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공원에 가서 산책을 했다. 잔디가 파릇파릇하지만 아직 나무에 새 잎은 나지 않았다.
그러다 공원에서 오리 한 쌍을 봤다.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쓰였던 호수가 녹아서 그런지, 오리가 슬슬 돌아다닌다. 그 겨울동안 오리는 어디 있었던 걸까?
바로 옆에 강아지 공원이 있어서 한동안 강아지들을 구경했다. 울타리 밖에서 구경하는 나에게 시바견 한 마리가 궁금한 듯이 다가왔다.
나한테 온 게 신기해서 강아지에게 손을 내어주었는데, 냄새 한번 맡더니 흥 하고 얼굴을 돌린다. 냄새를 더 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기가 먼저 와놓고 왜 그런가 궁금해서 내 손냄새를 맡아봤다.
으악! 알콜냄새! 손소독제를 썼더니 손에 알콜 냄새가 가득하다. 내가 맡아도 지독한 알콜 냄새가 나는데, 사람보다 후각발달한 개들은 손소독제 냄새에 코가 아팠을 것 같다. 찾아보니 인간보다 1만 배나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한다. 강아지야 미안...😅😅
오늘 새롭고 재미있는 표현을 배웠다. 점심시간에 대화하다가 좀 어려운 표현이 나오면 프랑스나 마리-크리스틴이 항상 설명해준다.
오늘의 새로운 표현은...
"진정해 뽕뽕" (Calmez-vous le pompon, [꺌메부 르 뽕뽕])
원래 뽕뽕 없이 꺌메부 하면 프랑스어로 진정하라는 뜻인데, 뒤에 르 뽕뽕이 붙으면 퀘벡적인 표현이 된다.
뽕뽕이 무슨 뜻이냐면, 겨울에 쓰는 모자 끝에 달린 동그란 털방울을 말한다. 추운 겨울일 때는 사람들이 뽕뽕 달린 모자를 자주 볼 수 있다.
"근데 왜 뽕뽕을 진정시키라는 거야?"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화나거나 흥분하면 모자에 달린 뽕뽕이 막 흔들리잖아. 그러니까 진정하면 뽕뽕도 조용해지지."
"흐음..."
어원이야 어쨌든, 뽕뽕이라는 어감이 너무 웃겨서 재밌다. pompon이라는 게 퐁퐁이라고 읽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말하는 걸 들어보니 뽕뽕이라고 읽는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어와 비슷한 표현도 배웠다.
바주카포로 파리 죽이기! (tuer une mouche avec un bazooka, [뜌에 윈 무쉬 아베깡 바주카])
"엇, 이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은데?"
"무슨 뜻이냐면, 조그만 일을 하려고 너무 큰 도구를 쓴다는 말이야. 그리고 결과도 좋지 않고."
"아. 한국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어. '벌레 잡다가 집 태운다!' 근데 바주카포라니 🤣🤣"
원래 한국 속담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지만, 번역하기 어려워서 빈대는 벌레, 초가삼간은 집이라는 쉬운 말로 바꿔버렸다. 어떻게 하든 뜻만 통하면 되니까...
"아, 이거 잊지 않게 어디 적어놔야겠어..."
"하루에 하나씩 배우네. 오늘의 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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