 좀 미안해지기도 한다. 원래 푸틴은 캐나다 퀘벡 전통 음식인데, 포르투갈 사람들이 만든 게 퀘벡 사람들이 만든 것보다 더 맛있다니... 😂

 

그런데 이 포르투갈 사람들은 정말 푸틴 만드는 데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게의 메뉴판을 보면 푸틴은 8번인데, 메뉴 이름이 재밌어서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이 메뉴의 이름은 <좋아, 포르투갈 사람들이 푸틴을 만든다!!! (Bon, les Portugais font de la poutine!!!)>

 

좋아, 포르투갈 사람이 푸틴을 만든다!!!

몬트리올에 여행을 온다면 이곳에서 푸틴 하나 사서 라퐁텐 공원의 비버 호수 앞에서 돗자리 깔고 한번 먹어 봐야 한다. 몬트리올 여행 필수코스다.

 

닭 굽는 냄새...
망할 놈의 거리유지좀 지키시오!!

워낙 사람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줄 서는 게 기본이다. 식당 안은 좁고 손님은 많고, 손님들은 배가 고파서 그런지 자꾸 거리유지를 못하고 자꾸 밀려나온다. 안내판에 "망할 놈의"라는 뜻의 maudite라는 글을 써놓은 것이 재미있다. 그러나 이 룰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메뉴판에도 욕이 써있다

추천 메뉴는 8번 푸틴과 1번 닭한마리, 2번 닭반마리+샐러드+볶음밥이다. 메뉴판에 나오는 메뉴 이름은 사람 이름이 많은데, 메뉴 만든 점원들의 이름이겠거니 싶다. 정확한 건 모르겠다.

 

맨 마지막에 "모든 가격은 망할 택스 포함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몬트리올의 식당에서 외식할 때는 메뉴 가격에 30%를 더해서 계산해야 한다. 15%는 세금, 15%는 팁이다. 하지만 이곳은 택스 포함 가격이고, 포장주문이라 팁도 의무가 아니라서 메뉴판 가격 그대로 계산하면 된다. 

 

언제쯤 줄어드냐구요 이 대기줄...

꽤 기다린 끝에 음식을 포장해서 나왔다. 이제 집에 가서 먹기만 하면 되는구나 ㅠㅠ

 

푸틴 짠!

푸틴은 감자튀김과 치즈가 주재료지만 이곳의 푸틴은 닭고기와 소시지가 많다. 게다가 소스가 정말 맛있다. 사진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으려니 입에 침이 고인다. 

 

이 소시지는 유럽 이베리아 반도에서 유명한 초리조(Chorizo) 소시지인데, 보통 소시지보다 쫄깃쫄깃하고 살짝 매운맛과 향신료가 섞여 있다. 음, 포르투갈 사람들 정말 잘했어!!

 

푸틴에 들어가는 치즈는 "프로마쥬 엉 그랭(fromage en grains)"이라고 부르는데, 퀘벡 지방에서만 이 치즈를 볼 수 있다. 치즈 향이 강하지 않고 무척 쫄깃쫄깃한 식감이 난다. 따뜻하면 피자치즈처럼 쭉 늘어나기도 하는데, 식어도 쫄깃한 맛은 그대로 남아있다.

 

몬트리올에 온다면 꼭 한번 드셔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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