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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나의 달리기 루틴과 러너스 하이 체험기

by 밀리멜리 202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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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다니! 기쁘고 뿌듯하기도 해서 기록을 남겨본다.

 러너스 하이란?

 

달리기를 하다 보면 처음엔 힘들다가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이 가뿐해진다. 더 나아가 시공간을 초월하고 박진감을 느끼며, 희열감을 느껴 자신의 몸이 날아갈 듯한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짧게는 4분, 길게는 30분에 이르기도 하는 이 상태가 바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이다.

이 경험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장시간을 요하는 유산소 운동에서 자주 보인다. 달리기 시, 시간과 속도는 상관이 없으나 적어도 30분 이상의 장거리 달리기를 필요로 하며, 달리는 사람의 심적 육체적 긴장감이 없을 때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행복해!

이 행복감과 도취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뇌 속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통증 억제 효과가 모르핀보다 100배나 강하다고 한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모르핀이라는 뜻의 엔도제너스 모르핀(endogenous morphine)을 줄여 엔돌핀, 엔도르핀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나의 경험


나는 러너스 하이에 대해서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30분 달리기조차 벅차기 때문이다. 

오늘로 달리기를 한 지 6개월이 되었다. 일주일에 2~3번정도, 25~30분 동안 런데이 앱을 이용해서 달리기를 해 오고 있다. 물론 중간에 빠진 적도 많지만 그래도 큰 부담 없이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

 

나의 달리기 기록


런데이 코스 중에서도 30분 달리기 능력 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앱을 들으며 달리기를 하면 힘들어도 끈기를 갖고 달리기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30분 달리기 도전 코스를 완료하고, 30분 달리기 초급 코스를 4번째 반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40분짜리 지구력 올리기 코스를 달릴 차례였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달리기 시작한 지 32분째부터 러너스 하이가 시작되었다.

 

내가 32분이라는 걸 확실히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러너스 하이가 시작되면서부터 남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달리면서 언제 끝나지, 얼마 남았지 하면서 1분마다 시간을 체크하곤 했다. 러닝머신에는 남은 시간이 항상 표시되고, 시간만 보면서 달릴 때도 많다.

 

런닝머신에서 계속 시간만 보는 거 나만 그런가요

 

하지만 딱 32분부터, 자동적으로 시간을 보지 않았다. 정말 시공간을 초월한 듯 시간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5분이 지나있었고, 벌써 5분이나 지났나? 싶은 생각에 놀라며 러너스 하이가 끝났다.

 

시간을 초월한 느낌


하지만 신문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엄청나게 황홀하다든지, 꽃밭을 걷는 느낌이라든지 그런 행복감은 아니었다. 아마 개인마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의식이 묵직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명상에 깊이 들 때나, 요가 때 옴-하는 소리를 낼 때의 기분과 비슷했는데, 정신이 고요해지는 느낌이었다.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고, 지금 달리는 이 순간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원래 달리면서 잡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렇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허벅지 근육과 종아리 근육이 땡기던 느낌이 싹 사라졌다. 가끔씩 스트레칭을 안 하면 무릎도 아픈데, 무릎 아픈 느낌도 없었다. 힘이 들거나 아프지 않으니, 이대로라면 계속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5분이 지나있었고, 달리기가 거의 끝나간다는 런데이 앱 성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5분이 지나니 정신이 확 들며 슬슬 근육이 땡기고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시계를 보기 시작했다. 40분이 되고 달리기를 마무리했다.

 

 어떻게 하면 경험할 수 있을까?


나보다 운동을 훨씬 더 좋아하는 남친은 내가 러너스 하이를 느꼈다고 말하자 부러워했다. 나도 왜 운동을 오래 한 남친보다 내가 왜 먼저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첫째, 유산소 운동을 30분 이상 해야 한다. 남친은 유산소보다 무산소 근육 운동- 예를 들어 턱걸이나 아령, 근력 기구 등등을 좋아한다. 그에 비해 나는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30분 정도 달리고, 끝나면 스트레칭과 철봉 매달리기를 하는 게 주 루틴이다.

둘째, 숨을 고르게 쉴 수 있는 속도로 달려야 한다. 유산소 운동을 30분 이상 하더라도 숨쉬기 벅찰 정도이면 러너스 하이는 오지 않는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이전의 나는 30분을 달리더라도 체력이 약해 금방 숨을 헐떡거렸다. 달리기를 하고 경험이 쌓이니 체력이 좋아져서 충분한 산소 호흡이 가능해진 것 같다. 

셋째,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 달리기를 6개월간 꾸준히 해왔다고 하지만 달리기는 정말 하기 싫은 숙제 같았다. 오늘은 다 뛸 수 있을까, 그래도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억지로 러닝머신에 올랐는데, 이날만큼은 별생각 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러너스 하이는 달리기를 즐기면서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다. 이 행복감에 도취되어 운동 중독이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몸을 다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어서 주의하려고 한다.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억지로 무리하게 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일주일 2~3번 루틴이 내게 딱 맞는다. 또 경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되면 운동을 하는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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