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의회장인 나탈리와 말을 놓았다. 말을 놓기까지 꽤나 고민하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어서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되는데, 프랑스어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있어서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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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에게 말을 놓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궁금한 거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물어봐!"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환영한다고 해주면서,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는 말을 인사처럼 했다. 사양하지 않고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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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는 존댓말/반말 관계가 애매하다. 프랑스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퀘벡에서는 존댓말을 쓰면 '내가 나이가 많다는 거니?'하면서 기겁하기도 하고, '흥, 나랑 거리를 두겠다는 거군!' 하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봤다.
존댓말 써야할지 반말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상담을 하니, 쾌활한 동료가 이런 조언을 해 주었다.
"그거 참 어렵지. 여기서 태어난 나도 어려워, 하하하! 뭐, 보통은 다들 반말 하는 걸 좋아해. 더 친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말 트기 전에 반말해도 되냐고 묻는 게 예의야. 아무리 허물 없이 지낸다고 해도, 공무원이니 상하관계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나탈리와 함께 일한지 5개월이 되어서야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뚜뚜와예(반말) 해도 될까요?"
"오오, 당연하지 그럼. 네가 부부와예(존댓말) 할 때마다 여기 여러 사람이 있나? 하고 헷갈렸거든!!"
프랑스어로 존댓말을 쓰는 것을 부부와예(vouvoyer), 반말을 뚜뚜와예(tutoyer)라고 한다. 부부와예는 존댓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사람을 지칭할 때 쓰기도 한다.
"요즘 어떠니? 이번주까지 쟝 밑에서 일하고, 그 다음부터는 이자벨하고 일한다고 들었어. 그런데 그것도 임시직이라며? 이번에 정규직에 지원해야겠네. 일이 바뀌니 걱정되니?"
"사실 좀 걱정이 되요. 여기 일이 익숙해졌고, 새로운 곳에 가면 또 적응해야 하니까 요즘 고민이 많아요."
"그렇겠지. 새로운 사람도 만나야 할 때고, 일도 좀 바뀔 테고... 원래 변화는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법이야.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고. 요즘 한창 바뀌는 기간이라 그러네."
"그런 것도 있고, 프랑스어도 고민이예요."
"아, 그렇지. 우리가 서로 잘 못알아들을 때가 많으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방금 네가 쓴 회의록 두 개를 읽었는데, 정말 잘 썼더라고. 아름다운 요약본이야. 프랑스어로 글쓰기는 정말 잘해."
"고마워요."
"내가 고맙지, 마담!"
변화는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법이라는 나탈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성장하는 과정이겠지...
그런데 어쩐지, 나탈리도 더 높은 곳을 향해 지원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곧 회장이 은퇴하는데, 누가 차기 회장이 될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만약에 나탈리가 회장이 된다면??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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