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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몬트리올 사람들은 어디로 휴가를 갈까?

by 밀리멜리 2022.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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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엔 꼭 해야 하는 한 가지 업무가 있다. 바로 여름휴가 날짜를 신청하는 것이다.

요즘 노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일이 많아 바쁘기도 하고 좀 피곤하다. 썸머타임이 시작한 이후로 하루 일과를 한 시간 일찍 시작해야 하고, 일도 밀려 있고, 주말 한국어 수업도 있고, 날씨도 갑자기 따뜻해져서 노곤노곤하다. 나도 휴가 가고 싶다!

 

휴가 가고 싶다!


나는 휴가가 없는 줄 알았는데, 수습기간이 끝나고 휴가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 어떻게 된 시스템인지 모르겠지만, 며칠마다 한 시간씩 쌓인 모양이다. 지금까지 총 32시간의 휴가가 모여서 5일 정도 쉴 수 있다.

휴가 가고 싶은 날짜를 선택해야 하는데, 한번도 휴가를 써서 몬트리올 밖을 나가보지 못한지라 막막하다. 사무실 옆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디안, 오랜만이네요!"
"응, 반갑네. 저번 주 휴가 다녀왔어."
"와, 좋았겠어요. 휴가 어땠어요? 어디 다녀왔나요?"
"응, 여기저기 다녀왔지."

회색 곱슬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디안은 원래 성격이 살짝 까칠하다. 휴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그냥 그걸로 끝이었다.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았다. 쟝-세바스티앙이 말했다.

"나는 샤를부아 다녀왔는데, 정말 좋더라구! 작은 오두막 빌려서 거기서 묵었어. 야외에서 스파할 수도 있고!"
"우와, 그런 오두막은 분위기 정말 좋겠어요."
"오, 풍경도 좋고, 분위기도 좋지."
"그런데 그런 오두막은 통째로 빌리면 좀 비싸지 않아?"
"비싼 편이지. 근데 난 아는 사람이 있어서..."
"역시, 인맥이 있으니 좋네요."

 

퀘벡 샤를부아 오두막
침대에 누워 별을 볼 수 있는 오두막

 

에릭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휴가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저번 휴가에 가스페지에 다녀왔는데, 정말 예뻐. 몬트리올보다 훨씬 예쁘지. 내가 사진 보여줄게, 기다려 봐."

에릭이 휴대폰을 한참 뒤진다.

"어휴, 난 테크놀로지라면 질색이어서 사진 찾기가 힘드네. 오, 여기있다. 이것 봐."

에릭이 보여준 사진을 보니 맑은 해변과 멋진 풍경, 수많은 새들이 있었다.

 

퀘벡 가스페지 해변가

"와, 가스페지는 바다예요?"
"응, 바닷가 해변이야. 꽤나 멀다구."
"얼마나 걸려요?"
"차로 13시간쯤?" 
"하루종일 운전해야 하네요! 숙박은 어떻게 해요?"
"우리 가족은 아예 캠핑카를 빌려 갔어. 캠핑카에서 자고, 샤워도 하고, 요리도 할 수 있거든. 가스페지는 숙박비가 무척 비싼데 이렇게 가면 돈을 아낄 수 있지."
"오, 좋은 팁이네요."
"그런데 캠핑카를 운전하려면 트럭 운전 면허가 있어야 해."
"아이, 그게 문제네요. 흠..."
"어떻게 가든 가스페지는 한번 꼭 가봐. 정말 예쁘거든."

여름에 어디론가 휴가를 갈 수 있을까? 휴가를 떠날 생각하니 힘들었다가도 조금씩 힘이 난다.

 

캠핑카에서 보내는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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