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에서는 젠더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이런 젠더에 대한 관심은 특히 어릴수록 큰 것 같다.
언젠가 열다섯 살짜리 아이를 만날 일이 생겼는데, 서로 통성명을 하자마자 묻는 말이 이거였다.
"무슨 대명사로 당신을 정의하세요?"
나는 이 질문이 무슨 뜻인가 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하고 물으니,
"어떤 대명사를 쓰냐고요. 그(he)인지, 그녀(she)인지..."
"아, 그녀야!"
한 마디로 내가 여자냐 남자냐를 묻는 질문이었다. (아무튼 처음에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조금 황당했다.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묻다니.
하지만 사실 이 질문의 속뜻은 생물학적인 남녀를 떠나, 레즈인지 게이인지 트랜스젠더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성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자신을 he/she가 아니라 they, 아니면 아예 ze, xe, per 같은 대명사를 만들어내서 쓰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름 다음으로 나이를 묻는데, 여기 청소년들은 이름 다음에 성 정체성을 묻는구나.
역시 문화가 다르다!
이런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모습은 직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열려있는지 자가 점검하는 설문도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바빠서 나는 깜박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타인의 겉모습만 보고 당연히 여자/남자라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다. 만나자마자 성정체성을를 묻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특히나 이 일이 생각난 것은 오늘 아침 출근길 때문이었다.
몬트리올 버스는 뒷칸에 타면 서로 마주 볼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잠깐 핸드폰을 보다 바로 정면을 보니 내 눈앞에 키가 큰 남자가 레깅스와 스커트를 입고 핑크색 조그만 핸드백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오! 저 사람은 분명 남자인데... 옷차림은 여자네?
이제 하도 자주 봐서 놀랍지도 않다.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고 각자 할 일에 바쁘다.
나는 다만 남자가 레깅스 입은 건 오랜만에 본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옆의 남자도 흰색 레깅스를 입고 그 위에 농구 반바지를 입고 있다. 역시 패션도 제한이 없군.
아무튼 성정체성이 불확실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많이 봤지만, 또다시 일상에서 보니 신기하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너무 실례일 것 같아 풍경사진으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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