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퇴근까지 정신이 없었다. 프린트가 안되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자잘한 업무들이 쌓여서 결국에 회의록도 한페이지 정도만 쓸 수 있었다.
여러 업무중에서도, 회의록 쓰는 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이니 만큼 가장 빨리 끝내고 싶은데, 여러 회의록을 정리하자니 부활절 휴가 이후로 빡세게 바쁘다.
아,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더니!
그래도 이제 4월이 지나고 5월이 왔으니 일이 점점 적어지기를 바란다.
정신없이 바빠도 오전시간 여유를 갖고 달다구리 간식과 디카페인 커피타임을 잊지 않는다. 😋
달달한 게 들어가니 좀 긍정적으로 일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일이 바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여러가지 생각난다. 프랑스어도 배우고, 퀘벡 문화도 많이 배우고, 특히 아동심리, 청소년심리, 정신건강 등 평소에 관심있는 걸 배우면서 일할 수 있다. 또, 계획 세우는 법과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워낙 일을 중구난방으로 하고, 뭐든 하나에 빠지면 그 일에 계속 몰두되어 있는 편이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내 습관대로 계획을 짜지 않고, 일을 들어오는대로 그때그때 처리하려다 보니, 일이 자꾸 쌓이고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뭔가 더 느려지는 느낌이다. 계획 짜는 건 내 성향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일하면서 배우게 되었다.
그치만 아무리 계획을 짜도 일이 밀리는 건 마찬가지여서, 밀린 걸 처리하다 보니 정신없이 벌써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 다들 5시가 되기 전에 칼퇴근하는데, 나와 떼아만 남았다.
그런데 떼아도 오늘 나와 같은 마음인가 보다. 얼굴에 피곤함과 지긋지긋한 표정이 보인다.
"싸바? (괜찮아?)"
"농(아니)..."
대부분 사람들이 '싸바'라는 인사에 좋다는 의미로 '위, 싸바.' 하고 답하는데 떼아는 오늘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인지 일이 안풀린다고 토로했다.
"오전에는 저 건물 6층에 갔다가, 다른 건물 7층에 갔다가 헤메느라고 계속 뛰고 돌아다녔어! 게다가 자잘한 업무도 많고. 지금은 기관장들 17명이 모이는 회의를 소집해야 하는데, 다들 맞는 시간이 안 나서 골치아프다. 그만한 회의실도 없고... 이거 하느라 회의록도 한 문장도 못썼어!"
회의록 쓸 시간이 없다는 게 무지 공감이었다. 나도 회의록에 몇 글자 쓰지 못했는데!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공감할 거리가 있다는 게 다행이다.
"일이 엄청 많구나. 나도 회의록 써야 하는데 한참 남았어!"
"원래 요즘이 좀 바빠. 4월부터 5월이 바쁜 시즌이야. 그렇지만 6월부터는 널널해질걸? 여름에는 특히 편해."
"왜 그렇지?"
"여름엔 다들 휴가가니까 회의가 많이 취소되거든."
"오, 그렇구나. 좋은 소식이다! 오늘은 늦게까지 남아있는 거야?"
"응. 1시간만 더 하다 가려고. 어제 내가 오전근무만 했었잖아. 그래서 오늘이랑 내일, 월요일에 한시간씩 더 일하면서 조퇴한 시간 채우면 돼.
"그거 좋네. 나도 오늘 한시간 더 일하고 나중에 한시간 일찍 퇴근해야겠다!"
"그러면 돼. 그래도 상사한테 알려줘야 하는 거 잊지 마."
"알려줘서 고마워. 자, 초콜릿 먹으면서 힘내!"
"고마워. 이 초콜릿 트러플 맛있어!"
마리-크리스틴이 사다준 트러플 초콜릿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괜히 내가 생색을 낸다. 이건 자주 나눠줘도 며칠째 계속 남아있다. 1kg이라 역시 줄지 않는구만...
아무튼 제발! 이번주부터는 좀 널널해지길 😙
'몬트리올 생활 > 공무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식은 중요해! (11) | 2022.05.12 |
---|---|
뽕뽕과 바주카포 (10) | 2022.05.06 |
스노우버드가 스타벅스 훈제베이컨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이유 (8) | 2022.05.04 |
피아노 코미디 콘서트 후기 - 그레고리 샤를 (10) | 2022.05.02 |
직장 동료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6) | 2022.04.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