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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점심 혼자 먹지 말고 같이 먹어요

by 밀리멜리 202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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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서 사람들은 모두 재택근무 중이다. 나만 빼고...!
프랑스가 놀라서 내게 물었다.

"넌 재택근무 왜 안하지?"
"글쎄... 쟝이 재택근무 할 수 있냐고 묻길래 할 수 있다고는 했는데, 그냥 사무실 옮겨서 계속하나 봐."
"행정직은 다 사무실 근무야. 다른 행정직 동료가 그러더라."

 

내 대신 마리-크리스틴이 대답해 주었다.

 

"혼자 있어서 어쩌면 좋아. 많이 어렵지?"
"나 괜찮아. 그래도 걱정해 줘서 고마워."

 


사실, 혼자서 일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행정사무직 사람들은 이 건물에 있으니,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아무에게나 질문하고 도와달라고 하면 된다. 질문하고 나면 사람들하고 친해져서 또 좋다.

가장 좋은 점은 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제부터 조금씩 일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재택근무 덕분에 일이 정말 적어졌다. 누구를 통해서 확인받고 건너건너 상의할 필요 없이, 서로가 직접 연락을 한다. 이메일이 가장 빠르고 자주 쓰인다. 덕분에 나도 이메일 쓰는 것은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서인지 오전에 몇가지 일을 처리하고 나면 오후는 한가하다. 개꿀!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다 다른 부서 사람들이니, 인사만 하고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임시로 며칠만 있다가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사무실에 버티고 있으니 내 얼굴을 익힌 모양이다.

"몽생탕투안(이전 사무실)에서 왔죠?"
"네, 맞아요. 얼마 전 새로 왔어요."
"내 이름은 파니라고 하고, 나도 신입이에요. 나는 반대편 복도 저쪽 사무실에서 일해요."
"그랬군요. 반가워요."
"가끔씩 우리 사무실 쪽으로도 왔다갔다 하는 거 봤어요. 점심 혼자 먹던데, 혼자 먹지 말고 우리랑 같이 먹어요!"
"그러면 고맙죠!"

파니는 그 후에도 내 사무실로 찾아와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다. 고마운 사람!

 

미안한 말이지만 얼굴을 익히지 못해서 두번째 찾아왔을 때 헷갈렸다. 난 원래 낯선 사람 얼굴을 잘 못외우는데, 비슷비슷한 금발에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니 좀 어렵다. 나는 이곳에서 유일한 동양인이니... 사람들이 내 얼굴을 모를 수가 없다.

 

점심도 혼자 먹는 건 괜찮은데... 그래도 먼저 말을 해주니 정말 고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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