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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영화 끝까지 간다 리뷰 - 내가 꼽은 명장면

by 밀리멜리 202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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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우리나라 영화 끝까지 간다를 리메이크한 프랑스 영화가 랭킹 1위를 찍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원작을 못봤는데?! 우리나라 원작부터 먼저 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끝까지 간다 포스터

이 영화 포스터는 본 적이 있는데, 뭔가 뻔한 영화일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의외의 호평!  

괜찮은 평점


영화 포스터가 흥행률을 떨어뜨린 비운의 영화라는 코멘트도 있었다. 포스터가 너무 뻔해서 영화도 뻔한 내용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군 싶다.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서스펜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돌릴 틈을 안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관객들에게 쉴 수 있는 기회를 안 준다는 것이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클라이막스급 긴장감을 준다. 그러면서도 지루하거나 산만한 틈을 주지 않고 계속 긴장하게 만들고 서스펜스를 주니 이야기 흐름과 연출 기법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박창민(조진웅 역)이 딱 등장했을 때 배우의 카리스마와 쫄깃함! 여기서부터 정말 재밌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조진웅 등장씬

프랑스 리메이크작 제목이 Sans Répit, 휴식 없음이라는 뜻인데, 리메이크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느껴진다. 제목만 보더라도, Hard day(힘든 날, 끝까지 간다의 영어 제목)보다는 휴식 없음!이라는 제목이 더 재밌어 보인다.

 

프랑스 리메이크작 vs 원작 포스터

 

 

 코믹한 대사

 

끊임없는 서스펜스 중에도 중간중간 피식하는 코믹한 대사들이 있다. 이런 코믹한 대사와 함께 서스펜스를 함께 이끌어나가는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 웃기면서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다니! 주연배우 이선균과 조진웅이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함께 받았다는데, 역시 받을 만 하다고 느껴진다.

박창민(조진웅 역) 등장씬도 강렬했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최고로 꼽는 장면은 이 장면이다.

 

놀랐냐? 덕분에 잠수 기록 세웠다.

"너도 놀랐냐? 나도 놀랐다. 너 때문에 내가 잠수 기록 세웠다."

 

죽은 줄 알았던 박창민이 물을 뚝뚝 흘리며 고건수를 쫓아왔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이 대사는 고건수(이선균 역)에게 날리는 대사이지만, 관객에게 하는 대사처럼 느껴진다. '놀랐냐?' 하고... 네, 정말 놀랐어요.

 

이 장면도 은근 기억에 남는다.

 

남자가 있대!

"인생상담 하러 갔었는데, 거기서 자꾸 엄마한테 남자가 있다는 거야. 근데, 지금도 있대!"

사건의 전말을 아는 그 점집, 용하네!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영화 내내, 주인공 고건수는 절대로 착한 사람이라곤 할 수 없다. 경찰이면서 마약 밀매, 횡령, 불법업소 운영, 살인교사, 뺑소니, 사체유기, 폭발물 절도까지... 어휴! 흉악한 범죄란 범죄는 다 저지른 진짜 나쁜 놈이네 하고 혀를 차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에 대해 냉담한 시각을 갖다가 응원하는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일말의 도덕심을 가질 만하다 싶은 장면부터였다. 바로 어머니의 관에 뺑소니 희생자를 함께 묻어버린 것. 범죄의 스케일답게 서스펜스가 정말 강하고 조마조마한데, 이전엔 정신없이 범죄를 저질러 온 고건수도 이번엔 "어머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죄책감의 표정이 드러난다.

 

죄책감이 드는 고건수

이런 죄책감과 함께 또다시 다급해지고 스릴이 느껴지니 이상하게도 주인공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이후로 주인공 고건수보다 더 나쁜 놈, 박창민이 나오면서부터 고건수가 잘 살기를 응원하게 된다. 나쁜 놈을 응원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

 

누가 나쁜 사람인가?

이 장면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생각하게 되었다. 한나 아렌트는 '생각하지 않으면 누구나 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처럼 악한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주인공 고건수도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범죄를 감추려다 정말 끝까지 간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끝까지 가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를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리메이크했을지 궁금해진다. 프랑스 버전도 곧 한번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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