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산드로네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갔다. 우리는 먹을 걸 간단하게 준비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산드로가 음식준비를 세심하게 차려놓아서 놀랐다. (산드로 이야기: 앗 싱크대가 막혔다! 맥가이버 친구에게 도움 요청!)
산드로는 식탁 한가득 치즈를 갈아 쌓아두고 라자냐와 샐러드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요리를 했다고 했으니,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산드로는 우리를 보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반겨주었다.
"어서 와! 마실 건 뭘 줄까? 물, 탄산수, 에스프레소, 커피, 맥주, 와인, 샴페인... 말만 해!"
사실 이탈리아 태생의 산드로가 타주는 이탈리안 커피를 먹어보고 싶었다. 이미 산드로가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있었는데 커피향이 기가 막히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커피를 끊으려고 노력중이라... 😅 그냥 물을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물 한잔도 그냥 주지 않고 탄산수를 따서 예쁜 유리컵에 얼음과 레몬 슬라이스를 넣어 준다. 산드로는 이전에 바텐더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물 한잔도 예쁘게 대접해 준다.
산드로는 요리하면서 자기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요며칠 산드로를 만났을 때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는데,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한다. 나도 오며가며 산드로의 여자친구를 우연히 만나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헤어졌구나. 오늘 만난 건 산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이젠 괜찮아졌어. 맥주 좀 마시고 며칠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구. 함께할 운명이 아니었나 봐."
"왜 헤어진거야?"
"글쎄, 그냥 떠나버렸어. 사실 지금 여자친구와 만난 건 두번째야. 예전에도 연인이었다가 한번 헤어졌거든. 그러다 몇년 후에 그녀가 먼저 연락해서 다시 만나게 됐어. 이번에는 진짜 잘될 줄 알았어. 여자친구도 우리 집으로 이사오고, 내 아들도 여자친구 보고 좋아했어. 내 아들은 주말에만 우리 집에 오거든."
"그랬구나. 너희 정말 행복해 보였는데..."
"여자친구가 이 집을 보더니 정말 놀라더라구. 예전 집보다 훨씬 멋지니까! 정말 이 집 예쁘지 않아? 나도 열심히 가꾸고, 여자친구도 너무 좋아하고... 여자친구의 딸도 오갈 데가 없어서 우리 집에서 머물렀어. 곧 여자친구도 이 근처에서 직장도 새로 얻었고! 다 정말 잘 되고 있었는데..."
"난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여자친구가 불편한 게 없도록 다 준비하고,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지. 여자친구 딸도 우리집에서 머무는데, 어느 날은 그애가 계속 토하는 거야."
"설마...?!"
"그애를 응급실에 데리고 가서 하루종일 돌봤지. 임신했던 거야. 수술하고 퇴원 후에도 돌보고 요리해주고... 글쎄, 엄마라는 사람은 늘상 취해 있었으니까. 누군가는 돌봐야 할 것 아냐? 정말 노력했는데, 여자친구는 내가 필요할 때 곁에 없었대. 그것도 부족했던 모양이지. 예전에 떠났던 것처럼 또 말없이 집을 나갔더라고. 나도 이제 너무 배신감이 들어서... 짐 가져갈 거 다 가져가라고 했지. 짐뿐만 아니라, 우리 집 가구의 반을 줬어."
"정말 마음 아팠겠다. 그런 일이 있었어도 지금은 좋아 보여 다행이야."
"당연하지.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아. 물론 그녀하고는 완전히 끝이지만... 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거든."
하지만 산드로가 정말 좋아하는 연인은 따로 있었다. 산드로의 옛 사랑은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모델이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미드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아서 흠뻑 빠져들어서 몇시간이고 들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산드로의 사랑 이야기는 다음 글에 계속...!
산드로의 마이애미 이야기
산드로가 옛 연인 실비아를 만난 건 수년 전 멕시코의 어느 바닷가에서였다. 사람이 많은 해안가에서 마법처럼 둘은 눈을 마주쳤고, 서로에게 이끌려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제는, 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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