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머릿속은 새로 지원해야 하는 직장으로 가득 차 있다. 일도 할 게 많은데, 새로운 직장까지 준비하려니 부담감이 밀려왔다. 방금 지원을 모두 마치고, 이제야 한 숨 돌리게 되었다.
아무리 부담감이 있다지만, 맨 처음 지원했을 때의 부담감보다는 훨씬 적다. 맨 처음 지원했을 땐 나도 내가 공무원에 지원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보다 과연 캐나다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만으로 가득했다. 내가 한국에서 가지고 온 경력과 학력은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원서 지원과 면접까지 일주일 내내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렸고,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저런 과정 끝에 지금 직장에서 오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프랑스어로 매 순간 소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처음 몇주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했다. 😌
이런 날것의 불안감과 고민은 20대 때 끝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30대에도 불안한 건 여전하다!! 40대 50대가 되면 이런 불안감이 없어질까? 불안한 일이 덜 생길까? 아니면 불안해 할 만한 일이 생겨도 더 초연해지는 걸까?
글쎄, 살아봐야 알겠지만 아마 불안한 일이 생겨도 더 잘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순 있을 것이다.
이번 일로 여러가지를 느꼈는데,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기분을 느낀 게 가장 쇼킹했다.
싫어하는 직장을 그만둔 적은 있어도, 좋아하는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기분은 충격적이었다. 사실 해고당한 건 아니고, 임시직이라 원래 기간이 지나면 나가야 하는 거였다. 더 있고 싶으면 지원을 해야 하는데, 지원 기간을 놓치면 다른 사람이 내 자리로 온다는 것을 몰랐다. 어찌 되었든 그런 절차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소속집단에서 거부당하는 느낌(?)은 꽤나 불쾌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걸 어려워하고 꺼려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 주제에 잘도 캐나다로 이민을 왔네...🙄
그래도 지금 직장을 마무리하며 생각해 보니 긍정적인 점도 많다.
말을 못알아들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주변 동료와 직장상사가 정말 좋은 사람이고 나를 많이 챙겨주었다는 점이다. 내가 먼저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더라면 다들 도와줬을 게 틀림없다. 그와 동시에 지원을 해서 직장을 옮기는 건 정말 쉬운 일이라고, 괜찮다고 격려해 준 게 큰 도움이 되었다.
프랑스: "이미 기관에 들어왔으니까 괜찮아! 한번 들어오면 그 다음은 정말 쉽거든. 천천히 시간을 갖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을 골라봐."
떼아: "나도 벌써 4번이나 옮겼는걸. 어딜 가나 우리 하는 일은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 걱정 마. 이 기회에 좀 더 높은 곳도 지원해 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까 지원자격을 다 맞추지 않아도 괜찮아. 시험 삼아 지원해 봐."
크리스틴: "충격적이고 놀랐을 텐데, 그런 소식 듣고도 밝게 웃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해."
이 따뜻한 말들을 다 머릿속에 저장해놓고 있다.
저번주로 청소년 재활프로그램부에서의 일은 끝이 나고, 이번주부터 한번 더 임시직으로 출산-유아-청소년부에서 일하게 된다. 2~3개월 후면 오늘 지원한 정규직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제 불안한 마음은 좀 내려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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