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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백신맞고 겨드랑이가 부었대요

by 밀리멜리 2022.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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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토요일에 오전에 부스터샷을 맞으러 갔다. 나는 이미 맞았기 때문에 남친만 백신을 맞으러 갔다.

문제는 병원가기 전에 우리가 좀 싸웠다는 점이다. 뭐 때문에 싸웠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내가 오해를 하긴 했다...😐 난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아침밥을 먹었지만, 남친은 억울하고 서운했던지 밥을 아예 먹지 않았다. 백신 맞는 날 아침에 굶고 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곧 화해를 했기 때문에 기분은 금방 좋아졌지만, 아침밥을 먹을 시간은 부족했다. 남친은 얼른 맞고 맛있는 거 외식하러 가면 된다며, 빨리 나가자고 했다.

그런데 하필 이날 체감온도는 -26도였다. 

 

집을 나선지 2분만에 추워서 못 걸을 것 같아서, 스노우 팬츠를 입고 나와야겠다고 말했다. 이왕 돌아간 김에 모자와 장갑, 목도리까지 단단하게 챙겼다. 나는 완전무장을 했지만, 남친은 평소처럼 청바지에 외투 하나 달랑 걸치고 나왔다.

"진짜 그것만 입어도 괜찮아?"
"난 괜찮아, 하나도 안 추운데."
"아프면 어떡해?"
"괜찮을걸."
"하긴, 하버드 연구에서 백신 부작용 76%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라고 하던데. 대부분이 역플라시보래. 그걸 노시보라고 한다나? 아무튼, 아프다고 생각해서 아픈 거래."
"음, 그럼 난 안 아플 거야."

 


40분쯤을 걸어 병원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길바닥에 눈이 얼어 걷기가 정말 불편했다. 

 

그런데 맛있게 점심저녁을 먹고 그날 밤부터 남친은 앓아누웠다. 자면서 낑낑거리더니 살짝 열이 올랐고, 일요일 아침이 되어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열이 나네. 타이레놀 먹을래?"
"싫어. 난 약 같은 거 안 먹어."

저 고집을 누가 말리나. 아파서 끙끙대고 식은땀을 흘려도 약을 먹지 않겠단다. 아무튼 그렇게 일요일 내내 누워만 있었고, 그렇게 아파도 입맛은 있어서 밥은 잘 먹었다.

"앗! 겨드랑이가 부었어."
"임파선이 부은 건가?"
"그런가 봐."

남친은 겨드랑이가 부은 걸 확인하고 바로 인터넷으로 증상 조사를 했다. 

"인터넷에서 뭐래?"
"백신 맞은 사람들 가끔 겨드랑이가 붓기도 한대."
"그럼 어떻게 해? 좀 있으면 가라앉나?"
"응, 물 많이 마시고 푹 쉬면 저절로 가라앉는대."
"얼마나 부어있을까?"
"그게 문제야. 사람마다 다르대."

결국 남친은 월요일 오전까지 휴가를 내고 쉬어야만 했다. 겨드랑이 안쪽이 퉁퉁 부어서 계속 투덜거린다.

"겨드랑이가 부어서 불편해! 이건 역플라시보가 절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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