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

앗 싱크대가 막혔다! 맥가이버 친구에게 도움 요청!

by 밀리멜리 2021. 7. 15.

반응형

저녁으로 연어 스테이크를 해먹었다. 다 잘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싱크대가 막혀버렸다. 아무래도 생선 손질하면서 벗긴 비늘이 싱크대 파이프에 쌓인 모양이었다. 으아....!!

 

뜨거운 물을 부어봐도 계속 싱크대가 막혀 물이 잘 내려가지 않길래 어쩔수 없겠구나 하고 친구이자 빌딩 관리인 산드로에게 연락했다. 

 

싱크대가 막혔다는 말에 바로 달려와준 산드로

산드로는 바로 다음날 달려와서 1분만에 싱크대를 고쳐주었다. 아니, 이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거였어?? 역시 맥가이버란 별명이 잘 어울렸다.

 

싱크대 말고도 문짝이 덜렁거리는 곳을 고쳐주었고, 욕조와 세면대도 모두 점검해주었다. 더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바쁜 산드로를 붙잡을 수 없어서 한국식품점에서 산 약과를 두개 주었다. 

 

한국에서는 잘 먹지 않던 약과를 외국에 나오니 쟁여두게 되는데, 아무래도 사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산드로는 하나를 뜯어 맛있게 먹고 정말 힘이 난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셔츠 주머니에 넣으며, 심장에 가까운 곳에 두어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산드로는 내가 본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프로페셔널하며,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작년에 처음 환기 문제로 관리 사무실에 연락했는데, 그때 산드로를 처음 만났다. 그때도 오늘처럼 환기통 뿐만 아니라 집 이곳저곳을 세심하게 고쳐주었다. 옷장에 나사가 빠진 곳이나, 구멍이 난 곳을 메워주었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집안 가전의 부품을 아예 새것으로 갈아주었다. 아무래도 그건 타고난 성격이거나 직업병일 것이다. 집 내부 아주 작은 것이라도 고장나있고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그런 마음 씀씀이도 고맙지만 역시 산드로와 함께하는 대화가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다. 산드로가 집 이곳저곳을 고치며 여러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의 인생 이야기 역시 무척 재미있다. 그는 퀘벡 사람답게 원래는 하키 선수였고, 하키를 그만둔 이후에도 별별 일을 다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재밌어서 산드로와는 쉽게 친구가 되었다. 며칠 전에는 좀 더워서 아이스 커피를 사러 나갔다가 힘들게 일하고 있을 산드로 생각이 나서 똑같은 아이스 커피를 사다 주었다. 그런데 아차 싶었던 것이, 산드로는 퀘벡 사람이긴 하지만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이다. 

 

"산드로! 여기 있었네! 자, 커피 마셔."

"이게 뭐야, 아니, 오늘 무슨 날이야?"

"그냥. 커피 마시고 싶어서 샀는데 산드로 일하느라 힘들까봐 한잔 같이 샀어."

"정말 나 주는 거야? 여기에 뭐 탄 거 아니지?"

"타긴 뭘 타! 굳이 뭘 넣는다면 우정과 에너지를 넣었지 ㅋㅋㅋ" 

"나한테 아이스 커피를 줬네! 나 아이스 커피 처음 마셔봐."

"처음 마셔본다고? 정말?! 오... 맞다! 너 이탈리아 출신이지!!!"

 

아이스커피를 먹지 않는 이탈리아 사람들

 

이탈리아 사람에게 아이스 커피란...? 구정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좋아하지, 아메리카노처럼 물을 탄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물며 이탈리아에는 아이스커피를 아예 팔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순간 떠올랐다. 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고 남들도 좋아할 리 없건만... ㅋㅋㅋ 농담삼아 이렇게 말했다.

 

"어쩔 수 없네, 다시 가져가야겠어."

"아니야, 아니야! 잘 마실게. 이것도 경험이지 뭐."

 

라고 아이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산드로는 "나쁘지 않네"라고 말했다. 산드로에게 커피를 다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산드로 성격상 아무리 별로였더라도 친구가 준 선물을 버리진 않았을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