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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소셜 딜레마>의 경고, 인간의 취약한 심리를 건드리는 기술 (1)

by 밀리멜리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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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으로 많이 들었던 <소셜 딜레마> 다큐멘터리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거대 소셜 미디어 그룹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사람들이 출연해 소셜 미디어의 중독성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보고 친구와 4시간 동안 토론을 할 정도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이야기하느라 기진맥진해 버려 다시 정리하려니 어지러울 정도다. 이 포스팅도 굉장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영상 초반부터 거대 IT기업들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소개하며 인터뷰한다. 이름만 들어도 우와, 하는 그런 기업들의 초기 개발자들이다 -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핀터레스트,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등. 이 이야기를 해도 될지 변호사들과 몇 개월씩이나 상의했다고 하는 어느 개발자의 난처하고 불안한 표정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는 내부고발자들의 폭로를 조심스럽게 소개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글쎄, 한마디로 뭐라 말할 수 없는 게 문제다. 문제가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다루어야 할지 모르겠다. 음, 이대로 가다간 우리 문명이 파괴될 정도의 거대한 문제인데...

 

1. 중독성

 

차근차근 시작해보자. 첫번째는 일단, 중독성이다.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학자로 일하는 트리스탄 해리스는 지메일 로고를 디자인하며 자신도 스스로 지메일에 중독되었다고 말한다. (구글이 윤리학자를 고용하다니, 적어도 구글에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이루어진 것 같다.) 그는 IT 개발자들이 만든 플랫폼이 20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매 순간 영향을 미치면서도, 그들을 덜 중독되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래, 우리 모두는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어 있다. 나도 아침마다 인스타그램을 켜서 친구들의 일상과 인스타툰을 보는 데 한 시간 이상을 쓴다. 그게 뭐, 별 일이라고. 내가 선택한 건데, 재미있어서 보는 건데 뭐 어떤가.

 

20억의 사용자를 중독시키는 소셜 미디어 (넷플릭스 <소셜 딜레마>)

하지만, 정말 소셜 미디어에 쓰는 그 시간이 행복한가? 친구들과 재미있는 수다를 떨고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그 시간, 호감이 가는 멋진 사람과의 대화, 연인으로 발전할지도 모르는 사람과의 만나는 시간보다 더 소중할까?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들의 정신건강이나 웰빙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흔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같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이 소셜 미디어의 고객이라 착각한다. 구글은 그냥 서치 엔진이고, 페이스북도 내 친구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는 곳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실은, 플랫폼들의 목표는 우리들의 관심을 끌어 소셜 미디어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바치도록 하는 것이다. 가족과 식사를 하고,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하고, 연애를 하는 대신에 그 시간을 소셜 미디어에 바치도록 안간힘을 다한다. 왜냐고?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바치는 그 시간이 바로 돈이니까.

 

시간이 돈이 되는 영화, <인 타임>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를 보면, 커피를 사 마시려면 본인 수명의 4분을 내야 하고, 점심 한 끼는 30분, 권총 한 자루는 3시간, 스포츠카는 59년의 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신기하고, 너무나 꿈같이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돈이 시간이라니, 그럴 수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인 타임>의 세계는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니, 그보다 더 막장이다. 우리가 공짜라고 생각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시간으로 게시물에 지불하고 있다. <인 타임>처럼 커피 한 잔에 4분을 지불하면 차라리 합리적이겠다. 소셜미디어는 사용자를 서서히 중독시켜, 게시물 하나에 20초를 지불할 것을 3분, 20분, 3시간으로 늘려 터무니없이 비싼 시간을 쓰게 만든다. 

 

아무도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서 낭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중독성 때문에, 인스타그램에 30초만 지불하고 싶어도 그게 가능하지 않다. 친구가 어디 멋진 곳으로 여행을 갔다고? 요즘 정치인이 하는 말은 다 개소리지만 A 정치인만은 제대로 말하는 것 같아. 잠깐, 저 연예인이 방금 무슨 이상한 발언을 했지? 식당에서 개 진상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참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 지긋지긋해져서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끊으려 한다. 하지만 그때 화면에 떠오르는 알림 창 - 뭐, 내 전여친한테 새 남친이 생겼다고??!! 이건 안 볼 수 없지.

 

이것이 소셜 미디어와 사용자 간의 싸움이다. 소셜미디어는 어떤 알림을 띄워야 사용자가 그 게시물을 클릭할지 미리 알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당신에게 전여친의 새남친 소식을 띄우면 100% 당신이 그것을 클릭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다.

 

2. 데이터 수집

 

소셜 미디어는 어떻게 내가 뭘 클릭할지 미리 알았을까? 내가 클릭하고 싶은 것들만 알림창이나 피드를 통해 보여준다. 이 똑똑한 선견지명은 소셜 미디어들의 방대한 데이터 수집에서 나온다. 우리가 어느 이미지를 하나 보면, 소셜 미디어는 그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얼마나 오래 보는지조차 기록한다. 

 

그 데이터로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외로워하는지, 우울해하는지, 아니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MBTI는 물론이고, 심지어 여러 옛 연인들 중 어느 사람을 제일 좋아하는지조차 알고 있다. 그까짓 사적이고 조잡한 데이터를 뭐하러 모을까? 개발자들은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사용자와 똑같은 모델을 만들고, 무엇을 선택하면 제일 오래 머물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그중 제일 베스트의 게시물을 사용자에게 선보인다.

 

유튜브에서 랜덤 영상을 보다가 댓글에 '왜 이 영상이 내 추천 알고리즘에 떴는지 모르겠지만...'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슨 알고리즘의 도우심인지...' 같은 말은 무슨 유행어라도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영상이 우리에게 뜬 것은 절대 랜덤이 아니다. 

 

3.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이용한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의 친구태그, 새 게시물 알림, 상대방이 메시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 . . 표시 등은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절대로 아니다. 인간 심리의 깊은 곳을 연구해, 우리가 게시물을 클릭하도록 만들고 더 나아가 내 친구들,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도록 만든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인간 심리를 이용해 소셜 미디어를 개발한 개발자들조차 업무가 끝나고 집에 가면 이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자기 창조물에 먹히는 창조자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개발자들조차 중독되는데, 이런 심리를 꿈에도 모르는 사용자들이 중독되는 것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소셜 딜레마> 10대 여자 청소년들의 자살률 상승

1996년대 이후에 태어난 Z 세대는 처음으로 청소년 시기에 소셜 미디어를 접한 세대이다. 학교 끝나자마자 스마트폰에 매달리는 Z 세대는 누구보다도 취약하고 연약하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우울하다.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우리가 조종당하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더라도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너무도 빠르고, 컴퓨터는 그 게시물을 클릭하고 우리 마음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보려 하지 않다가 결국 구여친의 새남친 소식에 인스타그램을 켠 한 남자. 이 남자의 마음이 무너지고 옛 추억에 며칠 동안 시달려 슬픔에 잠긴다 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이 알 바가 아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화려한 연예인의 얼굴과, 거울 속에 보이는 화장기 없는 초라한 자신의 얼굴을 비교하고 나서, 좌절감에 울고 있는 소녀를 위로해주는 소셜 미디어는 없다. 사용자가 울든 말든, 그 시간에 게시물 하나 더 클릭하도록 만드는 게 소셜 미디어의 최대 관심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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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이 길어지고 있으므로, 다음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영화를 추천해 주신 김원생님 감사드려요.

 

다음 글: milymely.tistory.com/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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