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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춥다! 추울 땐 산책 어떻게 할까?

by 밀리멜리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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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앉아서 같은 자세를 오래 하고 있다 보니 몸이 뻐근해진다. 쉬는 시간을 갖고 산책하며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 때는 점심시간에 밥 먹자마자 친구랑 학교 안을 항상 산책했다. 이때는 몸을 챙겨서 산책한 게 아니라 그냥 교실 들어가기 싫어서 아무 데나 뱅뱅 돈 거긴 하지만. 그때는 그게 건강에 그렇게 좋은 습관인 줄 모르고 있었다. 요즘 읽는 책에서도 '식후 산책의 중요성' 이야기가 나오고, 나 스스로도 블로그에 '산책이 건강에 좋다'는 글을 써놓고 잊고 있었다.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눈운동 EMDR - 도파민과 아세틸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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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은 정말 춥다! 실제 온도 -12도에 체감온도는 -18도이다. 사람들과 마주치면 '오늘 정말 춥다'라는 이야기를 인사처럼 하게 된다. 모두가 두꺼운 패딩에, 털모자에 장갑에 단단히 입고 다닌다. 순간순간 한국어로 춥다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춥다, 춥다, 춥다. 추추추추추...."

 

너무 추울 땐 한국어만 나온다. 내가 추추추추... 를 중얼거리고 있으니까 산드린이 쟤는 왜 저러나 궁금했나 보다.

 

"추추가 무슨 뜻이야?"

"뭐?"

"Choo Choo? 너 계속 말하고 있잖아."

"아! 한국어로 춥다는 뜻이야. 오늘 춥지?"

"Uh-huh. 내일은 더 춥대."

"이것보다 더?"

 

산드린이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몬트리올의 겨울은 춥긴 하지만 나름대로 보낼 맛이 난다.

 

첫째, 눈이 오는 게 당연해서 눈 구경은 실컷 할 수 있다. 새벽 동안 눈이 오고 난 아침, 땅에 솜털 이불처럼 얇게 쌓인 눈을 밟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싸악싸악 소리도 나고, 괜히 길가에 발자국도 찍어본다. 눈 오는 하늘을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도 좋다.

 

둘째, 겨울 대비가 잘 되어 있다. 실내는 항상 난방이 잘 되어 있고, 눈이 쌓여서 얼어도 제설차가 한번 쫙 지나가면 차들도 잘 다닌다. 11월 전에 무조건 스노우타이어로 바꾸는 게 운전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제설 대비가 잘 되어 있어서 눈이 무릎까지 쌓여도 휴교하는 일은 없다...😂 

 

셋째, 겨울이라고 눈 축제를 한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가 정말 심해서 다시 통금이 생겼다. 아마 축제도 취소될지도 모르겠다.

 

함박눈이 내린다

 

온도 자체는 낮지만 그래도 다닐 만하다. 이 날씨에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근데 그게 우리 아파트 이웃이었을 줄이야...

 

퇴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집 시에나와 스태프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스태프가 깜짝 놀라며 "말도 안 돼! 이 아가씨 정말 미쳤네!" 하고 소리를 쳤다.

 

"안녕하세요! 왜요, 무슨 일이에요?"

"이 아가씨, 오늘 자전거를 타고 왔대요."

"진짜요? 시에나! 괜찮아요? 손이나 얼굴 아프지 않아요?"

"하하, 괜찮아요."

 

시에나는 추위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다. 시에나는 하프 마라톤도 출전할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날씨에 자전거라니! 이민자인 스태프가 시에나에게 한 마디 했다.

 

"퀘벡 사람은 다르네요. 이런 추위에 자전거를 타고."

"하하, 저 퀘벡 사람 아니에요. 미국 켄터키에서 왔어요."

"뭐라구요....!"

 

그리고 시에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굿이브닝 하고 인사를 하면서도, 스태프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나는 이런 추위에는 그냥 실내에서 지내기로 했다. 식후 산책 대신, 간단히 계단이나 오르락내리락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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