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간단하지만 어려운(?) 업무를 받았다.
커다란 종이에 게시물을 프린트해서, 다른 부서로 보내는 것이다. 평소라면 그냥 봉투에 담아 주소를 쓰고 보내면 되지만, 이번에는 특별 주문이 들어왔다.
"접히지 않게 보내야 해!"
"접히지 않게...? 봉투가 다 작은 것밖에 없는데 어떡하죠?"
"음... 한번 우편실에 가서 물어봐."
우편실에 가봐도 자기들은 들어온 것만 분류해서 보낼 뿐이지 커다란 종이를 어떻게 접히지 않게 보내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우리는 그냥 우편물 분류해서 보낼 뿐이야.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괜찮아요. 더 생각해 보죠."
고민고민하다 옆 사무실 조지아에게 물었다.
"조지아, 이거 접히지 않게 보내야 한다는데, 무슨 아이디어 있어?"
"엥? 누구한테 보내는 건데?"
"남쪽 사무실."
"그쪽은 뭐 프린트기도 없다냐? 뭘 이런 걸 접지 말고 보내래."
"내가 알리가 있나... 뭐. 그쪽은 이렇게 큰 사이즈로 프린트 못하나 봐."
"그냥 이렇게 보내!"
터프한 조지아는 그냥 대충 둘둘 말아서 보내라고 한다.
이것이 생각의 전환인가? 고민고민했던 게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 해결책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보내면 중간에 접힐 수도 있으니 그냥 15분거리 사무실 걸어서 직접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 가지 일을 처리했다 싶었는데, 또 다른 업무거리가 생겨서 고민하게 되었다. 일 하나가 없어지니 또 하나가 생기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이 무거워진 것을 알아차리고 나자 역시 걱정거리는 내 스스로가 만들어왔던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일이야 외부 상황이고, 그것을 걱정하는 마음은 내 마음 속에서 나오니 말이다.
두번째 업무에 대한 걱정도 금세 지나가 버렸다. 기쁨이 왔다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처럼, 걱정거리도 왔다가 잠시 머무르고 곧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
남쪽 사무실 갔다 돌아오는 길. 업무시간에 거리를 걷는 게 좋다. 이왕 나온 거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땡땡이 쳐야지 😎그러다 못보던 빵가게를 발견했다. 빵순이는 빵가게 그냥 못지나친다.
"안녕하세요! 오늘 어때요? (봉주, 싸바?)"
"좋죠. 고마워요. 그쪽도요? (싸바, 메르씨. 에 부?)"
"안 좋을 이유가 없죠.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맞아요. 날씨 진짜 좋죠. 음.. 이거 하나 주세요!"
진열된 빵들 중에 초콜렛이 섞인 꽈배기 빵을 골랐다.
"이거요. 당연히 드리죠."
"이거 이름이 뭐예요?"
"쇼콜라 또사드예요."
"쇼콜라 또싸?"
"쇼콜라 또사드."
"아, 고마워요."
점원이 단어를 가르쳐 준다. 이렇게 배운 단어는 구글에 쳐서 스펠링을 외워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나저나 쇼콜라 또싸라니ㅋㅋㅋㅋ 🤣🤣 이거 한글로 쓰니까 왜 웃기지?
참고로 별로 맛없었다.
왜...?? 맛이 없을 수 없는 페이스트리와 초콜릿 조합인데 왜 맛이 없지??!
페이스트리가 맛없는 걸 보니 아마 크로와상도 맛이 없을 것 같다.
오후에는 떼아가 와서 커피 마시러 가지 않겠냐고 권했다. 커피는 언제나 찬성이지! 그런데 떼아의 얼굴이 좀 피곤해 보인다.
"요즘 피곤한 얼굴이네?"
"맞아. 난 이게 세번째 모카치노인가... 네번째인가?"
"무슨 일 있어?"
"요새 이사하고나서 벽에 페인트칠하느라. 너무 피곤해."
"직접 한 거야?!"
"응. 사람 부르면 비싸니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두기도 싫고. 엄청나게 못생긴 초록색이거든. 저 쓰레기통색 같은 초록색이야. 다 흰색으로 칠하니 환하고 넓어보이더라. 넌 커피 안 마셔?"
"사과 갈은 거나 먹어야겠다."
"사과 꽁포트? 이건 내가 사줄게. 커피 사러 같이 와준 거 고마우니까."
"오, 고마워!!"
또 이름 하나 배웠다. 이걸 꽁포트라고 하는군!
일은 여전히 바쁘고, 부담스러운 회의도 계속 참석해야 한다. 그렇지만 바쁜 순간마다 틈을 내어 여유를 갖는 망중한(忙中閑)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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