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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산드로의 마이애미 이야기

by 밀리멜리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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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로가 옛 연인 실비아를 만난 건 수년 전 멕시코의 어느 바닷가에서였다. 사람이 많은 해안가에서 마법처럼 둘은 눈을 마주쳤고, 서로에게 이끌려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제는, 실비아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어서 스페인어를 하고 산드로는 영어를 한다는 점이었다.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했다는데, 산드로는 언어 없이도 소통을 잘 할 사람이긴 하다. 

 

점심을 먹으며 산드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스페인어를 못하고, 실비아는 영어를 잘 못했지. 하지만 서서히 서로의 언어를 배워나갔어. 덕분에 내가 스페인어를 하면 아르헨티나 사투리가 있어. 그리고 우리 둘이 미국 마이애미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지."

 

"미국? 갑자기?"

 

"실비아가 마이애미에 집이 있었거든. 알고보니 실비아는 아르헨티나에서 정말 유명한 모델이었던 거야! 유명한 사람이란 걸 알긴 알았지만, 아르헨티나 사람이라면 실비아를 대부분 알고 있었어. 며칠 전에는 우리 아파트에서 아르헨티나 사람을 만났거든. 실비아 이야기를 했더니 나보고 '당신이 그 실비아의 캐나디안 남자친구였어요?'라는 거 있지!"

 

"아르헨티나에서 산드로도 유명하겠네, 그럼?"

 

"하하, 그건 아니고. 그래도 내가 아르헨티나 뉴스에 한번 나오긴 했어."

 

"정말?"

 

"그래. 실비아 부고 기사가 났을 때... 내 이야기도 잠시 나오더라고. 실비아의 동생이 알려줬는데, 제일 슬픈 소식으로 뉴스가 났지."

 

이 말을 했을 때 산드로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것 같았다.

 

"실비아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구나. 어쩌다 돌아가신 거야?"

 

"음.... 종양이 있었어. 위험한 건 아니었지만. 난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어. 그렇게 예쁜데 모델이라는 직업 때문이었는지 지방흡입수술을 했거든. 주사가 종양을 건드렸고 그게 잘못되어서 그만 사망했어."

 

슬픈 이야기에 잠시 숙연해졌지만 산드로는 활기차게 또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실비아와 함께 마이애미에서 살았던 2년은 진짜 특별했어(It was something else). 실비아는 부동산 공부를 했고, 나는 건축 일을 했지."

 

"마이애미가 진짜 크레이지하다던데, 정말 그래?"

 

마이애미 (출처 픽사베이)

 

"아, 장난 아니지. 진짜 그 도시는 뭔가 있는 것 같아! 위험하기도 하고.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 우리 집 앞에서 쾅 하고 뭔가 큰 소리가 나서 새벽에 깼거든. 창밖을 보니 자동차 하나가 뒤집혀 있고, 까만 연기가 엄청나게 피어오르더라고. 그리고 그 연기 사이로 사람이 기어나오는 게 보였어. 얼마 안있어서 구급차가 오고, 경찰이 오고, 청소차가 와서 자동차 유리 파편을 싹 치우는 거야. 쾅 소리가 난지 5분만에 그 지옥같은 현장이 깔끔하게 처리되고... 바닥엔 타이어자국만 남았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야! 사고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면 처리가 그렇게 빨라?"

 

"와, 무시무시하네. 그런 마이애미에서 무슨 일을 하며 지냈어?"

 

"하하, 별 일을 다 했지! 주로 건축 리모델링 일을 했는데, 지금 하는 일도 사실 다 마이애미에서 배운 거야. 어느 날은 실비아의 아는 사람을 통해 마르코라는 사람을 만났어. 마르코가 일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말이지. 그 사람의 보트를 청소하는 일이었어."

 

"보트 청소라고? 엄청 부자인가 보네."

 

"말도 마. 저택 앞에 운하가 있는데, 자기 집 앞에 보트를 두고 살더라니까! 스포츠카랑 럭셔리 차도 여러 대 있었지. 메르세데즈 벤츠, 페라리, 포르셰 같은 슈퍼카들 말야. 아무튼 보트 청소를 하는데, 함께 일하는 사람이 산소통이랑 다이빙 장비를 주더라고. 이게 뭐냐고 물으니, 보트 청소하려면 필요하다는 거야."

 

마이애미 항구의 보트 (출처 픽사베이)

 

"오..."

 

"처음이었지만 어쨌든 그 사람 따라서 청소를 했지. 그러고 나서 하루에 얼마를 번 줄 알아? 현금으로 3,000 달러였어! (약 350만원). 하하하! 진짜 별세계였지. 그때 그때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가서 일을 했는데, 그때마다 몇천 달러를 벌었으니 돈 걱정은 없었지. 나중엔 신뢰가 쌓였는지 누구를 차로 픽업해 오라는 심부름을 했었어. 그때 마르코가 자기 차를 타고 가도 된다길래, 처음으로 벤츠를 타고 달려봤지. "

 

드라마를 보는 기분!

 

"와... 무슨 미국 드라마 보는 것 같은데?"

 

"마르코는 좀 무서운 사람이었던 것 같아. 불법적인 일을 했겠지. (He was up to no good.)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 그런 사람 눈밖에 들었다가는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 아무튼, 마이애미는 정말 대단했지. 그렇게 돈 벌고, 매일 해변가 나가서 놀고... 이제 다시 그렇게 살라고 하면 못 살아. 젊었으니 그랬지."

 

"이야기 듣다보니 몇시간이 지난줄도 몰랐네. 산드로, 네가 해준 이야기 다른사람에게 해도 돼?"

 

"당연하지. 난 상관 없어."

 

이야기를 다 들으니 벌써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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