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땡긴다. 한국이라면 전화 한통 들어서 시킬 테지만, 우리 집에서 한국치킨집까지는 너무 멀어서 배달이 안된다. 되더라도 6천원이 넘는 배달팁을 내야 하니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치킨을 먹고싶은 날이면 운동할 겸 해서 자전거를 타고 간다.
빌딩이 가득한 도심을 지나고, 강아지 공원이 있는 길을 따라 가면 한국 마트가 등장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40분쯤 걸린다. 남자친구 혼자 가면 20분밖에 걸리지 않겠지만... 나는 자전거를 타면 그렇게 빨리 달리지 못한다. 내 체력문제도 있겠지만 기어 없는 자전거를 사는 바람에 언덕배기에서 혼자 개고생을 한다.
40분동안 자전거를 타니 엄청나게 배가 고파진다.
세상에... 겨우 도착했네. 치킨 하나 먹자고 이게 왠 고생인지 싶다. 운동이고 뭐고 먹을 걸 다오!!
소심하게 밖에서 메뉴판을 찍었다. 남친이 그걸 보더니 왜 식당 안에서 메뉴판 안 찍고 밖에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걸 찍냐며 뭐라고 한다. 소심해서 그렇다 왜!
한국음식점에 가면 한국말로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
이곳에서 아는 한국사람이라고는 한국어 가르치는 아이들밖에 없다. 국적을 따지고 보면 그 아이들도 캐나다 사람이니까... 한국 사람이 귀한데, 처음 보는 사람과 한국어를 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
사장님이 참 친절하셨다. 남친과 나를 보며 두 사람이면 치킨무 두개가 필요하겠다며 하나를 더 넣어주시는 바람에 감동했다.
안에는 사장님 아들인 듯한 꼬맹이가 테이블에 앉아 책을 펴놓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기특하기도 하지. 이 장면 또한 한국 식당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해진다.
치킨 튀기는 걸 기다리자니 너무 배고파진다. 바로 옆 한국슈퍼에 가서 식혜 한 컵을 사다가 들이키니 속이 다 시원하다. 식혜도 너무 소중해... 존맛탱! 그러고보니 식혜 사진이 없다. 자전거 타느라 넘 힘들어서 벌컥벌컥 마셔버리느라....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기다리는 와중에도 손님들이 많다. 한국 식당이 인기라더니...
메뉴가 꽤나 많아서 여러 양념이 섞인 콤보메뉴를 시켰다. 이 치킨을 밥이랑 함께 먹고 싶었기 때문에 그대로 포장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근데, 또 40분 자전거를 타야 하다니...
식혜 한잔가지고는 안될 것 같아서 밤만쥬 하나를 사서 까먹었다. 이것도 역시 사진이 없다. 배고플 땐 사진이고 뭐고 일단 배부터 채워야 한다.
가방에 치킨박스를 넣으니 자꾸 뒤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내리막길은 페달을 안 밟아도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서 좋다.
오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서 밥을 퍼서 치킨과 먹었다.
치킨 하나 먹기 너무 힘든 거 아냐?
그래도 너무 맛있다 😋
운동하고 먹는 게 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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