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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피아노 코미디 콘서트 후기 - 그레고리 샤를

by 밀리멜리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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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점심, 쟝과 크리스틴이랑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경영진 쪽에서 일하는 옆사무실 동료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작은 선물이 있는데... 그레고리 샤를의 피아노 콘서트예요! 이번주 일요일 2시 반에 열리구요. 의료인력을 위한 콘서트고 티켓은 무료니까 오고 싶은 사람은 저한테 말하세요. 베르덩의 교회에서 열리니까 정말 예쁠 거예요."

 

교회에서 열리는 피아노 코미디 콘서트

 

하고 사라졌다. 나는 그레고리 샤를이 누군지 몰라서, 피아노 콘서트와 티켓만 알아들었는데 쟝이 설명해 주었다.

 

"너 가보면 좋겠다! 그레고리 샤를이라고, 퀘벡에서 굉장히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코미디언이거든.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코미디도 해. 퀘벡 문화를 맛볼 기회니깐 한번 가봐."

"오, 그럴까요?"

"그레고리 샤를 정말 유명해. 퀘벡 사람이라면 다 알걸."

 

크리스틴도 거들었다.

 

"근데 난 안 갈거야. 그레고리 샤를하고 안 좋은 기억이 있거든. 정말 재능이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무슨 기억인데?"

"그레고리 샤를한테 피아노 수업을 배웠거든. 그런데 별로였어. 온라인 수업이라 좀 어렵기도 했고, 뭐랄까. 그 사람은 자기 재능은 뛰어나지만 교육자적인 측면에서는 좀...."

"그래?"

"응. 자기는 피아노를 잘 치니까 다른 사람들도 자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잘 할거라고 생각하더라고. 다른 사람의 수준을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난 패스할래. 그치만 재능만큼은 대단한 사람이니까, 넌 가봐도 좋을 거야."

"그럼 가봐야겠어."

"거기 교회도 진짜 예쁘거든. 한번 구경해 봐."

"그래! 너도 갔다 와서 '어휴, 정말 별로였어' 이렇게 말해도 되니까. 갔다오고 나서 감상 말해줘."

 

어차피 일요일에 할 일도 없겠다, 한번 콘서트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교회 건물이 정말 크고 예뻤다. 오죽하면 여기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이름이 교회(드레글리즈)이다. 지하철을 나오니 교회가 바로 보였다.

 

예쁜 내부

들어가자마자 정말 화려한 장식과 스테인글라스 덕에 우와 하는 소리가 나왔다.

 

얼마 전 갔던 캔들라이트 콘서트를 했던 성당보다 더 크고 화려했다.

 

참고글: 예쁜 성당에서 열리는 캔들라이트 음악 콘서트

 

예쁜 성당에서 열리는 캔들라이트 음악 콘서트

연주회나 전시회가 보고 싶어서 검색을 하다가, 올드몬트리올 구역의 성당에서 열리는 캔들라이트 음악 콘서트를 발견했다. 오오! 너무 예쁜데! 바흐,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쇼팽, 비발디 등

milymely.tistory.com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성당과 교회를 번갈아 썼는데, 사실 이런 건물들은 모두 카톨릭 교회이다. 교회든 성당이든, 프랑스어로는 둘 다 레글리즈라고 부른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레고리 샤를이 유명하긴 한가 보다. 

 

2층에 자리를 잡으면 피아노가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2층에 자리를 잡았다. 곧 인삿말이 시작되었는데, 음향이 웅웅웅 하고 울려서, 가뜩이나 못알아듣는 프랑스어가 더 안들렸다. 대충 메르씨가 많이 들리는 걸 보아 의료인력에게 고맙다는 인삿말이라 추측하고 있다.

 

그레고리 샤를

그레고리 샤를이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했다. 무슨 곡을 칠 지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왔고, 청중이 골라주는 노래를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뭐 듣고 싶으세요? 90년대 노래, 80년대 노래, 70년대 노래, 60년대 노래..."

 

저 멀리서 할머니의 '60년대!!!!'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레고리 찰스가 '마담, 60년대 갑니다!' 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모르는 퀘벡의 옛날 노래였다.

 

그 이후로도 퀘벡 사람들만 아는 70년대, 80년대 노래가 나왔다. 따라부르는 사람도 있고, 그레고리 샤를의 유머에 하하하 웃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둘 다 몰라서 좀 멍하니 있었다. 괜히 왔나... 싶었을 때쯤 90년대 노래 차례가 왔다.

 

메탈리카?

그런데 90년대 노래 선곡이 장난 아니다. 메탈리카와 너바나같은 메탈, 그런지 락 노래가 나왔다. 

 

메탈 노래를 들으며 성모 마리아 상을 보니 뭔가 멍해지는 느낌이다. 성스러운 느낌의 교회에서 메탈이라니... 아무튼 자유롭단 말이야, 퀘벡...🙄

 

아는 노래가 나오니 옆사람이 아예 발을 구르며 몸을 들썩댄다. 이 사람도 60~80년대 노래 나올때는 나처럼 가만히 있으면서 기계적으로 박수를 쳤는데, 90년대부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난리가 났다. 🤣🤣

 

나도 아는 노래가 나오니 그제야 좀 흥미가 갔는데, 60년대 나올 때 신나게 따라부르던 뒤쪽 할머니는 일찍 자리를 떴다. 아무래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겠지!

 

카메라맨 아저씨도 가만히 앉아서 감상

그래도 대부분 사람들이 끝까지 남아서 기립박수를 쳤다. 그레고리 샤를의 인기가 실감이 났다.

 

 

크리스틴의 말처럼, 정말 재능이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못알아들어서 못 웃었지만, 그레고리 샤를은 계속 사람들을 와하하하하 웃게 만들었고, 노래도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정해서 바로 쳤다. 

 

그러나 내 취향에는 살짝 벗어났다. 피아노곡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빠르고, 세 곡을 한번에 메들리로 만들어서 치는 등 정신없이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나는 이것보다 좀 차분하고 한 곡에 집중할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콘서트 음악 취향이라는 것도 나한텐 원래 없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와서 직접 들어보고 나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이러나저러나, 이렇게 예쁜 교회에서 메탈리카를 듣다니!

 

예전의 나라면 생각도 못했을 경험이다.

 

이런 콘서트도 무료로 보고, 정말 좋구나! 🥰

 

금요일까지만 해도 엄청 추웠는데, 일요일 갑자기 날이 따뜻해졌다.

 

재미있는 봄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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