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동료(그렇지만 처음 보는)와 이야기를 했다.
"오늘 맥도날드에서 의료업계 종사자에게 무료 커피를 준대요!"
"네? 무료커피? 그게 뭐예요?"
단어는 알아들었는데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다시 물었다.
"아, 맥도날드에서, 이 직원증 가지고 가면 무료로 커피 준다구요."
"우와! 엄청 좋네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 커피 잘 즐겨요!"
우와, 이런 게 스몰토크구나. 얼굴도 처음 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다니.
요즘 코로나가 미친 듯 기승을 부려서 난리다. 내 친구들까지 걸려버리니 진짜 그 위력이 맨살로 느껴진다.
그 와중에 의료 종사자에게 커피를 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굳이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그냥 사무직이기도 하고 이런 이벤트는 정말 위급한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인력을 위한 거니까. 하지만 그냥 소식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무튼 스몰토크 거리가 하나 생겼다. 옆 사무실 산드린에게 이 말을 해봐야겠다.
"산드린! 들었어요? 맥도날드에서 의료업계 종사자에게 커피를 준대요."
"아, 그거 좋군. 나는 벌써 커피 한잔 하고 있지만 말이야."
산드린이 텀블러에 든 커피를 들어 보인다. 산드린은 아프리카 출신이고 카리스마가 엄청나다. 언제나 여유로워서 서두르는 일이 없고, 행동과 말이 우아하다. 게다가 이 눈길에 하이힐 검정 부츠를 신고 다닌다는 점도 대단하다.
"스테판이 오늘 떠나거든. 그래서 커피를 돌렸어. 바이바이 기념으로."
"아, 그렇군요. 스테판..."
"스테판, 머리 어깨까지 기른 키 큰 남자. 저쪽에서 일하는 사람."
"아, 어제 처음으로 만났어요. 난 어제 처음 만났는데 바로 바이바이네요."
"커피 마시고 싶으면 가져가. 요즘 어려운 건 없어?"
"요즘 좋아요.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그날 오후,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스테판과 마주쳐서 인사를 했더니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에스크쥬뜨빼뻐?"
난 이 말을 못 알아들어서 다시 말해달라고 했는데, 스테판이 한참 인상을 쓰며 생각하더니 영어로 말했다.
"Did I scare you? (내가 널 놀라게 했니?)"
그제야 알아들은 나는 웃으며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그냥 말이 빨라서 그런 건데.
아무튼 영어로 말하려고 노력하다니 친절하다. 몬트리올 사람들은 영어와 프랑스어 둘 다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조금만 도시에서 외곽으로 벗어나면 다 프랑스어뿐이고,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안한데, 프랑스어로 한 번만 더 이야기해줄래요?"
"Est-ce que je te fais peur? (내가 널 놀라게 했니?)"
"아!! 이제 알아들었어요. 고마워요. 😅"
스테판은 머핀과 소설책 등등을 내놓고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라고 쪽지를 붙였다.
오후 4시쯤 되니 배가 고파져서 머핀 하나를 살짝 가져왔다.
잘 먹겠다고, 새로운 출발 응원하겠다고 인사를 하려고 사무실을 둘러봤더니 스테판은 벌써 가고 없었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조금씩 해보니 알 것 같다. 물론 여기 사람들처럼 자연스럽지는 못하고 아직 삐죽삐죽 뻣뻣하고, 미리 할 말을 준비해야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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