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크리스틴이 동료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가 직장을 바꿔야 한다는 뉴스를 듣고 가장 슬퍼해준 것도 마리크리스틴이고, 옆에서 좋은 직장을 찾아보자며 가장 바쁘게 도와준 것도 그녀이다.
"내가 이력서 봐줄까?"
"정말? 그러면 너무 고맙지!"
"그럼, 예전에 친구 이력서도 봐준 적 있어. 걱정 말고 나한테 메일로 보내. 내가 저녁때 꼭 고쳐줄게."
"그럴게. 정말 고마워."
그리고 오늘 아침, 빽빽한 코멘트로 가득 찬 이력서를 받았다. 마리크리스틴의 꼼꼼한 성격을 알 수 있는 코멘트였다. 애매하거나 어설픈 문장이 없도록 고쳐주고, 정보가 필요한 부분은 직접 찾아서 링크를 보내주기까지 했다.
"어떻게 이렇게 세세하게 고쳐줬어? 정말 감동이야."
"내가 먼저 도와준다고 했으니 세세하게 고쳤지. 내 코멘트가 너무 많아서 복잡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덕분에 엄청난 이력서를 얻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그러고 보니 마리크리스틴을 처음 만났을 때 내게 한 말이 기억난다. 다짜고짜 이렇게 물은 것이다.
"견과류 알러지 있니?"
그때는 견과류라는 말을 프랑스어로 몰라서 "어? 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고 대답했었는데... (물론 지금도 못알아듣는 말이 더 많다 ㅠㅠ) 그 질문을 한 것도 나한테 견과류가 든 초콜릿을 주고 싶어서였다.
오늘 점심회식이 있는 날인데 마리크리스틴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께 네번째 백신을 맞았다더니, 그 때문인지 오늘 열이 나서 오지 못한다고 연락했다.
마리크리스틴의 자리가 비어서 아쉽다. 증상이 심한지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간다는데, 많이 아픈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면 무슨 메뉴 고를지 고민이다. 식사는 정말 맛있었다. 음식이 좀 늦게 나와서 점심시간을 30분이나 넘겼는데, 다같이 같이 나오니 걱정 없이 편하게 먹었다.
이번 점심회식은 쟝의 생일 기념으로 모인 것이다. 크리스틴이 선물 대신으로 쟝의 식사를 계산했다. 한국에서는 회식 때 보통 상사가 사주는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직원이 상사의 식사를 사주는 모습이 사뭇 낯설다.
회식때에는 보통 때보다 더 분위기가 활발하고 재미있는 대화도 더 많이 하는데, 예전보다는 좀 더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끼어들어 막 대화하고 싶은데, 나는 가만히 있는 편이라 스스로 보기에도 좀 답답하다. 아, 나도 프랑스어로 막 이야기하고 싶어!!
'몬트리올 생활 > 공무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 옮긴 사무실이 엄청 좋다 (13) | 2022.05.26 |
---|---|
6개월의 임시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11) | 2022.05.24 |
변화는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법이야 (12) | 2022.05.20 |
바쁜 시간 속 한가한 틈, 망중한(忙中閑) (8) | 2022.05.17 |
휴식은 중요해! (11) | 2022.05.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