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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직장 동료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by 밀리멜리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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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오니 쟝이 내 책상에 뭔가를 놔두었다고 한번 보라고 한다. 

 


"우와, 이게 뭐예요?"
"이번주가 행정직원의 주간이거든! 그래서 선물 주는거야."

행정직원의 주간이 있다는 것도 좋은데, 어쩌다 이렇게 잘 챙겨주는 상사를 만났는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군 🥰 

 

만화책 평양

봉투를 열어보니 책이었다. 얼마 전에 점심 먹으면서 쟝이 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퀘벡 만화가가 있는데, 북한을 직접 가서 자기가 겪은 일을 만화로 낸 거야."

"우와, 그래요?"

"나중에 그 책 보여줄게."

 

보여준다고 했는데, 내게 새 책을 선물해 주었다. 만화책 선물이라니 취향 저격!

 

아마 내가 한 달 후 팀을 옮겨야 하는 것 때문에 굿바이 선물을 미리 받은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팀을 옮겨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는데, 노동조합에서 결정된 규칙이라 쟝도 나탈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쟝은 그 소식을 전하면서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든 팀을 떠나자니 슬프기도 하고, 새 팀에 가서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옆자리 이프레옌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쉬워하면서도 현명한 조언을 해 주었다.

"이런! 내가 옆에 있었으면 절차를 잘 알려줬을텐데. 하지만 걱정 마.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자주 자리를 옮기거든. 혹시 알아? 다음 기간에 또 돌아올지. 걱정할 건 하나도 없어. 이건 실망할 일이 아니야."

 

이프레옌도 그날 아침 나에게 선물을 줬다.

쿠바 임페리얼 라이스

이프레옌의 선물은 점심식사였다! 양념된 볶음밥에 야채, 계란, 올리브 등등을 넣고 치즈를 올린 임페리얼 라이스! 

 

정말 맛있었다. 사실 이프레옌이 쿠바 음식 얘기할 때마다 임페리얼 라이스 이야기를 해서, 내가 맛있겠다고 맞장구를 쳤더니 출근한 날 내 몫을 가져다 준 것이다. 양도 푸짐해서 저녁까지 해결했다.

 

마리-크리스틴은 허그 선물을 해주었다. 내가 한달 후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손을 잡으며 눈이 빨개졌다. 

"안 좋은 소식 들었어. 진짜 슬픈 소식이야. 너 괜찮아?"
"나도 놀랐어. 슬프기도 하고, 내가 선택해서 떠나는 게 아니니까 더 아쉬워. 너도 정말 보고싶을 거고."
"우리 아직 한 달 남았어. 쌍까셋(회식)도 가고 밖에서 점심도 또 먹자. 내일도 커피 함께 마시고."

마음이 허했는데, 마리-크리스틴이 허그를 해주고 나자 뭔가 위로가 되었다.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좋은 점이 너무 많다.
1.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다.
2. 큰 공원이 옆에 있다.
3. 깨끗하다.
4. 사무실이 넓고 빛이 잘 든다.
5. 일이 별로 없을 땐 정말 편안하다.

장점이 여러 개 있지만, 일할 땐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은 것이 최고다. 정말 아쉽지만, 남은 한달간 사람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바빠지면서 지금 직장의 좋은 점이 당연하고 평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작은 것들이 더 소중해진다. 마음은 약간 울적해졌지만, 며칠 지나니 그 소중한 것들을 잘 음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하고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퀘벡에서의 직장생활도 자주 변해서 더 다이나믹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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