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주말, 좀 쌀쌀하지만 다행히 햇살이 좋다.
미뤄뒀던 은행 업무를 하러 갔다.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먼지쌓인 자전거도 닦고, 바퀴에 바람도 넣었다.
은행이 있는 골목 쪽으로 들어서니 엄청나게 많은 소방차와 경찰차가 길을 막고 있었다.
으앗! 간신히 자전거를 세우고 은행에 들어가려니, 화재 때문에 일찍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 골목에서 정말 큰 불이 났던 모양이다.
근처 대학교의 여름방학이 벌써 시작되었기 때문에, 먹거리 골목은 사람으로 넘쳐난다.
유명한 카페. 은행이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이(?) 카페에서 간단히 요깃거리를 시켜 먹으려고 했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물어보니 다 안에서 먹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라, 그냥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걸음을 돌려 공원 쪽으로 가는데, 어쩐지 노란 줄이 쳐져 있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 보았다.
어떤 사람이 높은 나무를 오르고 있었다! 우와...
옆에 주차된 차를 보니, 애니멀 레스큐, 동물 구조대라고 쓰여 있다.
오... 동물 구조대구나!
도대체 무슨 동물을 구하려고 저 나무를 오르는 걸까?
알고 보니 동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구조대원들이 함께 모여 훈련을 하는 거였다.
아래 따로 안전장비도 없이, 그냥 몸에 묶은 끈만 이용해서 저 높은 나무를 오르는 거였다.
대원들이 땅에서 끈을 받쳐주고, 서로 신호를 보내며 빨간 동그라미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겠다는 말을 했다.
이 장면을 보는데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밑에 매트도 깔지 않고... 😲
지상에서 끈을 당겨주는 대원이 고참인 것 같았다. 나무에 오른 사람의 이름은 엘로이였다.
"엘로이! 잘하고 있어. 태양의 서커스 나가도 되겠어."
하니 사람들이 하하하하하 웃는다. 긴장을 풀어주는 아저씨의 유머가 빛을 발했다.
고참 대원이 언제 끈을 풀었다가 언제 끈을 당기는지를 설명해준다.
'동물 구조대'가 따로 있는 것도 놀랍고, 구조대원들이 토요일에 훈련을 하는 것도 놀랍고, 대원 중에 여자가 더 많은 것도 놀라웠다.
구조대원의 뱃지와 복장, 썬글라스 쓴 모습도 정말 멋있다....!! 😍
고참대원이 계속 엘로이 대원을 격려해준다.
"잘했어, 엘로이! 내가 올려줄게. 오른쪽 나무를 딛고 올라가. 이거 끝나면 진 토닉 한잔 하러 가자고!"
"그거 좋지!!"
"나 더 올라갈 수 있어! 이 가지 잡고 올라갈 테니 올려줘."
"음, 그래. 너라면 충분히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엘로이 대원은 원래 계획했던 곳까지 올라갔지만, 막상 목표지점에 이르니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신호를 보냈다.
나는 이 훈련장면을 지켜보면서 '우와... 우와.... 헐...'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계속 내뱉었는데, 다른 대원들은 뭐 별일 아니라는 듯이 쿨하게 지켜보기만 한다.
"이제 내려갈게! 내려줘!"
엘로이 대원은 내려가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내려오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지상에 있는 대원이 끈을 팽팽하게 당기며 서서히 나무쪽으로 다가가자, 엘로이 대원이 나무를 통통 발로 디디며 순식간에 내려왔다.
엘로이 대원이 무사히 땅을 밟자 모두들 박수를 쳐 주었다.
"쉽네!! 이제 진 토닉 마시러 가자!"
와, 저게 쉬웠다니... 언니 멋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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