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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길거리 전시예술 - 수조 속에 잠기는 홀로세(Holoscene)

by 밀리멜리 202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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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의 예술의 전당, 플라스데자에 놀러나왔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사람들끼리 하는 대화를 들었는데... "오, 여기 공연 보러 왔어? 바로 옆쪽에 조금 있으면 공연이 시작해." 라는 말을 들었다. 

 

오! 공연이라??

 

그 말을 듣고 바로 옆쪽으로 돌아나오니 관객들이 엄청나게 많고, 중앙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공연 준비

안내판을 읽어보니 6시부터 11시까지 열리는 전시작품으로, 제목은 홀로세(Holoscene)라고 한다.

 

 

누군가가 들어갔다

6시가 땡 치자 어떤 사람이 사다리를 통해 수조 안으로 들어갔다.

 

수조 안에 물이 차오른다

남자가 커피를 들고 신문을 읽는 사이, 물이 서서히 차오른다.

 

물이 끝까지 찼다

수조 안의 사람이 완전히 잠긴 걸 보자 조금 불안함이 느껴졌다.

 

설마 알아서 숨 잘 쉬겠지?

 

오르락 내리락

퍼포머는 그래도 간간히 숨이 찰 때마다 나와서 숨을 쉬고, 바닥에 누웠다가 섰다가 신문 읽었다가 커피컵 잡았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듯 했다.

 

음...

 

이게 무슨 의미야??

 

나는 계속 서 있다보니 좀 지루해졌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감상했다.

 

관객의 수를 세고 있는 스태프

이 사람은 그런데 6시부터 11시까지 계속 물에 잠겨있는 걸까??

 

안전하겠지...?!

 

작품의 의미?

현대 예술은 어렵구만...

 

이 작품의 제목은 홀로센(Holoscene)이라고 한다. 홀로세(Holocene)를 살짝 변형시킨 말이란다.

 

홀로세가 뭔가 해서 찾아봤더니, 1만년 전부터 현재의 지질시대를 말하는 용어라고 한다. 그런 게 다 있었군... 아무튼 홀로세는 현재시대를 의미하는 모양이다.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있긴 하지만, 홀로세가 끝나고 인간세(Anthropocene)가 시작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인간세란,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홍수, 물에 잠긴다는 느낌을 줘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계속 잠수하는 퍼포머

하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해석을 붙여보자면 이렇다.

 

퍼포머가 계속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데, 그걸 보니 우리가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많은 뉴스, 가십거리, 너무 많은 자극 때문에 현대인들은 스스로 잠겨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생존과 휴식을 위해 물 밖에 입을 대고 숨을 쉬지만, 곧 알아서 스스로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정보와 자극에 빠진 내 모습과 비슷하지는 않은가 생각이 든다.

 

이런 전시예술은 정말 어렵긴 한데, 그래도 "이게 뭘까...."라고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참고로 이 전시에 쓰인 물은 몬트리올 나무 물 주는 데 다시 쓰인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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