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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기억 속에만 남은 음식을 만드는 남자친구

by 밀리멜리 202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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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남친이 팟타이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팟타이를 어떻게 만들어... 그냥 사먹어."
"물론 사먹는 게 맛있지만, 내가 만들어 보고 싶어."

 

짜잔 남친이 만든 팟타이

 

남친이 팟타이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래 전부터 남친의 단골이었던 '쉐 방콕'이라는 태국 식당이 있는데, 이곳 팟타이가 정말 맛있다. 나도 그 식당의 팟타이를 먹고 그 맛에 반했는데, 안타깝게도 판데믹 이후 문을 닫아버렸다. 우리는 다른 식당에서 팟타이를 시켜봤는데, 아무래도 그 맛이 아니라 번번히 실망했다.


그래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팟타이를!!

 

여러분은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음식이 있나요?

기억 속에만 남은 음식을 재현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것도 외국 음식을!

 

도전 정신이 대단하다!

 

 


일단, 숙주나물과 닭고기를 준비한다.

 

 

그리고 파와 마늘, 샬롯이 필요하다.

 

마늘, 파, 샬롯

"이게 뭐야? 양파인가?"

"양파 아니고, 샬롯이라는 거야."

"그냥 양파 쓰면 안돼?"

"양파랑 살짝 달라. 향도 다르고."

"흐음... 이런 게 필요하군.."

 

샬롯만 특이한 재료인줄 알았는데, 더 특이한 재료가 있다.

 

타마린드

"여기서 약간 큼큼한 냄새가 날 수도 있어. 창문 열테니까 좀만 참아."

"아, 약간 피쉬소스같은 냄새 나는데. 이거 정말 특이하게 생겼다."

 

타마린드는 열대지역에서 나는 콩이라고 한다. 타마린드에서 좀 냄새가 나더라도, 이게 꼭 있어야 팟타이가 완성된다고 한다.

 


마늘과 양파를 다 자르고, 소스를 만들기 위해 타마린드를 뜨거운 물에 넣고 계속 젓는다.

"이게 제일 중요한 과정이야."
"왜?"
"이거 잘 풀어지지가 않아서 힘을 좀 써야 하거든. 오래 저어야 해. 그리고 나서 체로 걸러줘야 해."
"역시 팟타이가 만들기 쉽지 않구나."

 

물에 담그고 젓고 체로 거르고...

타마린드 소스 만드는 데에만 한참이 걸렸다.

 

그런데, 특이한 재료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팜슈가

"이게 도대체 뭐야? 요상하게 생겼네."
"이거 팜슈가야."
"이게 설탕이라고?"
"응. 정제설탕 안쓰고 이걸로만 단맛을 낼거야. 더 몸에 좋지!"
"오오.. 신기하다. 이렇게 강판에 갈아 써야하는 거야?"
"응. 이게 향이 특이해서... 야자나무의 수액이래. 꼭 이걸 써야 해."

 

닭고기 양념

닭고기를 미리 익히고, 간장, 물엿 등등의 양념을 넣고 재운다.

 

갈아만든 새우

말린 새우를 갈아놓은 것도 추가한다. 모든 팟타이에는 건조새우가 소스에 들어간다고 한다. 진짜 소스 만드는 게 엄청난 일이네!

 


팟타이면은 물에 담궜더니 금방 부드러워진다. 닭고기, 숙주나물, 면과 소스를 함께 넣고 볶는다.

 


조금 익었다 싶을 때쯤 계란을 넣는다.

 



파도 송송 썰어 넣고... (이럴 때 가위가 참 편하다)

 


팟타이 완성!!

땅콩을 콩콩콩 부셔서 넣고, 라임까지 썰어 플레이팅하니 멋있다. 게다가 맛이 정말 좋았다!

 



"처음 만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해?"
"진짜 맛있어?"
"먹어보면 알잖아, 솔직히!"
"그래도 맛있어?"
"응. 엄청 맛있어."

새삼 팟타이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남친이 요즘 요리에 취미를 붙여서 요리가 재밌다고 한다. 덕분에 득 보는 건 맛보는 나지만, 아무튼 남친의 요리 세계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 존경스럽다. 시도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을 텐데, 이렇게 자꾸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니 요리 실력이 쭉쭉 발전한다. 박수~ 😊

 

남친을 만나기 전부터 요리를 잘하는 남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되어버렸다. 밥에 된장만 싸가지고 다니던 남친이 요리실력이 이렇게 발전하다니...! 이 이야기를 했더니 프랑스가 눈을 찡긋하며 말한다.

 

"정말 좋네! 계속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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